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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 Bücher'에 해당되는 글 169건

  1. 2011.07.24 24시간의 독서
  2. 2011.05.05 열정
  3. 2011.04.17 기쁨의 힘
  4. 2011.04.11 개성의 단독성
  5. 2011.04.05 문고판의 도서 기획

24시간의 독서

책들 Bücher 2011. 7. 24. 10:30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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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전』: 이름처럼 널리 화자된 이 책이 왜 고전인지 의문스럽다. 허균(1569~1618)의 작품인지도 확증할 수는 없다. 16세기 조선의 세간에 돌던 민담에 탐관오리와 불도를 처단하고 부의 재분배를 실행하는 의적활동이 결합된 사회소설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생각보다 분량이 매우 짧다. 아마도 허균같은 당대의 문인이 세간에 돌던 이야기를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똑같은 소설인데 판본이 다른 완판본과 경판본을 굳이 같이 싣고, 영인본까지 실어놓은 출판사의 노고가 안습이다. 판본상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세월의 험난한 격차로 시시한 이 소설을 누가 두 번씩이나 연달아 읽고, 구두점은 물론 철자도 다른 중세 국어로 된 영인본을 읽을까.  

텍스트 : 『홍길동전』김탁환 옮김/백범영 그림(민음사, 2009, 1판 2쇄).

『인형의 집』(1879년 12월 21일 코펜하겐 초연) : 여성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외친 최초의 페미니즘 희곡. 그런데 노라가 결단을 하게 된 동기가 의심스럽다. 토르발이 크로그스타드의 편지를 보고 노라의 기대와 달리, 노라를 보호하지 않으려 한다는 사실에 노라는 충격을 받고 독립을 결심한 것인데, 만약 남편이 자신의 책임으로 이 일을 수용하려 했다면, 노라는 여전히 그의 종달새이자 인형으로 남았을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남편의 한계가 그녀를 도운 것이다. 그 외 등장인물은 린데 부인, 랑크 박사, 세 아이 외 유모.

텍스트 : 헨리크 입센, 『인형의 집』Et dukkehjem 안미란 역(민음사, 2010, 1판 1쇄). 

*상반기 독서목록 : 1월 말부터 7월 초까지 읽은 책들

마거릿 애트우드, 『인간 종말 리포트』Orix and Crake 차은정 역(민음사, 2008, 초판1쇄).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이탈로 칼비노, 『우주 만화』Le Cosmicomiche 김운찬 역(열린책들, 2006, 보급판 1쇄).
헤르만 헤세, 『싯타르타』 박병덕 역(민음사, 2008, 신장판 22쇄).
노먼 메일러, 『밤의 군대들』권택영 역(민음사, 2007, 1판 1쇄).
페터 한트케, 『어두운 밤 나는 적막한 집을 나섰다』In einer dunklen Nacht ging ich aus meinem stillen Haus(문학동네, 윤시향 역, 2011, 초판).
페터 한트케, 『왼손잡이 여인』(범우사, 1992, 2판 2쇄).
토마스 하디, 『테스』 Tess of the D'Urbervilles 정종화 역(민음사, 2009, 1판 1쇄).
서머셋 몸, 『면도날』The Razor's Edge(1944) 안진환 역(민음사, 2010, 1판2쇄).
이청준, 『축제』.
윌리엄 스타이런 William Styron, 『소피의 선택』Sophie's Choice(1979) 한정아 역(민음사, 2008, 1판 1쇄).
노발리스, 『푸른 꽃』김재혁 역(민음사, 2008, 1판 16쇄).
윌리엄 스타이런 William Styron, 『보이는 어둠』Darkness Visible (19992) 임희옥 역(문학동네, 2008, 1판 7쇄).
존 바스,『키메라』이운경 역(민음사, 2010, 1판 1쇄) : 1,2부만.
아서 밀러 Arthur Miller, 『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a Salesman 강유나 역(민음사, 2010, 1판 2쇄).
조셉 콘래드,『로드 짐』 이상옥 역(민음사, 2007, 1판 3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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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책들 Bücher 2011. 5. 5. 22:32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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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벨의 래리에 대한 사랑이 열정없는 그것이었음을 작가가 지적하는 대목. 이런 점에서는 래리도 마찬가지였다.

