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현장에서는 평택에서와 달리 아침 식사를 하기 힘든 형편이었다. 점심은 현장 식당에서, 아침과 저녁은 회사 지정 식당에서 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는데, 차를 함께 타고 가는 일행들이 아침은 다들 건너 뛰는 편이어서 쓰지 않은 아침 식권 등을 모아 저녁에 술을 곁들어 밥을 먹거나 일용품을 사는 것으로 대체했다. 그나마 점심 식사가 제대로인 편이었고 저녁은 식사 후 역시 일행과 함께 차를 타고 숙소로 가기 때문에 느긋하게 먹을 수 없었다. 이렇게 한주가 가고 토요일은 현장에서 점심식사없이 1시에 끝나는 경우가 있었다. 점심을 먹으면 3시에 끝나는데 OT라는 명명으로 점심시간까지 일하고 2시간 일찍 끝나는 것이다. 평택현장에서는 토요일엔 연장없이 5시에 끝나는 것에 비하면 근로자를 배려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만큼 관리자들의 편의도 있는 것이다. 아무튼 이천에서 토요일 OT가 걸리면 아침, 점심도 못하고 퇴근하는 일이 발생해 기진맥진한 채 현장을 걸어 나온다.
토요일에 일찍 끝나므로 다들 집에 가기 바쁘다. 숙소에 4명이 생활했는데, 8월 초 비가 많이 오는 토요일, 나와 한 동료가 숙소에 남아 있었다. 나보다 4~5년 나이가 더 있지만 첫인상은 퇴직한 중역으로 보이는 분이었다. 이천에 온지 몇주가 된 시점이었다. 저녁에 별 약속이 없으면 밥이나 하자고 해서 숙소 근방의 치킨집으로 갔다. 여기서 마시고 2차로는 한 주 전 쯤에 혼자 가봤던 포차 분위기의 술집에 갔다.
이 분과는 이후 몇년이 지나고 나서도 평택에서 만나고 지냈다. 조선소 일을 꽤 오래 한 경험이 있지만 다시 그곳에 갈 마음이 없다 했는데, 요즘 다른 경기와 달리 조선소만은 활황이다. 트럼프까지 언급할 정도고, 건설구인에도 조선이 부쩍 눈에 띈다.
그렇게 이천에 여름에서 초가을까지 있었다. 한 곳에 지긋이 오래 붙어있지 못하는 습성이 됐지만 못가본 곳이 더 많다. 인연 따라 그 다음에 간 곳은 옥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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