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이 대통령으로 취임했을 때 정치권에서는 생소했지만 부산에서는 널리 알려진 변호사 문재인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그는 3년 후 비서실장을 맡으며 참여정부와 끝까지 함께 했고, 결국 이명박과 박근혜로 이어지는 지난한 세월을 거쳐 노무현 정권의 계승자가 됐다.
보수언론과 이에 야합하는 정치인들의 악의적 맹폭에 시달리면서 흔들리던 정권을 방어하고, 노무현 사후에는 정치일선에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전위에 섰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문재인의 정치적 역할은 여기서 멈췄어야 했다.
김어준의 집권플랜에 휘둘려 급조되다시피한 대선후보 등극과 이후 박근혜 국정농단은 문재인에 대한 두번째 묻지마 올인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애시당초 문재인의 정치적 성격은 관리형 리더에 가깝지 산적한 현안을 교활하고 용맹하게 돌파해 나갈 원시적 권력의지가 없었다. 국정홍보에는 주력했지만 뚜렷한 정책적 성과없이 정권을 유지보수하는 차원에 머물렀고, 가시적 명망에 눈 먼 인사들이 정권에 올라타면서 윤석열도 정권 중반에 부름을 받아 가담했던 것인데, 적어도 검찰총장 윤석열에게도 내부총질을 감행케 할 정권 내부의 문제점이 보였다고 윤석열 스스로 대선후보시절 말하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총구는 결국 5년 후 국민에게까지 겨눠졌다.
문재인이 권력의 밀실에 들어서게 된 것은 노무현의 인간적 약점, 신뢰하는 친구를 가까이 두고 싶은 어쩔 수 없는 심로였겠지만, 그만큼 사방에 깔린 내부의 강력한 적에 포획된 불안의 반영이기도 했다. 지금의 추미애, 김민석이 보여주는 정치력은 그때 당시에 대한 반성의 산물이기도 하다.
점쟁이를 자처했던 김어준도 이제 한물 간 세대다. 권력비판의 날은 여전히 유효할지 모르나 어설픈 킹메이커 역할은 이제 날샜다.
다음은 조선일보 강천석 칼럼 중 일부(입력 2025.02.01. 00:05 업데이트 2025.02.01. 00:21)
"현 헌법에서 윤 대통령은 8번째 대통령이다. 전임자 3명은 감옥에 갔다. 1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명은 탄핵 소추됐고, 1명은 파면됐다. 전임자 2명은 재임(在任) 중 자식들을 감옥에 보냈다. 무사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 하나다. 사실은 이 ‘무사(無事)’가 수수께끼다. 청와대 비서실이 총출동해 울산 시장 선거에 개입한 사건이 ‘누가 당선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대통령 말로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관련자들은 유죄 선고를 받았다. 윤 대통령이 찬밥 먹던 자신을 서울중앙검사장·검찰총장으로 연속 발탁해 준 구은(舊恩)을 갚은 게 아니냐는 말이 나돈다.
윤 대통령도 파면과 감옥의 작두 날 위에 서 있다. 87년 헌법 조종석에 탄 대통령 모두가 ‘추락’했다. 항공 산업이라면 이런 기종(機種)은 벌써 퇴출당했을 것이다. 만일 윤 대통령이 파면돼 누군가 이 헌법에서 다음 대통령이 된다 해도 본인·배우자·자식이 감옥에 가거나 그보다 더한 불행을 당할 확률이 100%다. 대통령이 되고 싶은 사람,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큰 사람이 개헌에 앞장을 서야 할 이유다. ‘나는 다르다’던 전임자 전원이 불행을 피하지 못했다."
https://youtu.be/KtwGUCkFe-M?si=epO6EvChrto9uA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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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겨울, 평택 반도체 현장에서 수장 일을 3개월하고 다음해 2월 전기팀으로 옮기면서 만난 팀장과는 이후 끊어질듯 하다가 끈질기게 이어지는 인연을 아직도 희미하게 이어가고 있다. 자기 말로는 영화에도 단역 악당으로 한번 출현했다고 하는데, 생김새는 과연 그럴듯한 거구의 거친 인상에다 입담도 사납지만 나름 논리적이고 속정도 깊은 사람이었다. 아무튼 이 팀장 덕에 평택 곳곳은 물론 동해까지 놀러가서 술마시고 보낸 추억이 선명하다.
날씨가 점점 따듯해지고 해도 길어져 가는 시기에 이 전기팀에서는 그 바쁜 현장에 연장근무가 없다시피 했다. 연장이 없으면 주 4일이나 5일 연장이 있던 수장일에 비해 수입이 약 30%가 줄어든다. 그때 일했던 전기팀은 가설팀으로, 건설중인 반도체공장에 본전력선이 들어오기 전에 임시적으로 쓰이는 전력선을 설치하고, 이후 본선이 들어오면 가설된 선을 철거하는 것이 주임무였고, 중간중간에 가설등을 설치하고 철거하는 일 외에 단거리 포설 등 이런저런 잡스러운 일도 있었고 레이스웨이라고 불리는 임시 대량 등기구 설치일도 했지만, 본전력선을 기차길처럼 받쳐주는 구조물을 설치하는 트레이팀처럼 물량을 처내는 일이 아니라 연장근무가 좀처럼 없었다.
