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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 Bücher'에 해당되는 글 169건

  1. 2011.09.15 명절 후유증
  2. 2011.09.06 그간의 독서
  3. 2011.08.22 삼성 : 나라를 먹여 삼키는 기업 3
  4. 2011.08.16 책들의 이편과 저편
  5. 2011.08.04 무르익어 가는 폭동의 조짐

명절 후유증

책들 Bücher 2011. 9. 15. 14:42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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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기간동안 집의 컴퓨터와 차량이 큰 고장을 일으켰다. 추석 당일 아침, 가족과 함께 동해로 향하던 차량에서 타는 냄새가 났고 오르막길에서 힘을 내지 못했다. 10년도 넘은 차량이긴 하지만 그런대로 잘 관리를 해서 이 지경까지는 아니었는데 아무래도 심상치 않았다. 수동 기어의 변속감도 없었다. 풍수원에서 견인차를 불렀는데, 횡성 읍내에서 유일하게 문을 열었다는 정비소로 안내했다. 견적가가 너무 비싸게 나와 다른 정비소를 알아보러 횡성을 뒤지다가 그냥 동해로 출발했다. 90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고, 주행중에 변속을 할 필요도 없어서 운행할 만 했다. 무사히 처가에 도착해 다음날 동서 형님이 소개한 천곡동의 카센터에 갔다. 여기서 미션을 들어내는 장작 5시간의 수술을 받은 승용차는 수술의 여파로 이젠 트럭같은 소리를 낸다. 장거리를 대비해서 차량 정비를 어느 정도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잦은 고장을 일으키는 낡은 트럭을 손수 수리해 가며 오클라호마에서 캘리포니아까지 이주하는  톰 조드 가족의 고군분투를 그린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로 이어졌다. 인생의 어느 시기에 봉착한 험난한 도정에 용기를 불러일으키는 이런 작품은 무형의 자산이다.

"우리 인생길 반 고비에
 올바른 길을 잃고서 난
 어두운 숲에 처했었네"

단테, 『신곡 : 지옥편』La comedia di Dante Alighieri-Inferno 박상진 역(민음사, 2011, 1판 11쇄) 1곡,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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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의 독서

책들 Bücher 2011. 9. 6. 17:35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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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철의 『삼성을 생각한다』를 흥미롭게 읽고 우리 소설을 읽어볼까 하고 최윤의 단편 모음집『첫만남』(문지, 2005) 중 '그 집 앞', '느낌', '밀랍호숫가로의 여행'만 읽고 반납했다. 중년 여성의 쓸쓸한 내면 풍경을 보여주는 글은 읽기의 즐거움은 고사하고 읽기의 괴로움을 더한다. 그 옛날 춘천의 육림극장에서 장선우 감독의 『꽃잎』을 보고, 그 원작이 최윤의 작품이란 걸 오랫동안 기억에 간직하면서 기대를 했는지 모른다. 원작을 보지 않고 영화만 본 감동으로 품었던 막연한 기대였다. 지금 보는 책은 마리-모니크 로뱅의 『몬산토 : 죽음을 생산하는 기업』(이레, 2009)이다. 이 책을 보고 난 후 담배를 끊어볼까 하고 24시간 금연을 했다. 담배에 들어가 있는 농약에 함유된 각종 화학물은 몬산토같은 다국적기업이 20세기 초반부터 핵심사업으로 밀고온 것이다. 제초제 사업을 비롯해 1,2차 대전에는 화학무기의 개발로 재미를 본 몬산토는 월남전에는 고엽제 생산으로 또 한번 재미를 본다. 이런 기업이 과거의 오염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 이제는 종자 사업에 진출해 GMO 농산물로 세계를 위협한다. 몬산토에게 미국의 환경감독국인 EPA나 식양청인 FDA는 자신들이 떡주무르듯 농락할 수 있는 허수아비 감독기관에 불과했다. 에버랜드 문제로 삼성의 변호를 섰던 변호사가 대법원장이 되어 다시 이 사안을 맡는 식의 회전문 인사교류가 몬산토와 EPA, FDA 사이에 활발히 진행되면서 검증되지 않은 위험 제품들이 다량 유출됐다. 원유량을 고도로 늘리기 위한 성장촉진 호르몬인 rBGH와 같은 GMO가 정관의 유탁으로 세련되게 세탁되어 '안전'을 담보해 유통되는 미국의 실정은, 미국 박사가 숭상되는 한반도에서 자고의 진실로 통용된다. 1960년 염소화합물인 PCB(폴리염화비페닐)를 둘러싼 소송을 시작으로 줄기차게 제기되는 몬산토에 대한 소송은 현재진행형의  인정투쟁을 보여준다. 인정투쟁이란, 사활을 건 싸움이다. 고엽제 후유증으로 기형을 안고 태어난 자녀의 부모가 이런 후유증을 알고 있으면서도 막대한 이윤을 위해 버젓이 이런 제품을 생산한 기업에게 인정사정 볼 것이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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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 나라를 먹여 삼키는 기업

