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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에 관해서

단상 Vorstelltung 2025. 3. 13. 14:08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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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철학 분야의 한국 학위논문 중 참고문헌 리스트를 1차서와 2차서로 나눈 것이 종종 보이곤 했다. 아예 1차서를 원전이라고 명명하며 구분하기도 했다. 물론 특정 인물의 철학을 주제화시키는 경우 이 인물의 원전을 따로 구분하는 것은 불가피할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불이 꺼진, 닫혀진 원전을 열고 불밝히는 것이 주석이고 논문이다. 원전의 생명력은 끊임없는 해석에 달려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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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생각

단상 Vorstelltung 2025. 3. 7. 08:14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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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재집권으로 해결의 실마리가 예상되던 러우전쟁의 출구가 예상 밖으로 다소 복잡해지는 양상으로 보인다. 이 전쟁의 배후 당사국으로 지목됐던 미국이 여기서 발을 빼는 것을 넘어 광물협정으로 밀린 전비를 벌써 그리고 폭리로 돌려받겠다고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는 것은 우크라이나는 물론 유럽도 이제 미국을 천박한 장사꾼으로 치부할 수 밖에 없게 하는 동시에 유럽 내 회원국간 전비부담경쟁을 가중시킨다.

이 전쟁의 근본적 책임은 호전적인 푸틴은 물론 외교적 실책을 반복하고 있는 젤렌스키에게도 돌려지기는 하지만 여전히 유럽의 세 맹주인 프랑스와 영국, 독일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거두지 않고 있는데, 명분은 러시아가 촉발한 안보위협 때문이다. 따라서 아직 나토회원국이 아닌 우크라이나를 유럽은 러시아와의 완충지대로 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 독일만 놓고 보면, 이 전쟁에 대한 정파들의 입장은 상이하다. 지난 달 연방의회 총선거에서 28%의 득표율로 제 1당이 된 기민기사당은 16%의 득표율로 제 3당으로 밀려난, 신호등 연정의 주축이었던 사회민주당과 메르켈 이후 다시 연정협상을 하면서 기존에 국방예산에 대해 가지고 있던 입장을 수정해야 했다. 국방예산 지출을 헌법이 규정한 제한에 맞추려던 것이 사회민주당의 요구로 파기될 수 있게 된 것인데, 트럼프의 재집권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사회민주당의 이 안을 기민기사당이 수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구동독지역을 주로 맹폭하며 제 2당으로 올라선 극우정당 AfD와 반등에 성공한 좌파당, 좌파당에서 분리해 나온 BSW는 조속한 종전을 주장하는 점에서 트럼프와 비슷한 입장이다.

전쟁초기 미국의 압도적 물량지원으로 우크라이나에게 반격을 당한 러시아가 핵카드를 언급하자 러시아는 유럽은 물론 전세계에 공포를 몰고올 위험국가로 악마화됐다. 하지만 이후 전쟁의 양상은 지리한 참호전에 북한군까지 출몰하면서 이들을 하이브리드 전쟁기술로 게임처럼 처리하는 미래전의 모습을 연출했지만 근본적으로 영토 싸움이라는 재래전의 틀을 벗어나지 않았다. 물론 러시아가 범한 참혹한 전쟁범죄의 증거들은 명백하다. 하지만 전쟁이 발발한 이상, 그리고 전쟁이 멈추지 않는 한 범죄는 일상이 되고 현실의 연속이자 과속으로 치닫을 뿐이다. 트럼프가 세계평화 따위의 이념에는 하등의 관심도 없이 천박하게 돈만 밝히는 미국의 대표 수전노일 수도 있지만, 이런 해맑고 노골적인 속내의 표출이 그의 의도와 상관없이 종전에 기여를 한다면, 이것이 어쩌면 순수한 경제논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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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 권력자의 인터뷰 : 박정희

