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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9.06 그간의 독서
  2. 2011.08.25 늦여름 산행 4
  3. 2011.08.22 삼성 : 나라를 먹여 삼키는 기업 3
  4. 2011.08.16 책들의 이편과 저편
  5. 2011.08.10 정당한 폭력 2

그간의 독서

책들 Bücher 2011. 9. 6. 17:35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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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철의 『삼성을 생각한다』를 흥미롭게 읽고 우리 소설을 읽어볼까 하고 최윤의 단편 모음집『첫만남』(문지, 2005) 중 '그 집 앞', '느낌', '밀랍호숫가로의 여행'만 읽고 반납했다. 중년 여성의 쓸쓸한 내면 풍경을 보여주는 글은 읽기의 즐거움은 고사하고 읽기의 괴로움을 더한다. 그 옛날 춘천의 육림극장에서 장선우 감독의 『꽃잎』을 보고, 그 원작이 최윤의 작품이란 걸 오랫동안 기억에 간직하면서 기대를 했는지 모른다. 원작을 보지 않고 영화만 본 감동으로 품었던 막연한 기대였다. 지금 보는 책은 마리-모니크 로뱅의 『몬산토 : 죽음을 생산하는 기업』(이레, 2009)이다. 이 책을 보고 난 후 담배를 끊어볼까 하고 24시간 금연을 했다. 담배에 들어가 있는 농약에 함유된 각종 화학물은 몬산토같은 다국적기업이 20세기 초반부터 핵심사업으로 밀고온 것이다. 제초제 사업을 비롯해 1,2차 대전에는 화학무기의 개발로 재미를 본 몬산토는 월남전에는 고엽제 생산으로 또 한번 재미를 본다. 이런 기업이 과거의 오염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 이제는 종자 사업에 진출해 GMO 농산물로 세계를 위협한다. 몬산토에게 미국의 환경감독국인 EPA나 식양청인 FDA는 자신들이 떡주무르듯 농락할 수 있는 허수아비 감독기관에 불과했다. 에버랜드 문제로 삼성의 변호를 섰던 변호사가 대법원장이 되어 다시 이 사안을 맡는 식의 회전문 인사교류가 몬산토와 EPA, FDA 사이에 활발히 진행되면서 검증되지 않은 위험 제품들이 다량 유출됐다. 원유량을 고도로 늘리기 위한 성장촉진 호르몬인 rBGH와 같은 GMO가 정관의 유탁으로 세련되게 세탁되어 '안전'을 담보해 유통되는 미국의 실정은, 미국 박사가 숭상되는 한반도에서 자고의 진실로 통용된다. 1960년 염소화합물인 PCB(폴리염화비페닐)를 둘러싼 소송을 시작으로 줄기차게 제기되는 몬산토에 대한 소송은 현재진행형의  인정투쟁을 보여준다. 인정투쟁이란, 사활을 건 싸움이다. 고엽제 후유증으로 기형을 안고 태어난 자녀의 부모가 이런 후유증을 알고 있으면서도 막대한 이윤을 위해 버젓이 이런 제품을 생산한 기업에게 인정사정 볼 것이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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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여름 산행

