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노동의 공기

단상 Vorstelltung 2023. 12. 26. 05:26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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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예전에 건설현장에서 함께 일한 동료와 짧게 안부를 주고 받았다. 오래 갈 줄 알았던 평택현장이 올해 초반부터 일감이 줄어들다 최근에 다시 회복되는 것으로 보였는데 그렇지 않은가 보다. 사실 한 현장이 3년 이상 지속되기는 힘들다. 3년이 뭔가? 3개월, 3일도 안되서 현장일이 끊길 수도 있는 것이 건설현장이다. 그래도 반도체공장 건설은 공기가 다른 현장에 비해 안정적인 편이다. 심지어 발전소 보다도.

현실이 이렇다 보니 팀단위로 움직이는 이들은 수시로 현장을 옮겨 다녀야 한다. 개별적으로 한다 해도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팀을 따라 움딕이는 것이 여러모로 덜 피곤한 일이지만, 동물도 서식처가 바뀌면 힘든 것 처럼 새로운 현장은 낯설은 것이다. 개인적으로 움직이며 팀 뿐만 아니라 현장도 옮기는 일에 이골이 난 사람도 있지만, 그런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할 뿐, 나이들고 이 현장 저 현장 돌아다니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일에 적합하고 민첩한 사람은 사실 팀장급의 사업주 외엔 드물 것이, 어차피 같은 노임을 받는다면 안정적인 공기의 동일현장이 임노동자에게 더 낫기 때문이다. 당장 눈앞의 돈에 흔들리는 사업자에겐 이런 일은 부수적일 뿐이다.

공기는 건설비용과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에 당사자 모두에게 민감한 일이지만, 옛날처럼 무리하게 공기를 단축하려다 사고가 나면 더 큰 문제이기에 건축주 입장에서는 더욱 신중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이런 일은 반도체나 발전소, 대규모 아파트같은 대형 현장에 한한다. 한없이 늘어질 수 없는 것이 건설공기지만, 한 현장이 마무리될 때 까지 일하고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팀을 만나는 것도 운이다. 좀더 능력이 된다면 그런 팀을 만드는 것은 운을 만드는 일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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