단상 Vorstelltung 2025. 2. 11. 05:19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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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트브에서 1977년 11월 29일에 있었던 박정희와 일본 언론인과의 대담영상을 봤다. 아마도 당시 국내의 방송에선 시도할 수 없었던 대담형식으로 보일 정도로 일본 기자의 질의는 교묘하게 정곡을 찌르는 방식으로 대통령을 몰아 세웠다. 첫번째 질문은 당시 김일성에서 김정일로 권력승계가 이뤄지고 있다는 북한에 대한 것이었다. 시종일관 비굴하다싶을 정도로 웃음기를 띤 기자의 이 질문을 받으면서 박정희는 편안한 표정으로 이 황당한 사회주의 국가의 권력이동에 관해 논평했지만, 두번째 그리고 세번째 질문에선 그의 표정이 굳어졌고 답변도 의례적이었다. 그것은 유신체제에서 한국의 대통령 선출방식에 관한 것과 김대중에 대한 것이었다. 박정희는 마치 일본기자가 걸어놓은 덫에 걸린 것으로 보였다. 기자는 이런 의도를 가지고 질문을 했던 것이 아닐까?

'너는 북한의 부자권력승계를 비판하겠지만 헌법을 뜯어고쳐 종신집권을 시행하는 것도 모잘라, 이런 독재에 방해가 되는 정적을 너가 좋아하는 이웃나라에서 처리하려고 했지만 잘 안되서 감옥에 보내지 않았어?'

아마도 박정희는 그날 밤 이 기자를 안주삼아 측근들과 술잔을 돌렸을 것이다. 물 웅덩이에 고인 달빛을 보며 윤은 이런 권력가의 로망에 심취했던 것인가? 부하의 총에 맞아 죽는 한이 있어도 어차피 가는 인생인데 한방 폼나게 살아봐야 하지 않냐고? 서울법대를 나와 9수 끝에 사시를 통과하고 검찰 특수부를 거쳐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 대통령 그리고 계엄령으로 할 건 다했다. 총에 맞아 죽을 일은 없을 것 같지만 이제 살아온 날들 보다 참회의 날들이 더 길게 느껴질 것이다.

https://youtu.be/GqUc_xte0DM?si=PW7qPXk0CHDhMAp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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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5차 변론에 증인출석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의 진술 중 마지만 인물의 한 발언과 모습이 유독 눈길을 끈다. 피청구인측 변호인이 전 수방사령관에게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계엄절차에 맞게 군을 출동시켰던 것인데 이렇게 내란죄 피고인이 된 것이 억울하지 않냐고 묻자 이진우는 고개를 잠시 숙인 채 짧은 한숨을 쉰 후 거기에 대해 대답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피청구인측 요청으로 생중계되는 대통령 탄핵 심판 법정에서, 이미 다른 관련 장성들과 함께 구속되어 검찰의 수사와 기소에 넘겨진 입장에서 증인은 전 방첩사령관과 마찬가지로 많은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거나 '답변이 제한된다'는 말을 주로 하지만 '대답하고 싶지 않다'는 감정적 발언은 그 자신의 내면상태를 그대로 반영한다.

변호인 바로 옆에서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사념에 잠긴 듯한 대통령을 분명 이진우는 그 질문을 받았을 때 보았을 것이다. 대통령이 이 5차 변론에서도 내놓은 여러 거짓과 궤변 중 압권은 '계엄으로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이다. 12월 3일 대통령의 계엄포고 방송을 보면서도 이것이 불법적인 내란행위임을 직감하지 못한 채 군의 이동을 지시했던 전 수방사령관은 이날 헌재 법정에서 내내 지친 표정이 역력했으며 '대답하고 싶지 않다'는 답변으로 폭발 일보 직전에 도달했다. 그의 인생에 큰 일이 난 것이다.

