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에 관한 한 블로그를 방문했다가 이런 글을 쓴다. 운영자는 경제학 박사과정 내지 박사후 과정으로 보이는데 자신이 전공하는 특정 경제학을 소개하면서 이러저런 잡글도 올렸나 보다. 그러다가 이제 이런 딴짓거리는 안하고 오직 자신이 공부하는 특정 경제학에 관한 자료만 올린 것이라고 하면서, 자신은 오직 전공 분야 경제학을 공부하는데 관심이 있어서 사회현상과 연관된 경제 문제에 관해서는 일절 코멘트하지 않겠다고 한다. 물론 블로그에 자신의 취향이나 의견을 올린다고 뭐 대단한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보는 것도 자가당착이지만, 자신의 학이 엄정한 중립을 지킨다고 자부하는 것도 대단한 착각이다. 학의 가치중립성 주장은 학의 가치연관성을 가리기 위한 전형적인 수법이다. 원자폭탁을 만드는데 자신의 양자이론이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아인슈타인과 함께, 원폭금지운동에 동참한 폴링과 같은 과학자들은 학적 가치중립성의 전복을 드러낸 대표적인 경우다. 물론 각 개별학문에는 고유한 내적 체계와 방법론, 엄밀한 분석이 요구되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자신의 학의 시추공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방향감각을 상실한다면, 이런 학은 도구적 정신노동에 전락하고 만다. 블로그는 자유로운 개인적 주장의 표출공간이므로 스스로를 제한하는 주장에 무슨 문제를 제기할 수는 없지만, 안타까운 느낌이 든다.
학문간의 이질성은 민족간의 이질성과 유사하다. 사용하는 언어가 다른 것이다. 하나의 언어 보다는 여러 언어를 사용할 수 있다면 현상은 더 다채롭게 해석될 수 있다. 자신의 언어만이 우월하다고 자부하는 것은 학적 세계에서 또다른 제국주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