이렇다 보니 술좋아하는 팀장이 주도하는 술자리가 빈번했다. 연장근무가 없어 팀원들도 팀장도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았지만 술마실 시간적 여유는 많았던 셈이다.
윤이 하게될 구치소 생활이 어떨지 유트브에서 관련 영상을 보다 평택현장에서 숙식노동의 기억이 떠올랐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에서 일을 나가야 하는 부산스러운 아침에 편안히 숙소의 화장실을 이용하기란 꺼림직했다. 현장에 나가면 그래도 화장실이 넉넉한 편이지만 늘상 줄을 서서 기다려야하는 상황이었다. 현장의 화장실을 그나마 이용하기 편한 시간은 점심시간 이후였다.
기본권이라기 보다는 생명권과 관련된 일체의 활동이 제한되는 것이 구속인데, 아름다운 구속이란 김종서의 노래는 형용모순이자 반어적 제목이다. 하긴 전직 대통령의 감방생활은 일반범에 비해 더 편안하긴 할 것이지만, 수형생활의 이런 전관우대는 별 설득력이 없다.
별반 다를게 없는 저마다의 신체활동의 제한을 공정하게 집행하는 것도 법치의 일부다.
지난 금요일 밤 독일 마그데부르크의 크리스마스 마켓에 차량이 돌진해 어린이 1명을 포함한 5명이 숨지고 200 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가 났다. 그날 밤 이 뉴스를 보았을 때 급발진 사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보도 상으로는 피의자가 사우디 아라비아 출신의 정신과 의사로서 독일에 온 지 20년이 됐으며, 반이슬람주의 성향에다 당국의 난민정책에 반감을 품고 있었다고 하며, 특이하게도 독일 극우정당 AfD의 지지자라고도 한다. 주변에선 거칠고 어수선한 성정으로 이미 사고 몇 달 전에 이민당국으로부터 위험인물로 지목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이 사건의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채, 정신상의 문제로 일어난 우발적 사건으로 추정되고 있다. 어떤 내막이 있는지 좀더 시간이 지나봐야 알겠지만, 결과적으로 엄청난 범행으로 귀결된 점에서 한국의 한 무모한 대통령을 다시 연상시킨다.
이번 계엄사태와 관련해 김용옥은 유트브에서 진행중인 주역강의에서 탈주술화에 관해 말했다. 자신은 원래 베버가 서구 근대의 합리성 요건으로 언급한 개념인 탈주술화를 서양 중심주의 근대관으로 봐서, 그러니까 조선시대에도 배불숭교 식의 합리성이 있어서 그런 개념이 못마땅했는데, 이번 계엄사태로 인정하게 됐다고 한다. 왜냐하면 무속은 물론 온갖 종교를 이용하는 김건희의 국정농단은 물론 계엄 계획에도 전직 성추행 사건 사령관 출신 무속인이 적극 개입됐다는 근거에서 주술정권이란 오명에서 현정권이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역이나 제도 종교에는 주술적 요소가 없는가? 문제의 본질은 주술의 개입이 아니라 인간의 문제가 아닐까? 주술은 얼마든지 개인적 취미로든 어떻게든 뭐라 할 수 없는 것이 종교의 자유와 같은 자유로운 활동이다. 하지만 공익을 벗어나는 것, 상식적으로 타인과의 호혜적 관계를 침해하는 종교적 활동은 자유주의적 질서에 위반된다. 더우기 인간관계의 인격성을 넘어 익명성도 보호해야하는 공직에서 특정 종교 내지 비교, 미신에 사로잡힌 정책이나 결단은 공공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적대행위다. 잘못된 종교, 비교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런 것에 휩쓸리는 인간의 문제다.
성탄절에 용산 대통령 안가에서 성탄예배가 있었다고 한다. 그에게 어떤 참회의 기회도 주지 않는 종교에 무슨 책임이 있을까? 확신범에게 필요한 건 종교가 아니라 독방이다.
탄핵은 탄핵이고 긴급체포는 긴급체포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통과로 직무가 정지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판결 전까지 헌재의 심리에 대통령의 지위만은 유지한 채 적극적 방어권을 행사하겠다는 한가한 생각은 도대체 어떻게 나올 수 있을까? 이재명의 사법리스크에 견주어 자신의 사안을 법리적 문제로 보고 풀어보겠다는 발상이다. 자신이 초래한 사태가 마치 한편의 법정드라마같은 소재인줄 아나보다.
12월 4일 자정이 넘은 시각,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안이 통과된 뒤에도 국회법령집을 뒤져 계엄을 지속시킬만한 근거에 혈안이었듯이 오로지 법의 세계에 갇혀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다투는 것은 국회로부터 넘어온 탄핵소추안에 대해, 즉 대통령의 지위를 박탈하는 것에 대한 인용여부이지 내란죄에 대한 판단 자체는 아니다. 검경 내지 공수처, 나아가 특검을 통해 내란주범으로 구속기소되어 형사 재판에 서야될 사람이 아직도 대통령의 직위를 사적으로 활용할 궁리뿐이다.
더이상 대통령이 아니라고 헌재가 알려주고 내란수괴라고 법원이 선고를 해야 승복할 수 있는가? 의사가 사망선고를 내려야 자신의 죽음을 인정할 수 있겠다는 발상과 비슷하다. 이미 끝났는데도 말이다.
https://youtu.be/a4zWUIvHSwA?si=nUPxET8YHZ12uni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