분명 사전에 김용현의 주선으로 여인형 등과 함께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이진우는 계엄에 대한 언급과 계획을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계엄 포고 직후 국회로 출동은 했지만 준비가 부족해 보이는 계엄군의 상황으로 보나 이날의 헌재 증언으로 볼 때, 실제 정치적 목적의 계엄령이 일어나리라고는 이진우는 예상을 못한 것 같다. 이런 추측은 변호인의 조언을 받고 있는 이진우가 자신의 방어권을 강화해 감형을 받으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지만, 이것은 보수언론이 한때 관저에 갇힌 대통령에게 이미 구속된 장성들이 책임을 돌리고 있다는 논조에 부합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대통령이 책임을 돌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의 치명적인 적은 바로 자신과 그의 부인인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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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유산

단상 Vorstelltung 2025. 2. 1. 06:49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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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이 대통령으로 취임했을 때 정치권에서는 생소했지만 부산에서는 널리 알려진 변호사 문재인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그는 3년 후 비서실장을 맡으며 참여정부와 끝까지 함께 했고, 결국 이명박과 박근혜로 이어지는 지난한 세월을 거쳐 노무현 정권의 계승자가 됐다.

보수언론과 이에 야합하는 정치인들의 악의적 맹폭에 시달리면서 흔들리던 정권을 방어하고, 노무현 사후에는 정치일선에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전위에 섰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문재인의 정치적 역할은 여기서 멈췄어야 했다.

김어준의 집권플랜에 휘둘려 급조되다시피한 대선후보 등극과 이후 박근혜 국정농단은 문재인에 대한 두번째 묻지마 올인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애시당초 문재인의 정치적 성격은 관리형 리더에 가깝지 산적한 현안을 교활하고 용맹하게 돌파해 나갈 원시적 권력의지가 없었다. 국정홍보에는 주력했지만 뚜렷한 정책적 성과없이 정권을 유지보수하는 차원에 머물렀고, 가시적 명망에 눈 먼 인사들이 정권에 올라타면서 윤석열도 정권 중반에 부름을 받아 가담했던 것인데, 적어도 검찰총장 윤석열에게도 내부총질을 감행케 할 정권 내부의 문제점이 보였다고 윤석열 스스로 대선후보시절 말하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총구는 결국 5년 후 국민에게까지 겨눠졌다.

문재인이 권력의 밀실에 들어서게 된 것은 노무현의 인간적 약점, 신뢰하는 친구를  가까이 두고 싶은 어쩔 수 없는 심로였겠지만, 그만큼 사방에 깔린 내부의 강력한 적에 포획된 불안의 반영이기도 했다. 지금의 추미애, 김민석이 보여주는 정치력은 그때 당시에 대한 반성의 산물이기도 하다.

점쟁이를 자처했던 김어준도 이제 한물 간 세대다. 권력비판의 날은 여전히 유효할지 모르나 어설픈 킹메이커 역할은 이제 날샜다.


다음은 조선일보 강천석 칼럼 중 일부(입력 2025.02.01. 00:05 업데이트 2025.02.01. 00:21)

"현 헌법에서 윤 대통령은 8번째 대통령이다. 전임자 3명은 감옥에 갔다. 1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명은 탄핵 소추됐고, 1명은 파면됐다. 전임자 2명은 재임(在任) 중 자식들을 감옥에 보냈다. 무사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 하나다. 사실은 이 ‘무사(無事)’가 수수께끼다. 청와대 비서실이 총출동해 울산 시장 선거에 개입한 사건이 ‘누가 당선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대통령 말로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관련자들은 유죄 선고를 받았다. 윤 대통령이 찬밥 먹던 자신을 서울중앙검사장·검찰총장으로 연속 발탁해 준 구은(舊恩)을 갚은 게 아니냐는 말이 나돈다.

윤 대통령도 파면과 감옥의 작두 날 위에 서 있다. 87년 헌법 조종석에 탄 대통령 모두가 ‘추락’했다. 항공 산업이라면 이런 기종(機種)은 벌써 퇴출당했을 것이다. 만일 윤 대통령이 파면돼 누군가 이 헌법에서 다음 대통령이 된다 해도 본인·배우자·자식이 감옥에 가거나 그보다 더한 불행을 당할 확률이 100%다. 대통령이 되고 싶은 사람,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큰 사람이 개헌에 앞장을 서야 할 이유다. ‘나는 다르다’던 전임자 전원이 불행을 피하지 못했다."

https://youtu.be/KtwGUCkFe-M?si=epO6EvChrto9uA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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