명절 후유증

책들 Bücher 2011. 9. 15. 14:42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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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기간동안 집의 컴퓨터와 차량이 큰 고장을 일으켰다. 추석 당일 아침, 가족과 함께 동해로 향하던 차량에서 타는 냄새가 났고 오르막길에서 힘을 내지 못했다. 10년도 넘은 차량이긴 하지만 그런대로 잘 관리를 해서 이 지경까지는 아니었는데 아무래도 심상치 않았다. 수동 기어의 변속감도 없었다. 풍수원에서 견인차를 불렀는데, 횡성 읍내에서 유일하게 문을 열었다는 정비소로 안내했다. 견적가가 너무 비싸게 나와 다른 정비소를 알아보러 횡성을 뒤지다가 그냥 동해로 출발했다. 90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고, 주행중에 변속을 할 필요도 없어서 운행할 만 했다. 무사히 처가에 도착해 다음날 동서 형님이 소개한 천곡동의 카센터에 갔다. 여기서 미션을 들어내는 장작 5시간의 수술을 받은 승용차는 수술의 여파로 이젠 트럭같은 소리를 낸다. 장거리를 대비해서 차량 정비를 어느 정도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잦은 고장을 일으키는 낡은 트럭을 손수 수리해 가며 오클라호마에서 캘리포니아까지 이주하는  톰 조드 가족의 고군분투를 그린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로 이어졌다. 인생의 어느 시기에 봉착한 험난한 도정에 용기를 불러일으키는 이런 작품은 무형의 자산이다.

"우리 인생길 반 고비에
 올바른 길을 잃고서 난
 어두운 숲에 처했었네"

단테, 『신곡 : 지옥편』La comedia di Dante Alighieri-Inferno 박상진 역(민음사, 2011, 1판 11쇄) 1곡,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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