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재집권으로 해결의 실마리가 예상되던 러우전쟁의 출구가 예상 밖으로 다소 복잡해지는 양상으로 보인다. 이 전쟁의 배후 당사국으로 지목됐던 미국이 이 여기서 발을 빼는 것을 넘어 광물협정으로 밀린 전비를 벌써 그리고 폭리로 돌려받겠다고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는 것은 우크라이나는 물론 유럽도 이제 미국을 천박한 장사꾼으로 치부할 수 밖에 없게 하는 동시에 유럽 내 회원국간 전비부담경쟁을 가중시킨다.
이 전쟁의 근본적 책임은 호전적인 푸틴은 물론 외교적 실책을 반복하고 있는 젤렌스키에게도 돌려지기는 하지만 여전히 유럽의 세 맹주인 프랑스와 영국, 독일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거두지 않고 있는데, 명분은 러시아가 촉발한 안보위협 때문이다. 따라서 아직 나토회원국이 아닌 우크라이나를 유럽은 러시아와의 완충지대로 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 독일만 놓고 보면, 이 전쟁에 대한 정파들의 입장은 상이하다. 지난 달 연방의회 총선거에서 28%의 득표율로 제 1당이 된 기민기사당은 16%의 득표율로 제 3당으로 밀려난, 신호등 연정의 주축이었던 사회민주당과 메르켈 이후 다시 연정협상을 하면서 기존에 국방예산에 대해 가지고 있던 입장을 수정해야 했다. 국방예산 지출을 헌법이 규정한 제한에 맞추려던 것이 사회민주당의 요구로 파기될 수 있게 된 것인데, 트럼프의 재집권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사회민주당의 이 안을 기민기사당이 수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구동독지역을 주로 맹폭하며 제 2당으로 올라선 극우정당 AfD와 반등에 성공한 좌파당, 좌파당에서 분리해 나온 BSW는 조속한 종전을 주장하는 점에서 트럼프와 비슷한 입장이다.
전쟁초기 미국의 압도적 물량지원으로 우크라이나에게 반격을 당한 러시아가 핵카드를 언급하자 러시아는 유럽은 물론 전세계에 공포를 몰고올 위험국가로 악마화됐다. 하지만 이후 전쟁의 양상은 지리한 참호전에 북한군까지 출몰하면서 이들을 하이브리드 전쟁기술로 게임처럼 처리하는 미래전의 모습을 연출했지만 근본적으로 영토 싸움이라는 재래전의 틀을 벗어나지 않았다. 물론 러시아가 범한 참혹한 전쟁범죄의 증거들은 명백하다. 하지만 전쟁이 발발한 이상, 그리고 전쟁이 멈추지 않는 한 범죄는 일상이 되고 현실의 연속이자 과속으로 치닫을 뿐이다. 트럼프가 세계평화 따위의 이념에는 하등의 관심도 없이 천박하게 돈만 밝히는 미국의 대표 수전노일 수도 있지만, 이런 해맑고 노골적인 속내의 표출이 그의 의도와 상관없이 종전에 기여를 한다면, 이것이 어쩌면 순수한 경제논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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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3.07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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