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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일섭과 하버마스의 서신 1 : 『의사소통행위이론1 : 행위합리성과 사회합리화』에 관해

 

*이 글은 가상의 서신이며 텍스트 소개를 주목적으로 합니다. 인용된 문헌은 일부 요약도 있으나 그대로 본문을 옮겨온 경우도 있습니다. 텍스트 출처를 확인하고 싶은 분은 댓글이나 메일로 메일주소를 알려 주시면 각주가 포함된 PDF 파일을 보내드리겠습니다. streetphila@naver.com

**텍스트 : 위르겐 하버마스, 『의사소통행위이론1:행위합리성과 사회합리화』장춘익 역(나남, 2006).

 

**이 글은 2013년 5월 18일 웹진 미르 http://www.themir.net에 먼저 공개된 것이다.

 

 

2013.04.01.月 : 구일섭이 하버마스에게

 

1990년대 한국사회에서 당신의 사상은 많은 파급을 미쳤다. 특히 철학, 사회학 분야에서 심했는데, 어떤 대학원 철학과에서는 대학원생 모두가 당신을 공부했어야 했다는, 다소 과장된 증언마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나는 이런 광범위한 관심들이 오로지 당신의 독자적인 영향력 때문이라기보다는, 당신이 80년대에 ‘재기발랄한 자극’이라고 치부한 파리발(發) 포스트모던 급진 철학에 대한 당신의 대결구도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80년대 초반 당신의 미국 강의에 기초한 『현대성의 철학적 담론』은 이런 대결구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흥미로운 저작이었다. 여기서 보여주는 비판은 수용적 비판이라는 방식을 취한다. 비판의 대상이 되는 텍스트의 전반을 아우르면서 평가를 위한 핵심을 드러내고 판정을 내리는 방식이다. 여기서 판정은 인본주의와 반인본주의의 사이에서 그 강도가 달라진다. 같은 포스트모던 사상가라도 로티에 대해서는 관대한 반면 푸코나 데리다에 대해선 가히 비정한 비판을 당신은 가한다. 여기서 비정한 비판이란 경멸의 의식에까지 이를 수 있는 비호감을 말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당신의 이런 비판의식이 비단 포스트모던 사상가에게 뿐만 아니라, 위대한 철학적, 사회학적 전통상에 있는 사유의 선배들에게도 예외가 없다는 점을 『의사소통행위이론』이 보여준다는 것이다. 다만 여기서는 비호감이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의사소통행위론의 구축을 위한 단서들은 모두 그들에게서 나왔기 때문이다.

 

당신의 사상의 궤적을 추력하려면 『공론장의 구조 변동』과 같은 초기 저작을 기점으로 삼아야 하지만, 현재 나의 관심은 당신의 전기(傳記)적 사상이 아니라 당신이 주도적으로 해명하고자 한 문제의식을 살펴보는 데 있다. 주석가에게는 불성실한 이런 태도는 적어도 현대의 마지막 사유의 거장이면서 열린 사유의 여유와 겸손함을 견지하는 학자에게는 그리 불공정한 접근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리고 특히 『의사소통행위이론』은 당신의 대표작이면서 그러한 문제의식을 포괄적이고 심층적으로 드러낸 노작이다. 먼저 이 책의 전반적 기획과 의도에 관해 설명을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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