책들 Bücher 2011. 8. 22. 16:19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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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소설책 읽기가 시들시들해 지면서 도서관 서가의 사회과학류를 서성거리다 김용철의 『삼성을 생각한다』(사회평론, 2010, 초판 10쇄)와 이삼성의 『동아시아의 전쟁과 평화』(한길사, 2010, 1판 4쇄)를 대출했다. 김용철의 책은 이제 면책을 받고 잔뜩 힘이 들어간 눈매와 몸체를 뒤뚱거리는 삼성 족벌 2세의 당당한 위풍에 가려 잊혀질만한 시대의 에피소드로 전락해 가는 감이 있지만, 대기업에 국가와 생활세계가 매수당하는 현실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란 점에서, 이 분야의 영원한 고전이라 불러도 좋을 내부 고발서이다. 삼성의 60여개의 계열사가 구조본이라는 법적 실체도 없는 회장의 비서실에 의해 좌지우지되며, 주요 계열사가 이재용에서 출발하는 순환출자로 꽁꽁 묶여 있는 체제는 현대판 친권체제, 중앙집권식 기업 운용 방식이다. 고중세 세계의 왕국에서 가신과 제후를 묶는 접착제가 칼자루와 작위/영지였다면 삼성은 철저히 돈이다.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주요 계열사가 벌어들인 실적의 일부는 세탁되어 행정/사법/입법에 전방위적으로 흘러간다. 흥미로운 에피소드 하나.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정부의 타이틀에 대한 논의는 삼성 구조본의 회의에서 '참여정부'라는 이름으로 먼저 나왔고 이후 청와대에서 이를 채택했다고 한다. 삼성의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최고 실세 이학수가 노무현의 부산상고 선배였으며, 노무현이 '학수선배'라 잘 따랐다는 얘기. 이런 인맥으로 이학수는 2002년 당시 구조본에서는 드물게도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도 괜찮겠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어떤 정부든 길들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참여정부의 정책 일부가  삼성경제연구소의 영향을 받았으며, 삼성전자 사장 진대제는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입각하기도 했다. 법원 퇴직 후 변호사로서 삼성 에버랜드 사건의 변호를 맡았던 이용훈은 이후 참여정부의 대법원장이 되는데, 삼성의 지배구조 및 경영권 승계와 맞물린 에버랜드 사건이 결국 대법원까지 올라오게 되자 이용훈 대법원장은 삼성에게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냈다. 참여정부가 이 정도인데 이명박 정부는 더 말할 것도 없다(이명박과 삼성의 연결고리는 삼성가의 인연깊은 가신인 천신일 세종나모 회장). 국가 예산 규모의 매출을 올리는 이 족벌 그룹이 대한민국을 언제까지 쥐락펴락할까.  

이삼성은 이 책에서 자신의 문제틀을 방대한 동아시아 역사 학습의 바탕에 투영시킨다. 저자는 예일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미국통인데 왜 동아시아의 역사에 빠져든 것일까? 저자는 통일신라 이후 조선의 몰락 시기 까지 지속되어온 한반도의 중화주의(중원의 오리지널 중국을 숭상하는 주의)라는 이념의 숭배대상이 이제 미국으로 바뀐 시점에서, 이런 이념이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적절한 것인지 묻는다. 중국은 중원으로 대표되는 한(漢) 민족만의 중국이 결코 아니라, 중원을 둘러싼 노마드 세력과 엎치락 뒤치락한 복합적 단위의 국가라는 것이다. 하,상,주에 이은 춘추전국시대를 통일한 진(秦)은 원래 서쪽 끝에서 노마드 족과 다툼을 벌였던 나라다. 중국이란 정주민인 한족과 유목인인 노마드가 역사를 동틀어 전쟁과 경제적 공생, 문화의 형태로 끊임없이 상화작용을 하지만, 서로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처럼 결코 합일될 수 없는, 끊임없는 내적 분열의 봉합상태이다. 통일신라 시대를 전후해 한반도의 영남중심 집권세력이 정주민인 한(漢)민족의 중국을 숭상하고, 중원 주변의 노마드를 오랑캐로 배척함에 따라 전란을 입기도 했다. 여진과 원, 청이 그렇다. 하지만 흉노라는 노마드가 기원전 3세기에 중국 변방을 흔들기 시작한 이후, 2천여 년간 중국의 통일을 한족과 양분한 이들은 바로 몽골과 만주리안과 같은 노마드였으며, 역사의 후대로 갈 수록 노마드의 지배기간이 길어졌다. 그만큼 이 변방족들이 한족을 흡수하면서도 안정적으로 통일된 중국을 관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중국공산당이 티벳의 독립요구에 미친듯 발끈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역사의 지형 위에서 저자는 앞으로 남한의 외교가 친미를 유지하면서 동북아의 평화를 지켜 나갈 수 있는지 의문시한다. 하지만 과거의 그 거대한 동아사아의 역사지형이 현재의 동북아 질서를 이해하고 선견하는데 참고 이상의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저자는 혹시 역사의 심원한 단층을 너무도 가볍게 넘겨 뛰려는 것은 아닐까? 산업혁명과 1,2차 세계대전은 전혀 새로운 현실을 한반도에 안겨 준 것이 아닐까? 위태위태한 달러의 불안 앞에서 힘의 균형이 중국으로 쏠리는 세계정세에서 하나의 돌파구를 이 책에서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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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의 이편과 저편

