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치

책들 Bücher 2013. 6. 16. 23:11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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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부터 조기출근을 하다보니 주말에도 일찍 일어난다. 그래서 모처럼 아침 일찍 산에 올랐다. 멀리 가지는 못하고 약수터까지만 다녀왔는데, 그래도 그 이른 시간에 산을 타는 사람이 열 손가락 정도는 된다.  인적이 없어 약수터에서 담배까지 물었는데, 몇 모금 빨다 보니 등산객이 하나 둘 오는둥 해서 내려갈 때 까지 담배 한 까치를  중간 소등하면서 세 번에 걸쳐 나눠 피워야 했다. 일찍 산을 다녀와 하루종일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데, 그래도 산에 다녀온 기운이 있어선지 한결 기분이 청명했다.

 

도서관에서 <의사소통행위이론>을 읽다가 지칠 무렵 루카치의 <역사와 계급의식>의 1967년 저자 서론을 읽었다. 자신의 40 여 년 전의 논문집을 유토피아적 관념론이라고 스스로 비판하는 루카치에 대해, 하버마스는 물화 개념을 통해 재차 비판을 가하는데, 진정성이 의심된다. 루카치와 아도르노는 미학을 포함한 사회철학적 주제의식의 공통성과 서술 방식의 복잡성에서 유사하기도 하지만, 아도르노는 루카치를 의식철학의 유산을 극복하지 못한 실패한 이론가로 신랄하게 비판하며, 이 비판을 하버마스는 더욱 발전시킨다. 그러나 루카치는 그들처럼 단지 이론의 전당에서 현실을 관찰하며 관조만했던 인물이 아니다. 그는 국내적이며 국제적인 혁명의 과정에 깊숙히 개입하면서도 이론의 현실 해석을 통합하려고 했던, 비록 그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을 지라도 실천을 사유로 매개하려고 했던 실천적 지식이었다. 성명이나 발표하고 각종 상을 수상하며 한가한 노년을 보내는 하버마스와는 첨예하게 다른 역사적 조건에서 분투했던 인물이다. 미국으로 망명해 천박한 대중문화에 아연실색하며 비판에 급급해 있던 비판이론가들과도.

 

하버마스가 <의사소통행위론>에서 루카치에게 가한 비판이 과연 정확한지도 따져봐야 하지만, 과연 정당한 것인지도 물어 볼 수 있다. 한편 토마스 만이 장편 <마의 산>에서 염두한 인물이 루카치라는 점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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