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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스트릭랜드부인]는 연극 구경을 하듯 작가들을 바라보았으며, 이제 그들을 초대하기도 하고, 굳게 단힌 그들의 세계도 방문할 수 있게 되자 자신이 정말 더 대단한 삶을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작가들은 인생을 게임하듯 살았는데 그녀는 작가들에게는 그런 방식이 어울린다고 여겼지만, 자기는 거기에 맞춰 행동하려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작가들의 괴팍한 도덕관도 기이한 웃차림이며 터무니없는 논리나 역설처럼 그저 재미있게 여겨졌을 뿐 그녀의 신조에는 눈곱만치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달과 6펜스』, p.27.

"문명인이란 참으로 이상한 관습을 생각해 내어 짧은 인생을 이런 따분한 일에 낭비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이 파티를 보고 있자니, 여주인이 왜 굳이 힘들여 손님을 청하며, 손님들은 왜 굳이 힘들여 오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모두 열 멸이었다. 다들 무심하게 만나서 안도감을 느끼며 헤어진다. 이것은 물론 순전히 사교적인 모임이었다. 스트릭랜드 부부는 별 관심도 없는 많은 사람들에게 저녁 식사 <빚>을 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을 초대했으며, 그들은 초대를 수락했던 것이다. 왜? 부부만 마주 앉아 식사를 하면 따분하니까."

상동, p.32.

"수많은 부부들이 다 이런 식으로 산다[안온한 부모가 아이들을 훌륭히 키우고 늙어서 자식들의 사랑을 받으며 인생의 보람을 누리는 삶]. 이런 유형의 삶의 방식에는 소박한 아름다움이 있다. 이런 삶은, 잔잔한 시냇물이 푸른 초원의 아름다운 나무 그늘 밑으로 굽이굽이 흘러가 이윽고 드넓은 바다로 흘러드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그런데 그 바다는 너무 평온하고, 너무 조용하고, 너무 초연하여 불현듯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불러일으킨다.대부분의 사람들이 추구하는 그런 삶에 어딘가 문제가 있다고 느꼈던 것은 그 무렵에도 강했던 내 타고난 기벽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나도 그런 삶이 갖는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고 있었다. 거기에는 잘 정돈된 행복이 있었다. 하지만 내 혈기는 좀더 거친 삶의 방식을 원했다. 그처럼 쉽게 얻을 수 있는 기쁨에는 무엇인가 경계해야 할 점이 있는 것 같았다. 내 마음속에는 더 모험적으로 살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변화를, 그리고 미지의 세계가 주는 흥분을 체험할 수만 있다면 험한 암초와 무서운 여울도 헤쳐나갈 각오가 되어 있었다."
 
상동,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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