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수원의 후배 결혼식에 전철로 가면서 외투 주머니에 넣고 갈만한 크기의 <아이네이스>를 <단테 알리기에리의 코메디아> 천국편 5곡을 남겨두고 가져갔다. 단테가 아버지라고 칭송할 만한 베르길리우스의 장중하고 격렬한 시의 힘이 압도적이라 오늘 남은 5곡을 읽어 치워, 오랜 기간에 걸친 <신곡> 일독을 마무리했다. 이탈리아어는 생각도 한 적이 없었는데, 제대로 배워 익혀서 <신곡>을 두고 두고 읽고 싶은 소망이 생긴다. 천국편 33곡 말미에 대해 역자는 곡중 순례자인 단테가 빛으로 해체되었다고 했는데 본문상 그런 의미를 찾기는 어려웠다. 빛을 향한 도정은 이제 시작인가.
*표준맞춤법에 구애받지 않는 신선한 번역이다 : <아이네이스> 김남우 역(열린책들, 2013/초판 2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