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 미제라블의 추억

책들 Bücher 2012. 12. 27. 23:25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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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 완역본을  읽은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였다. <장발장>으로 축약된 형태로 익숙해 있던 이 원작은 프랑스 혁명의 주변사를 다양한 인물의 그물망 속에서 위고의 박력있고 흡입력있는  필체로 전달하던 묵직한 분량의 대작으로 기억한다(실제로 바리케이트 장면과 같은 서술은 위고가 직접 참여한 혁명의 현장을 옮겨온 것이다).  원작의 주요 흐름도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깊은 인상을 주는 에피소드도 상당히 다양해 이 소설의 에피소드 조각 조각들을 따로 떼내어 단편영화나 연극의 소재로 삼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들게 했으며, 나도 몇 년 후 이 작품의 에피소드 하나를 희곡으로 옮겨 보는 시도를 했었다. 지하감옥에 대한 생생한 묘사를 통해서는 사회고발을, 초창기 나폴레옹의 연속 승전의 비결을 능란한 포신술에 두는 식견을 통해서는  군사전략가의 통찰을 보여주는 등, 빅토르 위고는 계몽시대의 작가답게 다방면의 백과사전적 지식을 이야기의 흐름에 맞춰 총동원시킨다. 이런 지식들은 언뜻 보면 군살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 이 방대한 고전의 유기적 구조와 구성에 기여를 하는 빛나는 부품으로 작동하고, 그 자체로서도 독자적인 위상을 갖추고 있다. 위대한 시대가 낳은 위대한 소설이다. 뮤지컬로 인기를 끌던 레미제라블이 대작 영화로 개봉되어 원작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박근혜 자서전 따위를 읽는 장년층 보다는 이런 원작을 읽는 청춘들에게서 시대의 희망이 보인다고 한다면 지나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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