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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전체보기'에 해당되는 글 803건

  1. 2011.08.04 무르익어 가는 폭동의 조짐
  2. 2011.07.25 괴물
  3. 2011.07.24 24시간의 독서
  4. 2011.07.21 무명의 뱃지 : 『이름없는 주드』
  5. 2011.07.19 비극의 수렁

무르익어 가는 폭동의 조짐

책들 Bücher 2011. 8. 4. 15:03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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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쫏겨나듯 오클라호마의 샐리소를 떠난 톰의 가족은 우여곡절 끝에 캘리포니아에 도착하지만, 고속도로의 중간 중간에 만났던 사람들의 경고처럼 서부에서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음을 알게 된다. 남동부 전역에 뿌려진 캘리포니아 농장의 구인 전단은 노동공급을 늘려 노임을 낮추려는 것, 곧 산업예비군의 양성으로 기층민중의 생활을 폭압적으로 몰아가면서 저렴한 값으로 쉽게 뽑고 쉽게 자를 수 있도록 이들을 관리하려는 것이었다. 매스의 단위로 인간을 관리하는 이런 현상은 아감벤이 지적하다시피, 생명이 관리대상으로 포섭되는 아우슈비츠를 전형으로 해서, 첨담화되는 정보통신기술과 맞물려 이제 온사회에 퍼져가고 있다.] 

"땅은 더욱더 소수의 손에 집중되었고, 재산을 빼앗긴 사람들의 숫자는 점점 늘어났다. 대지주들은 사람들을 억압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엄청난 재산을 보호하는데 필요한 무기와 독가스를 사는 데 많은 돈을 썼다. 혹시 사람들 사이에서 불온한 소리들이 오가지는 않는지 감시하기 위해 첩자들도 보냈다. 폭동이 일어나면 짓밟아 버리기 위해서였다. 대지주들은 경제적 변화도 무시했고, 변화를 위한 계획도 무시했다. 폭동의 원인이 계속 존재하는데도 대지주들은 폭동을 분쇄할 방법만 생각했다."

존 스타인벡, 『분노의 포도』2 The Grapes of Wrath (1939) 김승욱 역 (민음사, 2009, 1판 4쇄), 23면.

"기업들, 은행들도 스스로 파멸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그들은 그것을 몰랐다. 농사는 잘되었지만 굶주린 사람들은 도로로 나섰다. 곡식 창고는 가득 차 있어도 가난한 집의 아이들은 구루병에 걸렸고 펠라그라병 때문에 옆구리에서는 종기가 솟아올랐다. 대기업들은 굶주림과 분노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것을 몰랐다. 그들은 어쩌면 품삯으로 지불할 수도 있었을 돈을 독가스와 총을 사들이는 데, 공작원과 첩자를 고용하는 데,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사람들을 훈련하는 데 썼다. 고속도로에서 사람들은 개미처럼 움직이며 일자리와 먹을 것을 찾아다녔다. 분노가 끊어오르기 시작했다."

상동,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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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문학 Literatur 2011. 7. 25. 17:14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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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에서 지휘하는 은행이 흉작과 빚더미에 몰린 오클라호마의 소작농들을 트랙터로 밀어낸다.]

"은행, 그 괴물은 항상 이윤을 내야 해요. 기다려 줄 수가 없다고요. 그러면 죽어 버릴 테니까. 세금도 자꾸 나오는데. 그 괴물은 계속 자라지 못하면 죽어 버려요. 계속 같은 크기로 있을 수 없단 말입니다...마침내 지주의 대리인들이 요점을 꺼냈다. 소작 제도는 이제 소용이 없습니다. 트랙터만 있으면 한 사람이 열두 가구나 열네 가구 몫을 해낼 수가 있으니, 그 사람한테 월 ㅣ 급을 주고 추수한 걸 이쪽이 다 갖는 편이 낫죠. 그렇게 해야 합니다. 우리도 좋아서 하는 일은 아니지만, 괴물이 지금 아프거든요...은행은 사람하고 달라요. 땅을 5만 에이커나 가진 지주도 평범한 사람들하고는 다르죠. 괴물이 되는 겁니다....ㅣ은행은 사람하고 달라요. 사실 은행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모두 은행이 하는 일을 싫어하지만 은행은 상관 안 합니다. 은행은 사람보다 더 강해요. 괴물이라고요. 사람이 은행을 만들었지만, 은행을 통제하지는 못합니다."

존 스타인벡, 『분노의 포도』1 The Grapes of Wrath (1939) 김승욱 역 (민음사, 2009, 1판 5쇄) 69-71.

[톰의 가족들은 캘리포니아로 떠나기 전, 쓰던 물건들을 처분한다.]

