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의 발각

책들 Bücher 2012. 3. 9. 09:19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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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산과 귀녀의 모의, 그리고 칠성이 동사로 동원되고, 결과적으로 강포수의 연정으로 완성된 귀녀의 임신으로 속도가 나던 음모가 실행되고, 봉순네의 심증을 전해 받은  윤씨부인에 의해 드라마틱하게 이 사건의 전모가 발각되는 『토지』2권의 후반부를,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재미로 책장을 넘겼다. 귀녀가 최씨 문중의 씨를 받았다며 죽여달라고 하는 울부짖음에서 윤씨부인이 귀녀의 혐의를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은, 윤씨부인이 치수의 병력을 독자보다 소상히 문의원으로부터 들었기 때문이다. 간간히 문의원이 최치수의 병력을 드러내는 말이 나오긴 하지만, 나의 추리력이 부족했던 걸까. 생각보다 쉽게 이런 근거로 음모가 발각되는 것이 너무 급박한 감도 있지만, 아직 이 소설이 나가야 할 길은 멀기에 이 정도로 맺음을 하는 것도 작가의 대범하고 탁월한 전술같다. 요즘의 방송 작가라면 이 정도의 소재만으로도 이야기를 질질 끌어 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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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책들 Bücher 2012. 2. 26. 22:26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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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박경리의 이 대작을 이제서야 읽기 시작했다. 아직 예단하긴 이르지만 박경리는 토마스 만 이상의 위대한 작가일지 모른다. 총 5부 21권에 25년이 걸린 작품. 완주한다면 몇 개월 걸릴 것이다. 유행의 장막을 걷고 나서야 그 작품의 가치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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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국어교과서에서 다룰 정도로 비중있다는 이 책은 서양의 대표적 고전인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에 기초를 두고 시대를 뒤섞으면서 이 고전의 인물들을 동원시킨다. 존 바스의 경우처럼 변주와 방식의 또다른 특이성을 보여주긴 하지만 사실 읽는 재미 보다는 중압감과 의무감으로 읽게 만드는 책이다. 루마니아의 흑해 해안가로 추정되는 세상의 끝마을 토미로 추방된 오비디우스의 행적을 찾아간 코타의 여정이 어떻게 전개될지 내심 궁금해 가며 소설을 쫓아가지만 엉뚱한 방향으로 소설은 나아간다. 오비디우스의 작품을 꾀고 있다면 좀더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소설일 수도 있겠다. 

주요 등장인물 : 코타, 오비디우스, 키아네(오비디우스의 부인), 피타고라스, 아라크네, 아우구스투스 1,2세, 에코, 이아손(무역상), 테레우스(개똥지빠귀), 이티스, 프로크네, 필로멜라, 키파리스(난쟁이 영화기사), 티스(독일 출신 장의사), 파마(소문의 식료상), 바투스(간질병을 앓다가 돌로 변한 파마의 아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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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가 세상의 끝인 토미로 추방되어온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에 대해 코타에게 하는 말.

"돌은 존재의 진실한 모습을 드러내는 최후의 방법...ㅣ...절벽 아래의 음지나 동굴의 진흙 바닥에 평온하게 놓인 평범한 자갈은 어떤 제국과 정복자들보다 더 오래 존속할 것이다.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오랜 시간을. 제국의 궁전들은 황폐화되고, 왕조는 썩어 부패할 것이며, 황실의 영롱한 모자이크 바닥 장식은 집 높이만큼 쌓인 흙더미에 파묻힐 것이다. 그 흙더미에서는 엉겅퀴나 귀리마저 자라지 않을 것이다. 벌레와 구더 ㅣ 기가 득식거리는, 구역잘나고 악취 나는 유기체의 부패 과정에 비하면 화석의 운명은 얼마나 다행스럽고 또 인간의 품위에 어울리는 일인가. 이런 역겨움에 비하면 화석이 된다는 것은 오히려 구원이며, 언덕과 협곡과 황무지로 이루어진 낙원에 이르는 과정이다. 유성(流星)과 같은 인생의 영화는 무에 불과하다. 돌의 위엄과 지속성만이 최고의 것이다......하고 오비디우스가 말했다고 했다."  

크리스토프 란스마이어,『최후의 세계』Die Letzte Welt(1988) 장희권 역(열린책들, 2006, 보급판 1쇄), 115-1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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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2012년 1월 독서 목록

제임스 M. 케인,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1934) 이만식 역(민음사, 2011, 1판 8쇄).
토마스 하디, 『이름없는 주드』 Jude the Obscure(1894/1912) 정종화 역(민음사, 2009).
헨리크 입센, 『인형의 집』Et dukkehjem 안미란 역(민음사, 2010, 1판 1쇄). 
허균,『홍길동전』김탁환 옮김/백범영 그림(민음사, 2009, 1판 2쇄).
존 스타인벡, 『분노의 포도』 The Grapes of Wrath (1939) 김승욱 역 (민음사, 2009, 1판 5쇄).
노먼 메일러 『아메리카의 꿈』: 엉망의 번역문을 악전고투로 읽고 나니 남는 게 없음.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의외로 지루함. 읽다가 맘.
김용철,『삼성을 생각한다』(사회평론, 2010, 초판 10쇄).
이삼성의 『동아시아의 전쟁과 평화』(한길사, 2010, 1판 4쇄).
최윤,『첫만남』(문지, 2005) : 참 어렵고 복잡한 내면의 작가다.
마리-모니크 로뱅의 『몬산토 : 죽음을 생산하는 기업』(이레, 2009) : 일부만 읽음.
단테, 『신곡 : 지옥편』La comedia di Dante Alighieri-Inferno 박상진 역(민음사, 2011, 1판 11쇄) : 아무래도 이런 고전은 한글로 읽는게 가독성을 떨어지게 하는 듯. 일부 읽다가 맘.
허남석과 포스코 사람들,『강한 현장이 강한 기업을 만든다』(김영사, 2009, 1판 13쇄)
안톤 체호프, 『체호프 단편선』박현섭 역(민음사, 2008, 1판 20쇄).
니콜라이 고골,『타라스 불바』조주관 역(민음사, 2010, 1판 2쇄).
헤르만 헤세,『크눌프』.
존 스튜어트 밀,『자유론』김형철 역(서광사, 2002, 1판9쇄) : 일부 읽음.
황순원, 『神들의 주사위』(문학과 지성사, 황순원 전집 10, 2003년 재판 3쇄).
김원일, 『마당깊은 집』(문학과 지성사, 2008, 재판 10쇄).
임철우, 『아버지의 땅』(문학과 지성사, 2007 13쇄).
헨리 제임스, 『데이지 밀러』최인자 역(임프린트 펭귄클래식 코리아, 2009 초판 1쇄). 
김어준/지승호, 『닥치고 정치』(푸른숲, 2011, 초판 25쇄).
김원일, 『전갈』(실천문학사, 2007, 초판 1쇄).
존 스타인벡,『의심스러운 싸움』In Dubious Battle 윤희기 역(2006, 보급판1쇄)  : 오늘부터 읽기 시작.

 
2012년 독서 계획 

1.와부도서관 서고를 점령한다.
2.국내 소설을 중심으로 읽되, 괜찮은 외국 소설도 곁가지로 본다. 
3.소설이 질리면 비소설을 본다.
4.시간 여유가 되면 가능한 원서도 구해서 본다.   

*3,4번 : 가능성 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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