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의 명암

단상 Vorstelltung 2024. 12. 26. 06:03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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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밤 독일 마그데부르크의 크리스마스 마켓에 차량이 돌진해 어린이 1명을 포함한 5명이 숨지고 200 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가 났다. 그날 밤 이 뉴스를 보았을 때 급발진 사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보도 상으로는 피의자가 사우디 아라비아 출신의 정신과 의사로서 독일에 온 지 20년이 됐으며, 반이슬람주의 성향에다 당국의 난민정책에 반감을 품고 있었다고 하며, 특이하게도 독일 극우정당 AfD의 지지자라고도 한다. 주변에선 거칠고 어수선한 성정으로 이미 사고 몇 달 전에 이민당국으로부터 위험인물로 지목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이 사건의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채, 정신상의 문제로 일어난 우발적 사건으로 추정되고 있다. 어떤 내막이 있는지 좀더 시간이 지나봐야 알겠지만, 결과적으로 엄청난 범행으로 귀결된 점에서 한국의 한 무모한 대통령을 다시 연상시킨다.

이번 계엄사태와 관련해 김용옥은 유트브에서 진행중인 주역강의에서 탈주술화에 관해 말했다. 자신은 원래 베버가 서구 근대의 합리성 요건으로 언급한 개념인 탈주술화를 서양 중심주의 근대관으로 봐서, 그러니까 조선시대에도 배불숭교 식의 합리성이 있어서 그런 개념이 못마땅했는데, 이번 계엄사태로 인정하게 됐다고 한다. 왜냐하면 무속은 물론 온갖 종교를 이용하는 김건희의 국정농단은 물론 계엄 계획에도 전직 성추행 사건 사령관 출신 무속인이 적극 개입됐다는 근거에서 주술정권이란 오명에서 현정권이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역이나 제도 종교에는 주술적 요소가 없는가? 문제의 본질은 주술의 개입이 아니라 인간의 문제가 아닐까? 주술은 얼마든지 개인적 취미로든 어떻게든 뭐라 할 수 없는 것이 종교의 자유와 같은 자유로운 활동이다. 하지만 공익을 벗어나는 것, 상식적으로 타인과의 호혜적 관계를 침해하는 종교적 활동은 자유주의적 질서에 위반된다. 더우기 인간관계의 인격성을 넘어 익명성도 보호해야하는 공직에서 특정 종교 내지 비교, 미신에 사로잡힌 정책이나 결단은 공공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적대행위다. 잘못된 종교, 비교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런 것에 휩쓸리는 인간의 문제다.

성탄절에 용산 대통령 안가에서 성탄예배가 있었다고 한다. 그에게 어떤 참회의 기회도 주지 않는 종교에 무슨 책임이 있을까? 확신범에게 필요한 건 종교가 아니라 독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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