여행 Reise 2011. 8. 25. 18:14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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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휴가를 이틀간 내게 되어 오늘 예봉산에 갔다. 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서 도심역 뒤편의 고대농장을 거쳐 새재고개로 올랐다. 10시 30분쯤 출발해 오후 2시에야 내려 왔다. 고대농장은 젖소들이 50마리 정도 우글대는 축사를 제외하고는 그 넓은 농장이 대체로 방치되어 있다. 드넓은 늦여름의 햇살 속에서 쭉 뻗은 길을 걷고 있으니 올레길이 따로 없다. 사람이 지나다니다 보면 길이 되는 것인데 길을 만들고 사람들보고 지나가라고 하는게 올레길 사업의 현장같다. 한창 평탄한 길을 걷고 새재고개로 올라가려다 보니 벌써 지치고 배가 고팠다. 아무래도 혼자 산에 오르면 의지가 약해지기 쉽다. 그래도 몇 차례 주저 앉아 쉬면서 힘을 보강하고 고개 마루턱에 올랐다. 오르다 보니 자신감이 생겨 예봉산 정상까지 가려고 했다. 음식을 따로 싸오지도 않아서 그냥 운길산 역으로 넘어가는 하산길로 가서 역 근처에서 요기나 하고 집에 갈까 했는데, 더 힘든 길을 택한 것이다. 결국 예봉산까지 가지는 않고 그 중간에 있는 560 미터의 적갑산까지 간 후 하산했다. 적갑산에 세워진 이정표에 하산길이 표시되어 있기는 한데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가파른 길이었다. 오늘 산행하면서 그래도 몇몇 아저씨들과 아줌마들을 마주치긴 했는데 이 하산길에서는 아무도 마주칠 수 없었다. 기나긴 비에 산이 많이 상처를 입어서 뿌리까지 파헤쳐져 쓰러진 나무들이 많았다. 물은 바닥났고 배는 더욱 더 고팠다. 거의 비탈길에 가까운 적막한 산에서 벗어나니 도곡리의 연대농장 주변이었다. 처음 와 본 동네였다. 이 마을에서 어룡으로 넘어가는 곳에 산을 파서 만든 길이 있는데, 길을 위해 양편으로 깍인 구릉의 절단면이 시커먼 흙을 드러낸 채 그물망에 갇혀 있었다. 아무래도 비가 더 오면 붕괴될 위험한 길이었다. 목도 타고 배는 고프고 다리도 휘청거리는게 마치 도주하는 빨치산의 신세같다고 할까. 그 때 어룡마을이 끝나는 지점에서 막국수 집이 보였다. 그냥 지나치고 집에 가서 먹을까 하다가 돌아 섰다. 6,000원 짜리 물막국수를 먹었는데, 면을 다 먹고 시원한 국수물을 마시니 마치 내장이 청소되기라도 하는 듯 냉기가 전신에 울렸다. 땀을 흘릴 수 있다는 것, 시원한 막국수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일상의 소박한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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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 나라를 먹여 삼키는 기업

책들 Bücher 2011. 8. 22. 16:19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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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소설책 읽기가 시들시들해 지면서 도서관 서가의 사회과학류를 서성거리다 김용철의 『삼성을 생각한다』(사회평론, 2010, 초판 10쇄)와 이삼성의 『동아시아의 전쟁과 평화』(한길사, 2010, 1판 4쇄)를 대출했다. 김용철의 책은 이제 면책을 받고 잔뜩 힘이 들어간 눈매와 몸체를 뒤뚱거리는 삼성 족벌 2세의 당당한 위풍에 가려 잊혀질만한 시대의 에피소드로 전락해 가는 감이 있지만, 대기업에 국가와 생활세계가 매수당하는 현실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란 점에서, 이 분야의 영원한 고전이라 불러도 좋을 내부 고발서이다. 삼성의 60여개의 계열사가 구조본이라는 법적 실체도 없는 회장의 비서실에 의해 좌지우지되며, 주요 계열사가 이재용에서 출발하는 순환출자로 꽁꽁 묶여 있는 체제는 현대판 친권체제, 중앙집권식 기업 운용 방식이다. 고중세 세계의 왕국에서 가신과 제후를 묶는 접착제가 칼자루와 작위/영지였다면 삼성은 철저히 돈이다.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주요 계열사가 벌어들인 실적의 일부는 세탁되어 행정/사법/입법에 전방위적으로 흘러간다. 흥미로운 에피소드 하나.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정부의 타이틀에 대한 논의는 삼성 구조본의 회의에서 '참여정부'라는 이름으로 먼저 나왔고 이후 청와대에서 이를 채택했다고 한다. 삼성의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최고 실세 이학수가 노무현의 부산상고 선배였으며, 노무현이 '학수선배'라 잘 따랐다는 얘기. 이런 인맥으로 이학수는 2002년 당시 구조본에서는 드물게도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도 괜찮겠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어떤 정부든 길들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참여정부의 정책 일부가  삼성경제연구소의 영향을 받았으며, 삼성전자 사장 진대제는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입각하기도 했다. 법원 퇴직 후 변호사로서 삼성 에버랜드 사건의 변호를 맡았던 이용훈은 이후 참여정부의 대법원장이 되는데, 삼성의 지배구조 및 경영권 승계와 맞물린 에버랜드 사건이 결국 대법원까지 올라오게 되자 이용훈 대법원장은 삼성에게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냈다. 참여정부가 이 정도인데 이명박 정부는 더 말할 것도 없다(이명박과 삼성의 연결고리는 삼성가의 인연깊은 가신인 천신일 세종나모 회장). 국가 예산 규모의 매출을 올리는 이 족벌 그룹이 대한민국을 언제까지 쥐락펴락할까.  

