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연말

서술 Beschreibung 2024. 12. 31. 06:12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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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인 29일 어제 아침 무안공항에서 일어난 제주항공사의 보잉 737-800 기의 사고 소식은 큰 충격이다. 같은 달 초에 일어난 비상계엄은 인명살상을 비켜갔지만, 어제의 비행사고로 꼬리칸에 탑승한 승무원 2명을 제외한 탑승객 179명 전원이 참사를 당했다. 현재까지 주요 사고원인은 과도하게 지속된 비행시간에 따른 기체의 피로누적, 저가항공사에 고질적으로 문제시된 정비불량, 그리고 활주로 밖의 착륙유도등을 지탱하던 토목 시설물로 보도된다.

어제 뉴스에서는 동체착륙하던 비행기가 외벽에 충돌하며 폭발하는 것을 계속 보여주면서도 이 강력한 벽의 정체에 대한 보도는 없어서 착륙 후 자체 폭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날 밤 한 국내 토목공학자가 사고 영상을 상세히 분석한 자체 방송에서 이 벽이 안에 콘크리트 보강체가 내장된 약 5미터 높이의 단단한 토사층으로 보인다는 관찰을 알렸다. 이 구조물만 아니었어도 대형참사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란 점에서, 철새 도래지에 2007년 정치적 입김으로 건설된 공항을 관리하는 당국도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무엇보다 안전을 도외시한 저가 영업이 이런 엄청난 참사의 발단임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정확한 사고원인규명은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소소한 재해와 위험요소가 누적되어 중대재해가 일어난다는 것은 여러차례 반복적으로 보아온 일이다. 유일하게 활황인 조선업계의 조선소 현장에서는 30일 오전에 있었던 22살 잠수부의 사고를 포함해 올해 1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이들은 주로 하청과 이주노동자들이었다. 우발적으로만 보이지 않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일이 재연되는 것은 또다른 사회적, 국가적 비극이다. 이런 비극을 막는 것은 겉만 번지르한 선진국 타령 보다 선행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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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생활

단상 Vorstelltung 2024. 12. 30. 18:08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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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 하게될 구치소 생활이 어떨지 유트브에서 관련 영상을 보다 평택현장에서 숙식노동의 기억이 떠올랐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에서 일을 나가야 하는 부산스러운 아침에 편안히 숙소의 화장실을 이용하기란 꺼림직했다. 현장에 나가면 그래도 화장실이 넉넉한 편이지만 늘상 줄을 서서 기다려야하는 상황이었다. 현장의 화장실을 그나마 이용하기 편한 시간은 점심시간 이후였다.

기본권이라기 보다는 생명권과 관련된 일체의 활동이 제한되는 것이 구속인데, 아름다운 구속이란 김종서의 노래는 형용모순이자 반어적 제목이다. 하긴 전직 대통령의 감방생활은 일반범에 비해 더 편안하긴 할 것이지만, 수형생활의 이런 전관우대는 별 설득력이 없다.

별반 다를게 없는 저마다의 신체활동의 제한을 공정하게 집행하는 것도 법치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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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주장 Behauptung 2024. 12. 27. 06:16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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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의 국민의 정부 시절이었던 것 같다. 처음 직장생활을 벤처기업에서 시작하면서 사장과 함께 주로 금융권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곤 했는데 하루는 청와대에 갈 일이 있었다. 청와대 앞에 차를 세워 둔 채 사장만 들어갔고 나는 차에서 기다렸다. 사장이 만난 청와대 인사는 당시 경제수석이었던 한덕수였다.

정권을 잘 갈아타는 인사로 보였는데 윤석열 정부의 말뚝 총리로 있으면서 윤석열과 운명공동체가 된 것 같다. 무속과 관련해 그의 부인 얘기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서 씁쓸한 기분이 든다.

이제 마지막 선택의 시간이 얼마 안남았다. 윤석열이 야당에게 손을 내밀 기회를 이제 영영 놓쳐버린 과오를 왜 따라야 하는가? 긴 공직의 마무리가 그나마 불명예로 실추되지 않는 길은 이제 윤을 버리는 일 뿐이다.

