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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1.06 부활의 시장
  2. 2011.10.30 조상의 지혜(일요일, 맑고 온화)
  3. 2011.10.25 카자크 이야기(火, 쌀쌀하면서 맑음)
  4. 2011.10.17 체호프 단편선 소략 2
  5. 2011.10.14 가을비

부활의 시장

단상 Vorstelltung 2011. 11. 6. 22:33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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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와 함께 내린 서늘함이 도시를 온통 에워싼 일요일, 강남역 인근의 친구 결혼식에 참석해 식사를 마치고 나온 일행은 동묘 뒤편에 새로 가게를 연 친구에게 들렀다가 주변의 벼룩시장을 둘러봤다. 노점상들이 내다 파는 이 시장엔 온갖 물품들이 쏟아져 나와 있었고 나도 필요한 것을 저렴한 값에 샀다. 이 시장엔 구형 CPU 메인보드에서 기름때묻은 트럭의 미션까지 그냥 버릴 만한 잡동사니들이 부활을 기다리고 있는데 주로 거래가 빈번한 선수들은 의류와 신발류다. 아마도 전공자로 보이는 전주인의 예쁜 글씨체로 정성스레 메모된 두툼한 서양음악사 책을 사고 싶었지만 여유로운 시간을 살 수는 없기에 단념했다.

오랜만에 신은 구두로
시장을 돌아다니다 보니
발은 아프다 아우성이지만
눈은 어린애마냥 흥미롭다

두 친구는 먼저 보내고
아쉬운 두 사람은 알콜의 온정을 찾아
점심의 포만감이 채 가시지 않은
비만한 배를 허리띠로 가두고
비로 차겁게 씻긴 거리 너머
황금빛으로 넘실대는 중앙시장 너머
신당동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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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의 지혜(일요일, 맑고 온화)

단상 Vorstelltung 2011. 10. 30. 18:04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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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조상이 농경과 건축과 같이 자연의 외풍을 이겨내며 이룩한 찬란한 문명의 성과는 지배층이 피지배층에게 행사한 교활한 폭정에서도 드러난다. 도구적 이성은 자연의 지배이면서 인간의 지배기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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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크 이야기(火, 쌀쌀하면서 맑음)

책들 Bücher 2011. 10. 25. 09:13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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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세계명작동화 중 『대장 부리바』로 불렸던 고골의 원작을 읽었다. 정확한 발음과 이름으로는 『타라스 불바』로, 타라스는 '대장'이라는 뜻이 아니라 불바의 이름이며, 성의 발음은 '부리바'가 아니라 '불바'라고 한다(따라서 고골리가 아니라 고골). 15세기 드네프르 강 유역에서 형성된 반(半) 자치 유목민이었던 카자크들은 16세기, 러시아 외곽의 변경 수비대 역할을 하면서 전성기를 이루는데, 주요 지역에 형성된 돈, 그레벤(카프카스 지역), 야이크(우랄 강 중류), 볼가, 드네프르, 자포로제 중에서 작가는 자포로제 카자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러시아 정교를 숭상하던 카자크는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정착하지 못한 상태에서 카톨릭을 신봉하는 폴란드와 잦은 분쟁에 돌입한다. 국가로부터 제대로 된 대우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군사적 공동체로 국가에 봉헌하는 카자크들은 20세기 초반의  러시아 제정 말기까지 최정예 부대로 이용된다. 이 소설에 보이는 카자크들의 강렬한 용맹성을 500 여 년에 걸쳐 국가가 이용한 것이다. 

이 소설에서 그려지는 카자크들의 생활 양식을 보면 오늘날의 조직폭력배와 흡사하다. 세치의 가족을 떠나 자포로제로 몰려든 카자크들은 남자들끼리 생활하면서 평상시엔 고주망태로 술을 퍼마시고, 싸움꺼리가 오기까지 몸을 간질거린다. 이 소설은 러시아인들에겐 작가가 태어난 우크라이나 땅의 전설적 영웅들의 이야기를 채록한 민족의 서사시로 보이겠지만, 폴란드인에게는 야만의 기록일 것이다. 민족적 특성과 종교의 차이가 처참한 갈등과 폭력을 유발했던 역사를 보여주는 역작이다.

주요 인물 :  휴전 중에 있던 폴란드의 소도시와 전투를 선동한 실질적인 총대장 타라스 불바와 그의 첫째 아들 오스타프, 폴란드 귀족의 딸에게 넘어간 둘째 아들 안드리, 전쟁으로 한 몫 챙기는 유태 상인 얀켈 등.  

니콜라이 고골,『타라스 불바』조주관 역(민음사, 2010, 1판 2쇄).

카자크에 관한 역자의 해설 중
"카자크라는 명칭은 15세기에 드네프로 강 유역에서 형성된 반(半)자치집단인 유목민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러다가 15세기 말에는 농노 신분에서 벗어나기 위해 폴란드, 리투아니아, 모스크바 공국에서 드네프르 강과 돈 강 유역으로 달아나 자유로운 성격의 군사조직을 만든 농민들도 포함하게 되었다. '카 ㅣ 자크'라는 말은 원래 '독립적인 또는 자유로운'이라는 의미를 가진 터키어에서 유래하였다...그들 대다수가 大러시아인들이 아니면 우크라이나인들로 구성되었다. 그들은 폴란드로부터 종교적 억압과 민족적 핍박을 받았고, 세금 착취와 군사적 위협을 받고 있었다. 이교도적인 요소가 가미된 러시아 정교를 믿고 있었던 그들은 초기에 어업과 수렵에 종사했지만, 일부튼 터키, 크리미아, 페르시아 등지의 해안에서 주로 약탈을 일삼았다. 17세기 이후 그들의 생업은 농업으로 전환되었다. 그들의 사회구조는 전통적으로 평등과 토지 공동소유를 바탕으로 형성되었다." 

상동, 23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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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호프 단편선 소략

책들 Bücher 2011. 10. 17. 16:57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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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주간 읽었다. 다른 것도 그렇겠지만, 단편은 시간이 지나면 쉽게 잊혀 진다. 조그만 인상이라도 남겨두는 것이 노화되는 기억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런 기록이 의식 저편의 기억에 잔존하던 인상을 상쇄하는 역효과도 있을 수 있다. 그러면 다시 읽어야 한다.

-관리의 죽음
체호프의 초기 희곡의 특징을 보여주는 풍자극. 상명하복과 눈치밥에 이골이 난 공무원이나 직장인에게 귀감이 될 만 하다.

-공포
도무지 무엇이 공포스러운지 알 수 없는 단편이다.

-베짱이
남편의 진가를 그의 최후에 가서야 알 수 있었다는 점에서 여주인공이 베짱이일까?

-드라마
악성 팬에 걸려든 작가의 고뇌를 보여준다. 문득 어떤 영화가 떠오른다.

-베로치카
우유부단한 남성의 후회기?

-미녀
소유할 수 없는 미에 관한 고전적 논의를 유발할 수 있는 소재다.

-거울
거울 저편에 미래의 삶이 과거로 투영된다.  

-티푸스
톨스토이 혹은 파스테르나크의 작품에도 이와 비슷한 얘기가 있던 것 같다.

-주교
 높은 성직이 주교의 숨을 막히게 한다.

-『체호프 단편선』박현섭 역(민음사, 2008, 1판 20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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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

단상 Vorstelltung 2011. 10. 14. 08:58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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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내내 현장에서 징글맞도록 맞은 비이지만, 오랜 가뭄 뒤에 내리는 비가 처연하면서도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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