이삼성은 이 책에서 자신의 문제틀을 방대한 동아시아 역사 학습의 바탕에 투영시킨다. 저자는 예일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미국통인데 왜 동아시아의 역사에 빠져든 것일까? 저자는 통일신라 이후 조선의 몰락 시기 까지 지속되어온 한반도의 중화주의(중원의 오리지널 중국을 숭상하는 주의)라는 이념의 숭배대상이 이제 미국으로 바뀐 시점에서, 이런 이념이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적절한 것인지 묻는다. 중국은 중원으로 대표되는 한(漢) 민족만의 중국이 결코 아니라, 중원을 둘러싼 노마드 세력과 엎치락 뒤치락한 복합적 단위의 국가라는 것이다. 하,상,주에 이은 춘추전국시대를 통일한 진(秦)은 원래 서쪽 끝에서 노마드 족과 다툼을 벌였던 나라다. 중국이란 정주민인 한족과 유목인인 노마드가 역사를 동틀어 전쟁과 경제적 공생, 문화의 형태로 끊임없이 상화작용을 하지만, 서로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처럼 결코 합일될 수 없는, 끊임없는 내적 분열의 봉합상태이다. 통일신라 시대를 전후해 한반도의 영남중심 집권세력이 정주민인 한(漢)민족의 중국을 숭상하고, 중원 주변의 노마드를 오랑캐로 배척함에 따라 전란을 입기도 했다. 여진과 원, 청이 그렇다. 하지만 흉노라는 노마드가 기원전 3세기에 중국 변방을 흔들기 시작한 이후, 2천여 년간 중국의 통일을 한족과 양분한 이들은 바로 몽골과 만주리안과 같은 노마드였으며, 역사의 후대로 갈 수록 노마드의 지배기간이 길어졌다. 그만큼 이 변방족들이 한족을 흡수하면서도 안정적으로 통일된 중국을 관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중국공산당이 티벳의 독립요구에 미친듯 발끈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역사의 지형 위에서 저자는 앞으로 남한의 외교가 친미를 유지하면서 동북아의 평화를 지켜 나갈 수 있는지 의문시한다. 하지만 과거의 그 거대한 동아사아의 역사지형이 현재의 동북아 질서를 이해하고 선견하는데 참고 이상의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저자는 혹시 역사의 심원한 단층을 너무도 가볍게 넘겨 뛰려는 것은 아닐까? 산업혁명과 1,2차 세계대전은 전혀 새로운 현실을 한반도에 안겨 준 것이 아닐까? 위태위태한 달러의 불안 앞에서 힘의 균형이 중국으로 쏠리는 세계정세에서 하나의 돌파구를 이 책에서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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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의 이편과 저편