(하루가 지난 후) 결국 그는 같은 길에 들어서고 말았다. 행정고시 출신으로서 이른바 보수와 진보 정권의 고위직을 모두 섭렵하며 결국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올라섰다. 정말 자신이 이제 정파를 초월한 대통령이 됐다고 생각했는지 여야의 합의를 촉구하며 마치 진보와 보수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기꺼어 직을 버릴 수 있다는 순교적 의기마져 비춘다. 또 한편으로는 자신 아니면 나라가 어떻게 될지 두고봐라, 탄핵으로 권한대행이 아무리 교체되도 국회 몫의 신임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과 내란 일반특검의 수용은 택도 없을 것이라는 과대망상적 자폭심리도 보인다.

그가 윤에게 책잡힐 일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 다른 어떤 이유에서 그런 것인지는 결국 이후에나 알 수 있는 역사의 영역으로 넘어갔다. 다만 진정으로 그가 지금까지의 영악한 인생여정과는 정반대로 탄핵이라는 독배를 스스로의 과오에 대한 뉘우침으로 마신 것이라면 그는 그래도 윤보다는 나은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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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의 명암

단상 Vorstelltung 2024. 12. 26. 06:03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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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밤 독일 마그데부르크의 크리스마스 마켓에 차량이 돌진해 어린이 1명을 포함한 5명이 숨지고 200 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가 났다. 그날 밤 이 뉴스를 보았을 때 급발진 사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보도 상으로는 피의자가 사우디 아라비아 출신의 정신과 의사로서 독일에 온 지 20년이 됐으며, 반이슬람주의 성향에다 당국의 난민정책에 반감을 품고 있었다고 하며, 특이하게도 독일 극우정당 AfD의 지지자라고도 한다. 주변에선 거칠고 어수선한 성정으로 이미 사고 몇 달 전에 이민당국으로부터 위험인물로 지목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이 사건의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채, 정신상의 문제로 일어난 우발적 사건으로 추정되고 있다. 어떤 내막이 있는지 좀더 시간이 지나봐야 알겠지만, 결과적으로 엄청난 범행으로 귀결된 점에서 한국의 한 무모한 대통령을 다시 연상시킨다.

이번 계엄사태와 관련해 김용옥은 유트브에서 진행중인 주역강의에서 탈주술화에 관해 말했다. 자신은 원래 베버가 서구 근대의 합리성 요건으로 언급한 개념인 탈주술화를 서양 중심주의 근대관으로 봐서, 그러니까 조선시대에도 배불숭교 식의 합리성이 있어서 그런 개념이 못마땅했는데, 이번 계엄사태로 인정하게 됐다고 한다. 왜냐하면 무속은 물론 온갖 종교를 이용하는 김건희의 국정농단은 물론 계엄 계획에도 전직 성추행 사건 사령관 출신 무속인이 적극 개입됐다는 근거에서 주술정권이란 오명에서 현정권이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역이나 제도 종교에는 주술적 요소가 없는가? 문제의 본질은 주술의 개입이 아니라 인간의 문제가 아닐까? 주술은 얼마든지 개인적 취미로든 어떻게든 뭐라 할 수 없는 것이 종교의 자유와 같은 자유로운 활동이다. 하지만 공익을 벗어나는 것, 상식적으로 타인과의 호혜적 관계를 침해하는 종교적 활동은 자유주의적 질서에 위반된다. 더우기 인간관계의 인격성을 넘어 익명성도 보호해야하는 공직에서 특정 종교 내지 비교, 미신에 사로잡힌 정책이나 결단은 공공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적대행위다. 잘못된 종교, 비교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런 것에 휩쓸리는 인간의 문제다.

성탄절에 용산 대통령 안가에서 성탄예배가 있었다고 한다. 그에게 어떤 참회의 기회도 주지 않는 종교에 무슨 책임이 있을까? 확신범에게 필요한 건 종교가 아니라 독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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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책들 Bücher 2024. 12. 16. 14:23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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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행사하는 권력은 자연이나 신으로부터 유래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자연으로부터 나온다면, 권력을 가진 자는 권력이 없는 자에게 양 앞의 늑대다. 즉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다(Homo homini lupus). 신으로부터 나온다면 인간은 인간에게 신이다(Homo homini Deus).

Carl Schmitt, Gespräch über die Macht und den Zugang zum Machthaber(Günther Neske Pfullingen, 1954), S.9-10.

