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의 국민의 정부 시절이었던 것 같다. 처음 직장생활을 벤처기업에서 시작하면서 사장과 함께 주로 금융권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곤 했는데 하루는 청와대에 갈 일이 있었다. 청와대 앞에 차를 세워 둔 채 사장만 들어갔고 나는 차에서 기다렸다. 사장이 만난 청와대 인사는 당시 경제수석이었던 한덕수였다.
정권을 잘 갈아타는 인사로 보였는데 윤석열 정부의 말뚝 총리로 있으면서 윤석열과 운명공동체가 된 것 같다. 무속과 관련해 그의 부인 얘기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서 씁쓸한 기분이 든다.
이제 마지막 선택의 시간이 얼마 안남았다. 윤석열이 야당에게 손을 내밀 기회를 이제 영영 놓쳐버린 과오를 왜 따라야 하는가? 긴 공직의 마무리가 그나마 불명예로 실추되지 않는 길은 이제 윤을 버리는 일 뿐이다.
(하루가 지난 후) 결국 그는 같은 길에 들어서고 말았다. 행정고시 출신으로서 이른바 보수와 진보 정권의 고위직을 모두 섭렵하며 결국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올라섰다. 정말 자신이 이제 정파를 초월한 대통령이 됐다고 생각했는지 여야의 합의를 촉구하며 마치 진보와 보수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기꺼어 직을 버릴 수 있다는 순교적 의기마져 비춘다. 또 한편으로는 자신 아니면 나라가 어떻게 될지 두고봐라, 탄핵으로 권한대행이 아무리 교체되도 국회 몫의 신임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과 내란 일반특검의 수용은 택도 없을 것이라는 과대망상적 자폭심리도 보인다.
그가 윤에게 책잡힐 일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 다른 어떤 이유에서 그런 것인지는 결국 이후에나 알 수 있는 역사의 영역으로 넘어갔다. 다만 진정으로 그가 지금까지의 영악한 인생여정과는 정반대로 탄핵이라는 독배를 스스로의 과오에 대한 뉘우침으로 마신 것이라면 그는 그래도 윤보다는 나은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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