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공급

단상 Vorstelltung 2009. 11. 22. 11:53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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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아니 금요일 저녁부터 김장공급이 시작됐다. 금요일 저녁에 배추를 상차한 차량들이 토요일 새벽부터 주문 조합원에게 배추를 날라 오전 타임을 끝내고, 과천 하치장에 들어와 산지에서 올라온 배추를 싣고 오후 배송지로 나가는 식이다. 삼사년 전만 해도 수도권이 통합되어 있어 꽤 멀리 돌아다녀야 했지만, 이제는 수도권이 분할되어 서울 쪽으로만 돌다보니 주말 김장공급의 부담도 많이 줄어들었다. 

어제 아침 7시가 되기 전, 아직 어두워 동수를 분간못할 수서의 아파트에서 시작한 김장 공급을 오후 미아리에서 끝내고(미아리는 옛골목의 주택가와 아파트 신축현장이 극명한 대립을 이루고 있다), 낮이 짧아 저무는 듯 하지만 아직은 온기를 간직한 가을해를 받으며 동료들과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모였을 때, 알 수 없는 행복감이 느껴졌다. 그러나 이것도 매일 한다면 이런 느낌이 들지 않을 것이다. 그도 그럴듯이, 집에 오니 온몸이 두드려 맞은 것처럼 욱신거렸다. 

나는 38개월간 일했던 공급부를 나와 반외근 반내근하는 부서에 있다가 이제는 내근하는 부서에서 일한다. 공급부를 벗어나면서 몸무게가 10kg가 불었고, 건겅검진을 받을 때마다 과체중이 지적됐다. 이제 지난 8년간 일했던 궤적을 되돌리는게 건강상의 문제로도 필요하다. 책상머리에서 일하는 것보다 몸으로 일하는 것은 분명 육체적 피로가 따르지만 여기서 나온 땀방울 만큼 진실한 것은 드물듯 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산을 찾고 헬스를 끊고 필드로 나가 행복을 구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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