"열정은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으니까. 파스칼은, 가슴은 이성이 이해하지 못하는 나름대로의 이유를 갖고 있다고 말했지. 내 생각이 맞는다면 그건 열정이 가슴을 사로잡으면 가슴은 사랑을 위해 세상을 잃어도 좋다는 것을 입증할 만한 그럴듯한, 심지어는 결정적인 이유들을 만들어 낸다는 뜻이야. 그래서 명예를 희생시켜도 좋고 치욕도 그리 큰 대가가 되지 않는다는 확신을 주지. 열정은 파괴적인 거야.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파넬과 키티 오셰이도 결국 ㅣ 열정 때문에 파멸로 치닫고 말았잖아. 그리고 열정은 무언가를 파괴하지 않으면 소멸해 버려. 그러고 나면 수년 동안 인생을 허비했다는 걸 깨닫고 비참한 기분이 들겠지. 사람들에게 망신을 당하면서 무서운 질투의 고통을 견뎌 내고 그 모든 쓰디쓴 치욕을 삼켜야 하는 순간이 올 테니까. 자신이 가진 애정을 전부 가난한 매춘부에게 소진했음을, 어리석고 하찮은 존재에게 자신의 꿈을 모두 걸었음을, 껌 한 쪽만도 못한 상대에게 영혼을 전부 쏟아부었음을 깨닫는 비참한 순간이 찾아오는 거지."

서머셋 몸, 『면도날』The Razor's Edge(1944) 안진환 역(민음사, 2010, 1판2쇄), 280-281.

모처럼의 휴일, 지역의 자그마한 어린이날 행사장에서 아이들과 적당히 놀고 집에서 적당히 쉬었다. 이청준의 『축제』를 읽으며 이걸 다른 언어로 번역된 걸 읽으면 어떨까 생각하니 아찔했다. 이청준 식의 특유 문형에 전라도의 사투리들. 결국 번역문은 어느 정도 문체의 느낌상으로나 의미상 손실을 감안하고 읽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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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의 힘

책들 Bücher 2011. 4. 17. 15:20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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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내리는 밤, 달리는 짐마차의 범포 속에서 테스가 사랑하는 연인 에인절의 계속되는 청혼을 어렵게 승낙한다.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에게 작용하는 사회적 압박이 지금 시점에서는 진부한 것으로 치부될 수 있을지 모르나, 인간을 압박하는 사회적 규약은 지금 시대에도 다른 형태로 작용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예 처음부터 그 결혼에 승낙을 했어야 했는지도 몰랐다. '기쁨에 대한 욕구'는 모든 피조물에 널리 퍼진다. 조수가 가날픈 해초를 흔들듯 그 목적을 향해 인간을 흔드는 거대한 힘은 막연한 사회적 규약으로는 통제할 수 없다."

『테스』1, 340면.

결혼 첫날 밤, 테스의 고백을 듣고 에인절은 폭풍같은 심적 고통 속에서 강직하면서도 신중한 결단을 내린다.

"그녀가 흐느끼면서 등을 뒤로 돌렸다. 그러나 그녀의 모습은 에인절 클레어를 제외하고는 어떤 남자의 마음도 돌려놓을 만큼 애처로웠다. 품성이 한없이 부드러운 옥토 속에 들어 있는 철광처럼 논리라는 단단한 매장물이 숨어 있어 그것을 스쳐 지나가는 것은 모조리 그 끝이 뒤집어지게 마련이었다. 바로 그것이 교회를 받아들이는 것을 막았고 또 이번에는 테스를 받아들이는 것을 막고 있는 것이었다. 더구나 그의 애정 자체가 불이기보다는 빛이어서 이성이 관계된 일에서는 믿지 않으면 따르는 일이 없었다. 이런 점에서 그는 지성으로는 경멸하면서 감각적으로는 매혹되는 감수성 강한 사람들과 대조를 이ㅣ 루었다. 그는 그녀의 흐느낌이 끝나기를 기다렸다...일단 꿈이 외형에 의하여 조롱된 것을 알고났을 때 직선적인 마음을 끊임없이 좌절시키는 반감의 파도가 아직도 그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반감의 파도 아래에는 동정심이라는 역류가 흐르고 있어 세상일에 능숙한 여자라면 그것으로 그를 정복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테스는 그 점을 이용하지 않았다."

『테스』2(민음사, 2009, 1판1쇄),34-35면.

그리고 인습이 불러 일으키는 비난은 단지 이들 부부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는 클레어의 심려가 본능에 따를 수 있는 테스의 은밀한 희망을 짓밟는다.
   
