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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 Bücher'에 해당되는 글 169건

  1. 2016.02.28 수원 : 빛을 향한 도정
  2. 2016.01.31 전차로서의 교회
  3. 2016.01.24 정신의 형상
  4. 2015.12.31 테러의 시대 : 콘래드의 <비밀 요원>
  5. 2015.12.08 디킨스의 프랑스 혁명

수원 : 빛을 향한 도정

책들 Bücher 2016. 2. 28. 15:04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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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수원의 후배 결혼식에 전철로 가면서 외투 주머니에 넣고 갈만한 크기의 <아이네이스>를 <단테 알리기에리의 코메디아> 천국편 5곡을 남겨두고 가져갔다. 단테가 아버지라고 칭송할 만한 베르길리우스의 장중하고 격렬한 시의 힘이 압도적이라 오늘 남은 5곡을 읽어 치워, 오랜 기간에 걸친 <신곡> 일독을 마무리했다. 이탈리아어는 생각도 한 적이 없었는데, 제대로 배워 익혀서 <신곡>을 두고 두고 읽고 싶은 소망이 생긴다. 천국편 33곡 말미에 대해 역자는 곡중 순례자인 단테가 빛으로 해체되었다고 했는데 본문상 그런 의미를 찾기는 어려웠다. 빛을 향한 도정은 이제 시작인가.

 

*표준맞춤법에 구애받지 않는 신선한 번역이다 : <아이네이스> 김남우 역(열린책들, 2013/초판 2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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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로서의 교회

책들 Bücher 2016. 1. 31. 19:14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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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편에 비해서 다소 평이해 보이던 연옥편은 베아트리체가 교회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역동성을 보이다 멈춘다. 나무로 비유된  정의가 아담의 시대 이후 시들어졌다가 5천년간 기다리던 과실을 맺은 후 전차는 만신창이가 된다. 기독교는 로마의 공인 후 천년간 타락한 것이며, 그 타락의 종점에 단테가 서 있다. 콘스탄티누스, 페데리코 2세, 하인리히 7세의 깃털 이후(헌납 후) 교회의 힘은 강성해 졌으나 제 힘을 추스리기에는 거침이 없었다. 이 시대 한국 교회에 대해 이 정도의 반면교사가 있을까. 양극화된 남한 사회와 마찬가지로, 아니 더 극렬하게 하늘과 땅으로 나눠져 있다. 나라빚 600조, 600만의 인구가 1억원의 빚을 안고 있는 남한 반도는 북조선을 안고 있으며, 열강은 격렬한 충돌을 반도의 허리에서 주시하고 있다. 단테가 안타까이 바라보던 이탈리아의 현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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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 형상

책들 Bücher 2016. 1. 24. 18:26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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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옥의 산길에서 단테는 베르길리우스와 더불어 길잡이가 된 로마의 시인 스타티우스에게 영혼의 형상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라케시스의 손에 더 이상 실이 없을 때

영혼은 육신에서 벗어나 인간적인 본질과

신적인 본질을 갖게 됩니다.

 

육신과 함께하는 영혼의 기능은 침묵하지만

기억과 지성, 의지는 활발해지고

전보다 훨씬 더 날카로와집니다.

 

즉시로 영혼들은 그 자체의 무게로

두 강들에 떨어지는데,

거기서 영혼은 처음으로 제 갈 길을 알게 됩니다.

 

일단 영혼이 그렇게 처하게 되면

형성하는 힘은 몸이 전에 지녔던 형체를

다시 갖추도록 작동합니다.

 

비가 심하게 내린 뒤에 공기가

제 안에서 반사되는 외부의 빛들로 인해

여러 가지 색깔로 치장하는 것처럼,

 

영혼을 둘러싼 공기는

거기 머무르게 된 영혼 자체의 힘으로

형상을 갖추게 되지요. 그래서

 

불이 어느 곳으로 가든

불꽃도 함께 따라다니는 것처럼,

새로운 형상은 영혼을 어디고 따라다닙니다.

 

그 형상을 둘러싼 공기는 우리 눈에 보이는데,

그것을 망령이라고 부릅니다. 그것은

시각을 포함한 모든 감각기관들을 지니고 있어요.

          

                           <신곡 : 연옥편> 25곡 79-102, 박상진 역(민음사세계문학전집, 2014 1판 20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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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의 시대 : 콘래드의 <비밀 요원>

책들 Bücher 2015. 12. 31. 17:42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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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읽은 조지프 콘래드의 <로드 짐>과 <암흑의 핵심>은 세기말적 음산함이 런던의 안개처럼 자욱한 느낌을 받았었는데, 이 소설 또한 마찬가지다. 무정부주의자들의 아이러니컬한 테러 시도를 풍자적으로 보여주지만 그 방식은 역시 음산하다. 우크라이나 근방 폴란드계인 콘래드의 가족을 추방한 범슬라브주의는 콘래드를 죽음 일보 직전까지 밀어 붙였고 바다로 내몰았다. 한때 레닌이 유배당했던 시베리아 동부에 부모를 따라 유형에 처한 어린 콘래드가 차례로 부모를 여의면서 그가 러시아에 대항할 수 있는 방안은 저항이 아니라 프랑스로의 이민이었다. 소설에서 블라디미르라는 러시아 대사관 간부가 이중스파이 벌록에게 그리니치 천문대 폭파를 지시하는 것은 콘래드의 개인적 배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대중에게 뚜렷한 동기도 없는 테러로 공포를 일으키고 사건이 다소 어뚱하게 보이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단지 어설픈 스파이의 행로를 보여주기 위한 것은 아니다. 어떤 빠져나갈 수 없는 막다른 길에서 고뇌하는 인간을 보여주는 점에서 로드 짐과 벌록 부부, 그리고 이민자 콘래드는 유사한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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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킨스의 프랑스 혁명

책들 Bücher 2015. 12. 8. 07:16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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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도시 이야기>는 디킨스 말기의 작품으로 위고의 <레미제라블>에 역사적 소재로서 뿐만 아니라 인물구성에서도 근접영향을 미친다(아버지와 딸, 그리고 사위의 삼각관계). 전자는 후자보다는 응축된 소설로서 프랑스 혁명 초기 상황에 대한 작가의 이중적 견해를 보여준다.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결합시키는 방식과 혁명의 광기에서 피어난 인간적 감동이란 주제는  모던한 연재소설의 전형화된 소재이기도 하다. 디킨스 말기에 태어난 조셉 콘래드가 <비밀요원>에서 그리는 런던의 모습은 새로운 세대가 왔음을 보여준다. 앙칼진 여자 이름인 기요틴으로 상징된 프랑스 혁명이 영국에 미친 영향의 하나는 공화제로부터  입헌군주제의 보호와 식민 통치를 위한 첩보활동의 강화다.   

 

등장인물 : 마네트 박사와 딸 루시, 텔슨은행 사무원 로리, 에브레몽드 후작의 조카 다르네, 시드니 카턴, 드파르주 부부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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