인간이 인간에게 인간인 명제는 권력관계를 내포하며, 이 관계는 복종을 통해 성립된다. 복종은 자의적인 것이 아니라 동기화된 것이다. 권력에 대한 동의는 대개는 신뢰 외에 공포, 희망, 절망으로부터 생긴다…동의(Konsens)는 권력을 가동시키지만 권력도 동의를 가동시킨다. 모든 피권력자로부터 충분한 동의로 집행되는 권력은 모는 동의의 총계 이상의 잉여가치를 가진다. 현대의 권력자는 자신의 권력에 동의를 가동시킬 수 있는 수단을 칼 대제나 프리드리히 1세 보다 더 많이 가진다.

상동 11-12

권력의 고유한 용량 : 무시무시한 권력자라도 인간적 신체의 한계와 이성의 불충분성, 정신의 약함에 결부됨. 홉스의 국가론은 바로 이런 인간의 나약함에서 출발. 나약함은 위험을 낳고, 위험은 공포를, 공포는 안전을 필요로함에 따라 이러저런 기관을 갖춘 보호기구의 등장이 불가피해짐. 하지만 홉스에 의하면, 이런 모든 보호조치에도 불구하고 각인이 각인을 죽일 수 있음. 나약한 인간도 가장 강력한 인간을 없앨 수 있는 상황에 놓일 수 있음

상동 13-14

권력의 피할 수 없는 내적 변증법 : 모든 직접적인 권력은 조언이나 보고처럼 간접적인 영향들에 종속됨. 즉 권력의 밀실이 있음(ein Vorraum, ein Zugang zum Ohr, ein Korridor zur Seele des Machthabers). 어떤 이성적인 장치로도 이 밀실을 완전히 근절할 수 없음.

상동 15-16

직접적인 권력이 그의 개인적인 인맥에 집중될 수록 권력자는 더욱 고립된다. 회랑은 지면으로부터 그를 분리시켜 성층권까지 그를 부양시킨다. 여기서 그는 그를 간접적으로 지배하는 자들에게 도달하지만 자신의 권력의 행사 대상인 나머지 모든 사람들에게 더이상 도달하지 못하고 이들 역시 그에게 더이상 도달하지 못한다. 불가피한 권력기구에 의한 권력자의 격리.

상동 17

실제적 사례 : 1. 1890년 3월 제 1 제국의 창시자이자 제국 총리인 비스마르크와 빌헬름 2세 황제, 젊은 왕자 사이에 있었던, 각료의 보고 방식에 관한 갈등 2. 쉴러의 서사시 돈 카를로스

상동 18-19

권력의 선악에 관해 : 내가 권력을 갖고 있으면 권력은 선이지만 나의 적이 갖고 있다면 악이다. 권력에 대한 자의적 해석…권력 자체는 가치중립적이며 권력을 행사하는 의지의 선악이 문제? 대성자 그레고르는 권력을 신으로부터 비롯된 신성하고 선한 것으로 봐서 악마가 권력을 사용하더라도 권력 자체는 항상 선하고 신성하지만 악마의 의지가 악하다고 봄. 이에 반해 야콥 부르크하르트는 권력 자체가 악하다고 말함. 중세시대 이후 프랑스 혁명에 이르러 권력에 대한 본질적 인식의 변화가 있었다고 봐야 함. '신은 죽었다'와 '권력은 악이다'라는 주장은 동일한 시대상황에서 나온 동일한 것.

상동 20-23

권력관계 : O. 스펭글러가 인간은 맹수라고 본 것과 다른 차원에서 홉스는 인간의 권력관계를 간파했는데, 1650 년 당시에도 이미 발전된 인간의 무기가 맹수를 능가하는 것에서 볼 수 있는 것 처럼 인간의 유약함을 극복하는 기술적 수단의 증대는 권력자와 비권력자 사이의 힘의 격차(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적대적인)를 더욱 벌리는 위험을 초래. ㅣ현대적인 전멸도구를 가진 권력이 개별인간의 힘(근육과 뇌)을 능가하는 상황에서 선하거나 악한 인간적 의지는 더이상 이 초음속의 성층권에 부합할 수 없음. 이렇듯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기술, 기계에 관련된 문제는 더이상 인간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부터 풀려난 연쇄반응으로서 인간들 사이에 있던 기존의 권력관계를 초월함.

상동 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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