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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육아서의 첫장 제목은 '육아는 과학이다'로 되어있다. 침대광고를 패러디한 이 건조한 제목은 인간이 과학의 전형적인 연구대상임을 드러낸다. 인간이 신경망을 갖춘 복잡한 기계로 환원될 수 있다면, 이 동물의 미시적 체내 어딘가에 의식의 생성소가 있을까? 전철에서 잠시 눈을 붙이며 생각이 난다. 의식이 물질이라면, 신체의 죽음은 마치 컴퓨터의 전원이 나가는 것처럼 의식을 오프시키는가? 이 물음에 재래적으로 매달려 온 것이 종교이며, 그 극단은 불교이다.
"그애는 다른 사람들과 있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피붙이였고 오래전부터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어리지만 고요한 눈에서 순간적으로 나오는 영원한 우정의 시선을 맞아들인다...나중에 봄이 되었을 때, 아이는 혼자 회전 목마 위에 앉ㅣ 아 있었다. 그 목마의 가장자리에는 모래톱에서처럼 하얀 거품이 일었다. 이제 막 비가 그쳤다. 한번 밀자 회전 목마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이는 남자와 멀리 떨어지자 잠시 그를 올려다보고는 목마가 돌자 곧 잊어버리고 다른 것에 더 이상 눈을 주지 않았다. 남자는 나중에 그 순간을 떠올림으로써 자신의 어린 시절의 한 순간을 회상했다. 그때 그는 좁은 방에 어머니와 함께 있기는 했지만 가슴이 미어지는 듯한, 마치 하늘에까지 닿도록 소리지르고픈 먼 거리감을 느꼈었다. 그곳에 있던 어머니가 바로 이곳에 있는 나와 같지 않겠는가? 열중해서 돌고 있는 아이를 태운 회전 목마를 보고 있는 시선은 그때와는 정반대의 시선인 것이다. 그의 어린 딸이 처음으로 거기 서 있는 아버지로부터 독립된 독자적인 존재로 보인 것이다. 또한 그런 자유를 누리며 강해져야지! 두 사람 사이의 공간에는 왠지 득의양양함 같은 것이 빛났다...소망한다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또한 소망하는 것에 시한(時限)을 두어야 한다는 의식도 가능하리라. 근데 그런 의식은 그들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생각할 수 없었던 예전과는 다르게 고통스럽게 느껴졌다."
페터 한트케, <아이 이야기>Kindergeschichte in 『소망없는 불행』 Wunschloses Unglück 윤용호 역(민음사, 2008), p.105-106.
*이 인용과 유사한 분위기의 시가 황지우의 첫 시집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에 있다. 여기서 시인은 다섯살 난 딸아이에게 허접한 회전목마를 태워주며 간도까지 달리는 상상을 한다.
"그애는 다른 사람들과 있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피붙이였고 오래전부터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어리지만 고요한 눈에서 순간적으로 나오는 영원한 우정의 시선을 맞아들인다...나중에 봄이 되었을 때, 아이는 혼자 회전 목마 위에 앉ㅣ 아 있었다. 그 목마의 가장자리에는 모래톱에서처럼 하얀 거품이 일었다. 이제 막 비가 그쳤다. 한번 밀자 회전 목마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이는 남자와 멀리 떨어지자 잠시 그를 올려다보고는 목마가 돌자 곧 잊어버리고 다른 것에 더 이상 눈을 주지 않았다. 남자는 나중에 그 순간을 떠올림으로써 자신의 어린 시절의 한 순간을 회상했다. 그때 그는 좁은 방에 어머니와 함께 있기는 했지만 가슴이 미어지는 듯한, 마치 하늘에까지 닿도록 소리지르고픈 먼 거리감을 느꼈었다. 그곳에 있던 어머니가 바로 이곳에 있는 나와 같지 않겠는가? 열중해서 돌고 있는 아이를 태운 회전 목마를 보고 있는 시선은 그때와는 정반대의 시선인 것이다. 그의 어린 딸이 처음으로 거기 서 있는 아버지로부터 독립된 독자적인 존재로 보인 것이다. 또한 그런 자유를 누리며 강해져야지! 두 사람 사이의 공간에는 왠지 득의양양함 같은 것이 빛났다...소망한다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또한 소망하는 것에 시한(時限)을 두어야 한다는 의식도 가능하리라. 근데 그런 의식은 그들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생각할 수 없었던 예전과는 다르게 고통스럽게 느껴졌다."
페터 한트케, <아이 이야기>Kindergeschichte in 『소망없는 불행』 Wunschloses Unglück 윤용호 역(민음사, 2008), p.105-106.
*이 인용과 유사한 분위기의 시가 황지우의 첫 시집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에 있다. 여기서 시인은 다섯살 난 딸아이에게 허접한 회전목마를 태워주며 간도까지 달리는 상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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