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2024/11/12'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24.11.12 과거시대의 향수 : 사법고시의 시대 1
반응형


법학대학원제의 도입 전 매년 치뤄지던 사법고시는 지금도 시행중인 행정외무고시와 함께 시험으로 5급 관료로 직행할 수 있는 일생일대의 첩경이었다. 90년대 초반의 인기 주말드라마 '아들과 딸'은 70년대 사법고시의 향수를 짙게 풍기는데, 귀남의 어머니는 아들이 법학대학에 진학하고 사법고시를 보는 것을 과거를 보는 것으로 여긴다. 아버지는 연거푸 낙방하는 아들에게 10년간 시험에 도전하는 사람도 있다며 독려한다. 마흔이 넘어서라도 합격하면 못해도 교도소장은 한다는 풍문은 10년 투자도 아깝지 않다는 계산이다. 20년 이상 일반 공무원으로 일해도 5급 승진이 쉬운 일이 아닌 것을 보면 그렇다. 시험에만 붙으면 영감대접을 받는 길은 분명 출세가도다. 이런 현대판 과거제도는 선비와 견줄 수 있는 고시생을 대거 양산했지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면서 고시의 흔적은 고시원이라는 형태의 주거시설에 그 의미마져 빼앗겼다.

이무리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기회가 고시였다고 해도, 조선시대 과거준비를 일생의 운명으로 삼던 선비처럼 밑도 끝도 없이 고시에 도전하는 것은 극소수의 고시생에게나 가능한 일이었다. 한정된 선발인원에 그 높은 경쟁률이 몰렸던 것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의대증원 여파에 따른 의대 쏠림 현상과 유사한 면이 있다. 물론 비용은 의대가 더 많이 들겠지만, 사회적 비용, 그러니까 고시에 그 많은 고시생들이 전념함에 따라 들어갔던 기회비용의 늪은 더 깊었을 것이다.

명예와 돈을 가져다줄 지위상승의 기회는 어느 청춘이라도 잡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더군다나 한 사회의 직업가치와 보상체계가 위계화되어 있다면 한정된 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더욱 더 치열해질 수 밖에 없다. 이제는 사라져간 고시시대의 풍경이지만, 여전히 입시교육이나 시장에서 살아있는 경쟁의식은 한국사회의 또다른 풍경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