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의 독서

책들 Bücher 2011. 9. 6. 17:35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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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철의 『삼성을 생각한다』를 흥미롭게 읽고 우리 소설을 읽어볼까 하고 최윤의 단편 모음집『첫만남』(문지, 2005) 중 '그 집 앞', '느낌', '밀랍호숫가로의 여행'만 읽고 반납했다. 중년 여성의 쓸쓸한 내면 풍경을 보여주는 글은 읽기의 즐거움은 고사하고 읽기의 괴로움을 더한다. 그 옛날 춘천의 육림극장에서 장선우 감독의 『꽃잎』을 보고, 그 원작이 최윤의 작품이란 걸 오랫동안 기억에 간직하면서 기대를 했는지 모른다. 원작을 보지 않고 영화만 본 감동으로 품었던 막연한 기대였다. 지금 보는 책은 마리-모니크 로뱅의 『몬산토 : 죽음을 생산하는 기업』(이레, 2009)이다. 이 책을 보고 난 후 담배를 끊어볼까 하고 24시간 금연을 했다. 담배에 들어가 있는 농약에 함유된 각종 화학물은 몬산토같은 다국적기업이 20세기 초반부터 핵심사업으로 밀고온 것이다. 제초제 사업을 비롯해 1,2차 대전에는 화학무기의 개발로 재미를 본 몬산토는 월남전에는 고엽제 생산으로 또 한번 재미를 본다. 이런 기업이 과거의 오염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 이제는 종자 사업에 진출해 GMO 농산물로 세계를 위협한다. 몬산토에게 미국의 환경감독국인 EPA나 식양청인 FDA는 자신들이 떡주무르듯 농락할 수 있는 허수아비 감독기관에 불과했다. 에버랜드 문제로 삼성의 변호를 섰던 변호사가 대법원장이 되어 다시 이 사안을 맡는 식의 회전문 인사교류가 몬산토와 EPA, FDA 사이에 활발히 진행되면서 검증되지 않은 위험 제품들이 다량 유출됐다. 원유량을 고도로 늘리기 위한 성장촉진 호르몬인 rBGH와 같은 GMO가 정관의 유탁으로 세련되게 세탁되어 '안전'을 담보해 유통되는 미국의 실정은, 미국 박사가 숭상되는 한반도에서 자고의 진실로 통용된다. 1960년 염소화합물인 PCB(폴리염화비페닐)를 둘러싼 소송을 시작으로 줄기차게 제기되는 몬산토에 대한 소송은 현재진행형의  인정투쟁을 보여준다. 인정투쟁이란, 사활을 건 싸움이다. 고엽제 후유증으로 기형을 안고 태어난 자녀의 부모가 이런 후유증을 알고 있으면서도 막대한 이윤을 위해 버젓이 이런 제품을 생산한 기업에게 인정사정 볼 것이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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