"자연은 여우처럼 교활하여 지금까지 테스는 클레어를 향한 사랑에 눈이 현혹되어 있었으며, 그 사랑이 활력을 받아 아기를 갖는 결과를 낳고 자신에게만 주어진 불행이라고 슬 ㅣ 퍼했던 것이 다른 사람에게도 가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상동, 39-4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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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의 단독성

책들 Bücher 2011. 4. 11. 08:51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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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목요일부터 토마스 하디의 『테스』1 Tess of the D'Urbervilles(민음사, 정종화 역, 2009 1판 1쇄)를 읽고 있는데, 한 비극적 여인의 일생을 다룬 점에서 호돈의 『주홍글씨』에 대한 영국판이라 볼 수도 있지만, 이 책처럼 무겁지만은 않은 듯 하다. 영국 서남부 땅끝의 벽촌 블랙무어 계곡의 한 순박하고 예쁜 소녀 테스 더버필드가 천박한 양친의 허세에 밀려 벼락출세해 낙향한 '친지' 더버빌 가에 갔다가 겪게된 사건 이후, 그녀는 독립을 위해 찾아간 낙농가에서  옛시절 눈이 마주친 젊은 귀공자 에인절 클레어를 만난다. 클레어는 성공회의 복음주의계 목사의 삼남으로 아버지의 기대를 져버리고 목회의 길을 가지 않고, 런던에 나가 도시생활을 하다가, 도시 생활에 대한 비합리적이라 할 만한 기피증에 걸린 후, 새로운 인생의 출발로 식민지나 영국의 시골에서 낙농업을 하기 위해 견습차 테스가 찾아간 크릭의 목장에 와있었던 것이다. 지체 높은 신분으로 처음에는 여기서 일하는 일꾼들을 주의깊게 보지 않던 클레어는 이들과 생활하면서 책에서 접했던 구절을 경험하게 된다. 그 책의 구절은 이렇다. 

"지능이 높을수록 다른 사람에게서 각자의 다른 점을 이해하게 된다. 평범한 사람은 사람 사이의 차이점을 보지 못한다"(『팡세』의 서문 중, 213면에서 재인용)

거미의 종류는 무려 2만종이라고 하며, 한국에만 750종의 거미가 있다고 한다. 인간종은 차지하고라도, 사람의 개성은 또한 얼마나 다른가. 특정 부분에 특출난 인사가 특정 부분을 기준으로 만들어낸 징벌적 등록금제는 이런 점에서 몰인격적일 뿐만 단세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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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고판의 도서 기획

책들 Bücher 2011. 4. 5. 17:22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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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읽고 있는 한트케의 『왼손잡이 여인』은 범우사의 1992년 2판 2쇄 판이다. 이 조그만 포켓북(정말 겨울 점퍼 주머니에 들어간다. 이 편리함이란!)에는 <왼손잡이 여인>(1976)과 <소망없는 불행>(1972)이 차례로 수록되어 있다. 2008년에 나온 민음사 판의 『소망없는 불행』에는 <소망없는 불행>과 <아이 이야기>가 실려 있다. <왼손잡이 여인>이 작가의 어린 시절 어머니의 몇몇 인상에 대한 집중적인 회상이라면, 그 이전에 나온 <소망없는 불행>은 어머니의 자살을 겪고 나서 자식으로서의 의무감을 작가로서의 냉정한 관찰로 해명하면서 이 소재를 소설화시킨 작품이다. <아이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작가의 어린 딸에 대한 이야기다. 민음사 편은 범우사 편을 작가의 비속으로 연장시켜 작가의 존비속 이야기로 완결시킨 기획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왼손잡이 여인>이 영상으로 살릴 만한 이미지 중심적인 작품인데 반해 <소망없는 불행>은 어머니의 시대상황과 가족사를 조망하면서 개인으로 파고드는 서술중심의 작품이다. <왼손잡이 여인>이 어린 아이에게 비친 어머니의 이미지들을 살리려고 하는 데 초점이 있다면, <소망없는 불행>은 거시적인 작가의 관점으로 어머니와 그 주변을 보려는 의도가 보인다. 그래서 오히려 <소망없는 불행>이 전기작이 아닐까 하는 느낌(범우사 판 수록의 편집 의도를 보아도)을 들게 한다. 

이 오래된 문고판은 90년 대 후반, 삼수한 대학 동기에게 선물 받은 것이다. 몇 번의 이사를 가면서도 읽지도 않으면서 같이 데리고 다니다가 근래에 펼쳐 보게 된 것도 오래된 인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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