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선거법 위반으로 야당 대표에 대한 1심 판결을 앞둔 상황에서 여전히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요구는 높아지고 있다. 심리적으로 이미 탄핵처분을 받았지만 그리도 집착하는 법적 명맥으로 정권 수호에 문제가 없다는 대통령의 발상 자체는 얼마나 대의 민주주의 체제를 무시하는지 보여주는 또다른 일례다. 정권 시작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어떤 사고가 터질지 조마조마한 현 정권의 부패와 무능, 파렴치는 더이상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이런 정권을 갈아치운 후에 어떤 대안이 있느냐는 회의와는 별개로, 오직 퇴진에 온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것은, 아무리 현정권이 그 원인제공자라고 해도 뭔가 석연치 않다. 거리로 쏟아져 나와 탄핵, 퇴진을 외치는 것이 일상화되는 것은 최후 보루로서의 국민적 저항의 무게감을 덜어내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법적 임기말까지 선거도 없는데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최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거대야당을 줄곧 무시하고 여당에는 군림하려는 대통령은 가히 이승만 정권 말기 이후 최악의 국정을 유지하고 있다. 탄핵을 외치는 국민적 저항을 역으려 이용해 강압적 모드로 국정을 장악하려는 수상한 기운도 보인다. 누구에게도 충성하지 않던 검찰총장은 이제 어느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자기방식으로 대통령이라는 사실상 최고 권력의 법적 틀을 최대한 이용하려고 한다. 그야말로 국민과의 전쟁도 불사할 수 있는 기세다.
지난 주 수요일 독일 신호등 연정의 붕괴 후 사회민주당의 총리가 연방선거를 최대한 미뤄서 치루려던 것에 반대해 거대야당이 신속한 조기 총선을 요구하는 상황이 나흘간 이어지다 결국 이 두 정당은 내년 2월 총선으로 합의점을 찾고 이때로 총선일정이 잡혀가는 추세다. 연정의 근거인 과반의석이 깨진 사회민주당의 총리가 무슨 꼼수를 부려 정권을 연장하려고 하는지 따위의 정략적 의심은 견고한 의회민주주의 체제에서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의회로부터의 대통령에 대한 견제가 작동하지 않는 한국에서 거리로 나설 수 밖에 없는 사정이다.
현재의 대통령을 있게 한 것은 물론 현재의 여당이지만, 한때 인연을 맺은 민주당이 아니었다면, 그것이 천운이든 악연이든, 오늘의 그는 없었을 것이다. 통 큰 정치력으로 야당에 손을 내미는 것만이 불행한 대통령으로 남지 않을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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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11.13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것만이 능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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