책들 Bücher 2011. 8. 16. 16:50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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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에 고등학생인 조카네 집에 갔다가 논술 수험용으로 나온 세계문학전집 중 노먼 메일러의 『아메리카의 꿈』을 빌렸었다. 『분노의 포도』 1권을 다 보고 나서, 2권을 빌리려는 시점에 『아메리카의 꿈』을 잠깐 보다가, 『분노의 포도』2권을 마져 다 읽고 『아메리카..』를 다시 들었다. 앞에서 잠깐 보기로 번역이 너무도 이상했고, 지난 연휴 동안 방바닥을 구르며 읽고 있는데, 역자가 제대로 이해를 하고 번역을 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이해불가능한 문장 투성이었다. 하드 커버 장정에 칼라 사진까지 덧붙인 해설은 그럴싸한데 이런식으로 해서 수험생 학부모에게 세계문학전집을 팔아 먹으려는 상술이 돋보인다. 출판사는 중앙출판이란 곳이다. 중간에 읽다가 그만 두는게 영 개운치 않아서 다 읽기는 했는데, 난공불락의 문장을 헤치며 줄거리만 쫏은 독서가 되버렸다. 별 감흥없이 읽어버린 이 책을 던지고 『돈키호테』를 읽기 시작했다. 『분노의 포도』2권을 빌릴 때, 예약 대출 서고에 『돈키호테』1편 완역본(시공사)이 있는 걸 보고 작정을 해둔 터였다. BK21 지원금 까지 받으면서 번역된 책이라 아무래도 볼 만한듯 하다. 중간 중간에 19세기 삽화가인 구스타프 도레의 그림이 들어가 있는데, 영화 『솔라리스』에서 우주정거장의 도서관 장면 중 주인공이 펼쳐든 『돈키호테』에 나온 삽화와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 비오는 여름날 읽기에 좋은  책들이지만 책 밖의 세상이 더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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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한 폭력

문학 Literatur 2011. 8. 10. 09:44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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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은 그의 가족과 함께 세번째로 옮겨간 복숭아 농장의 천막촌에서, 파업을 일으키고 외부로 쫏겨난 케이시를 만나게 된다. 경찰과 협력해 파업 잔당을 몰아내려는 주민이 곡괭이 자루로 케이시를 가격해 숨지게 하자 톰은 그 자리에서 이 살인자를 동일한 방법으로 쳐죽인다. 톰의 가족은 톰으로부터 이 사실을 알게 되고,  가족을 떠나 멀리 도망치려던 톰은 어머니의 만류로 이날 밤 톰의 가족이 네번째로 옮겨간 목화밭 유개화차 주변 개울가의 덤불과 배수로에 몸을 숨기게 된다. 맥알레스터 교도소에서 살인죄로 형기를 마치고 가석방되었던 톰 조드는 다시 살인을 저지름으로써 난관에 봉착한 것이다. 한 번의 살인은 정당방위에서, 또 한번의 살인은 부당한 폭력에 대한 항거로. 다음은 얼굴에 심한 상처를 입고 코뼈가 부러져 집에 들어온 톰이 가족들에게 하는 말 ]

"그 사람[톰 조드]이  뭔가 잘못을 저질렀다면 이런 생각을 하고 있겠죠. '그래. 교수대에서 깨끗이 죽자. 내가 잘못을 저질렀으니 벌을 받아야지.' 하지만 그 사람은 아무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어요. 기분이 스컹크 한 마리를 죽였을 때랑 별로 다르지 않다고요."

존 스타인벡, 『분노의 포도』2 The Grapes of Wrath (1939) 김승욱 역 (민음사, 2009, 1판 4쇄), 361면.

인간이라고 부르기 합당하지 않은 자를 처단하는 것이 정당함을 작가는 톰 조드의 행위를 통해 주장한다. 매값을 던지며 사람을 두둘겨 팬 M&M의 재벌 2세 같은 놈들을 죽여버리는 것은, 법의 이름으로는 불법이라도 정의의 이름으로는 죄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야기 전개와 별개로 각 장 사이에 끼어있는 에세이 형식의 글은 특정 개인사의 이야기를 넘어 미국 사회의 단면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봄까지 일이 없어. 일이 없다고.
 일이 없으면 돈도 없고 먹을 것도 없는 거야.
 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땅을 갈고 풀을 벨 때 말을 이용하지. 하지만 말들이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녀석들을 ㅣ 굶길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을 거야.
 그건 말 얘기지. 우린 사람이잖아.
 여자들은 남자들을 지켜보았다. 결국 파국이 왔는지 보려고. 여자들은 말없이 서서 지켜보았다. 모여 있는 남자들의 얼굴에서 공포가 사라지고 대신 분노가 나타났다. 여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았으므로. 아직 파국은 오지 않았다. 두려움이 분노로 변할 수 있는 한, 파국은 결코 오지 않을 것이다."

상동, 43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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