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 늦가을에서 다음 해 봄까지 70km 거리의 안성에 있는 물류센터로 출퇴근을 하다 안성의 내리라는 동네에 방을 잡았다. 일반도로로 신호를 받으며 운전을 하는 출퇴근길이 그리 피곤한 일은 아니었으나 퇴근 후에는 밥 먹고 뉴스 좀 보다 바로 잠들고 다음날 아침 일찍 출근하는 생활이 그리 수월한 것은 아니었다. 라디오를 들으며 퇴근하는 길이 그나마 위안이었지만, 하루 왕복 140km의 운전은 확실히 심신에 부담이 됐다. 신변을 정리하면서 마침 이사도 가야했기에 안성에 몇개월간 살 방을 구한 것이었다.
방을 구하기 전에는, 인적이 드문 산골의 물류센터에서 하루종일 있다가 퇴근하기 바쁜 생활 중 이따금 있던 회식자리와 우체국 볼일로 일터를 벗어나서야 동네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는데, 상당한 거리로 동 떨어진 시내의 구시가지와 새로 형성된 신시가지가 전혀 다른 도시의 풍모를 풍겼다. 구시가지는 예전 서울의 80년대 변두리처럼 오밀조밀한 골목길도 많고 주차환경이 열악할 정도로 저층 주택단지로 다소 과밀해 보이기도 했는데, 회식 장소로 자주 갔던 공도라는 곳은 신도시처럼 비교적 반듯하게 구획되어 있었다. 마침 세월의 흐름이 동네마다 다른 속도감을 내듯이 어떤 동네는 완전히 시골같은 모습이기도 했다.
내리라는 동네는 중앙대 안성 캠퍼스가 있는 곳인데, 문예창작과와 예술대 등이 매우 광활한 부지에 자리잡고 있다. 원래는 학생들 때문에 형성된 원룸 형태의 집합주거시설에는 이제 학생 보다는 근방의 공단 등지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더 많이 살고 있는 것으로 보였고, 외국인들을 겨냥한 식당들도 눈에 띌 정도 였다. 이따금 산책 삼아 그 넓은 대학 캠퍼스를 둘러봐도 학생들은 잘 보이지 않고 나처럼 마실 나온 동네 주민이 더 보일 정도였고, 그 주민도 주로 외국인이었다. 그렇게 멋지게 보이는 학교에 학생들로 넘쳐나던 시절은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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