책들 Bücher 2011. 8. 16. 16:50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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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에 고등학생인 조카네 집에 갔다가 논술 수험용으로 나온 세계문학전집 중 노먼 메일러의 『아메리카의 꿈』을 빌렸었다. 『분노의 포도』 1권을 다 보고 나서, 2권을 빌리려는 시점에 『아메리카의 꿈』을 잠깐 보다가, 『분노의 포도』2권을 마져 다 읽고 『아메리카..』를 다시 들었다. 앞에서 잠깐 보기로 번역이 너무도 이상했고, 지난 연휴 동안 방바닥을 구르며 읽고 있는데, 역자가 제대로 이해를 하고 번역을 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이해불가능한 문장 투성이었다. 하드 커버 장정에 칼라 사진까지 덧붙인 해설은 그럴싸한데 이런식으로 해서 수험생 학부모에게 세계문학전집을 팔아 먹으려는 상술이 돋보인다. 출판사는 중앙출판이란 곳이다. 중간에 읽다가 그만 두는게 영 개운치 않아서 다 읽기는 했는데, 난공불락의 문장을 헤치며 줄거리만 쫏은 독서가 되버렸다. 별 감흥없이 읽어버린 이 책을 던지고 『돈키호테』를 읽기 시작했다. 『분노의 포도』2권을 빌릴 때, 예약 대출 서고에 『돈키호테』1편 완역본(시공사)이 있는 걸 보고 작정을 해둔 터였다. BK21 지원금 까지 받으면서 번역된 책이라 아무래도 볼 만한듯 하다. 중간 중간에 19세기 삽화가인 구스타프 도레의 그림이 들어가 있는데, 영화 『솔라리스』에서 우주정거장의 도서관 장면 중 주인공이 펼쳐든 『돈키호테』에 나온 삽화와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 비오는 여름날 읽기에 좋은  책들이지만 책 밖의 세상이 더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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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르익어 가는 폭동의 조짐

책들 Bücher 2011. 8. 4. 15:03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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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쫏겨나듯 오클라호마의 샐리소를 떠난 톰의 가족은 우여곡절 끝에 캘리포니아에 도착하지만, 고속도로의 중간 중간에 만났던 사람들의 경고처럼 서부에서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음을 알게 된다. 남동부 전역에 뿌려진 캘리포니아 농장의 구인 전단은 노동공급을 늘려 노임을 낮추려는 것, 곧 산업예비군의 양성으로 기층민중의 생활을 폭압적으로 몰아가면서 저렴한 값으로 쉽게 뽑고 쉽게 자를 수 있도록 이들을 관리하려는 것이었다. 매스의 단위로 인간을 관리하는 이런 현상은 아감벤이 지적하다시피, 생명이 관리대상으로 포섭되는 아우슈비츠를 전형으로 해서, 첨담화되는 정보통신기술과 맞물려 이제 온사회에 퍼져가고 있다.] 

"땅은 더욱더 소수의 손에 집중되었고, 재산을 빼앗긴 사람들의 숫자는 점점 늘어났다. 대지주들은 사람들을 억압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엄청난 재산을 보호하는데 필요한 무기와 독가스를 사는 데 많은 돈을 썼다. 혹시 사람들 사이에서 불온한 소리들이 오가지는 않는지 감시하기 위해 첩자들도 보냈다. 폭동이 일어나면 짓밟아 버리기 위해서였다. 대지주들은 경제적 변화도 무시했고, 변화를 위한 계획도 무시했다. 폭동의 원인이 계속 존재하는데도 대지주들은 폭동을 분쇄할 방법만 생각했다."

존 스타인벡, 『분노의 포도』2 The Grapes of Wrath (1939) 김승욱 역 (민음사, 2009, 1판 4쇄), 23면.

"기업들, 은행들도 스스로 파멸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그들은 그것을 몰랐다. 농사는 잘되었지만 굶주린 사람들은 도로로 나섰다. 곡식 창고는 가득 차 있어도 가난한 집의 아이들은 구루병에 걸렸고 펠라그라병 때문에 옆구리에서는 종기가 솟아올랐다. 대기업들은 굶주림과 분노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것을 몰랐다. 그들은 어쩌면 품삯으로 지불할 수도 있었을 돈을 독가스와 총을 사들이는 데, 공작원과 첩자를 고용하는 데,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사람들을 훈련하는 데 썼다. 고속도로에서 사람들은 개미처럼 움직이며 일자리와 먹을 것을 찾아다녔다. 분노가 끊어오르기 시작했다."

상동,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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