"당신이 산 이 잡동사니는 쓰레기가 되 버린 우리 삶이기도 해...이 땅, 이 붉은 땅이 우리야. 우린 다시 시작할 수 없어. 고물상한테  우리가 팔아넘긴 쓰라린 심정, 고물상이 그 심정까지 가져갔는데도 우린 여전히 속이 쓰리잖아...야영을 할 거니까 음식을 만들고 세수를 할 때 쓸 냄비 몇 개, 매트리스와 이불, 등잔과 양동이, 천막으로 쓸 두꺼운 천을 가져갈 거야. 이 석유 깡통도. 이게 뭔지 알아? 풍로로 쓸 거야. 옷도 가져가야지. 옷은 전부 가져가. 그리고...소총도 가져갈까? 총없이 길을 나서고 싶지는 않아. 신발, 옷, 음식이 떨어지고 심지어 희망마저 사라지더라도 총은 우리 곁에 있을 거야.

상동, 181, 183, 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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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의 독서

책들 Bücher 2011. 7. 24. 10:30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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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전』: 이름처럼 널리 화자된 이 책이 왜 고전인지 의문스럽다. 허균(1569~1618)의 작품인지도 확증할 수는 없다. 16세기 조선의 세간에 돌던 민담에 탐관오리와 불도를 처단하고 부의 재분배를 실행하는 의적활동이 결합된 사회소설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생각보다 분량이 매우 짧다. 아마도 허균같은 당대의 문인이 세간에 돌던 이야기를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똑같은 소설인데 판본이 다른 완판본과 경판본을 굳이 같이 싣고, 영인본까지 실어놓은 출판사의 노고가 안습이다. 판본상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세월의 험난한 격차로 시시한 이 소설을 누가 두 번씩이나 연달아 읽고, 구두점은 물론 철자도 다른 중세 국어로 된 영인본을 읽을까.  

텍스트 : 『홍길동전』김탁환 옮김/백범영 그림(민음사, 2009, 1판 2쇄).

『인형의 집』(1879년 12월 21일 코펜하겐 초연) : 여성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외친 최초의 페미니즘 희곡. 그런데 노라가 결단을 하게 된 동기가 의심스럽다. 토르발이 크로그스타드의 편지를 보고 노라의 기대와 달리, 노라를 보호하지 않으려 한다는 사실에 노라는 충격을 받고 독립을 결심한 것인데, 만약 남편이 자신의 책임으로 이 일을 수용하려 했다면, 노라는 여전히 그의 종달새이자 인형으로 남았을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남편의 한계가 그녀를 도운 것이다. 그 외 등장인물은 린데 부인, 랑크 박사, 세 아이 외 유모.

텍스트 : 헨리크 입센, 『인형의 집』Et dukkehjem 안미란 역(민음사, 2010, 1판 1쇄). 

*상반기 독서목록 : 1월 말부터 7월 초까지 읽은 책들

마거릿 애트우드, 『인간 종말 리포트』Orix and Crake 차은정 역(민음사, 2008, 초판1쇄).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이탈로 칼비노, 『우주 만화』Le Cosmicomiche 김운찬 역(열린책들, 2006, 보급판 1쇄).
헤르만 헤세, 『싯타르타』 박병덕 역(민음사, 2008, 신장판 22쇄).
노먼 메일러, 『밤의 군대들』권택영 역(민음사, 2007, 1판 1쇄).
페터 한트케, 『어두운 밤 나는 적막한 집을 나섰다』In einer dunklen Nacht ging ich aus meinem stillen Haus(문학동네, 윤시향 역, 2011, 초판).
페터 한트케, 『왼손잡이 여인』(범우사, 1992, 2판 2쇄).
토마스 하디, 『테스』 Tess of the D'Urbervilles 정종화 역(민음사, 2009, 1판 1쇄).
서머셋 몸, 『면도날』The Razor's Edge(1944) 안진환 역(민음사, 2010, 1판2쇄).
이청준, 『축제』.
윌리엄 스타이런 William Styron, 『소피의 선택』Sophie's Choice(1979) 한정아 역(민음사, 2008, 1판 1쇄).
노발리스, 『푸른 꽃』김재혁 역(민음사, 2008, 1판 16쇄).
윌리엄 스타이런 William Styron, 『보이는 어둠』Darkness Visible (19992) 임희옥 역(문학동네, 2008, 1판 7쇄).
존 바스,『키메라』이운경 역(민음사, 2010, 1판 1쇄) : 1,2부만.
아서 밀러 Arthur Miller, 『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a Salesman 강유나 역(민음사, 2010, 1판 2쇄).
조셉 콘래드,『로드 짐』 이상옥 역(민음사, 2007, 1판 3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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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의 뱃지 : 『이름없는 주드』

문학 Literatur 2011. 7. 21. 09:33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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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디가 이 소설을 세상에 내 놓았을 때, 주교를 비롯한 옥스포드 출신의 보수층으로부터 비난을 받았지만, 세대를 앞서간 이 소설의 문제의식은 얼마 안가 큰 공감은 일으켜 이 작품은 『테스』와 더불어 그의 대표적 비극 작품으로 자리잡았다. 황태자의 예방을 받고 케임브리지와 옥스포드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는 등 국내에서 세계적 작가로 인정을 받았지만 노벨상을 받지는 못했다. 그의 음울한 비극적 전개가 인류에게  희망을 주는 메시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나도 『이름없는 주드』에서 줄곧 전개되는 불안하고 자학적인 로맨스와 비극적 결말이라고 하기엔 충격적이고 기괴한 사건을 보면서, 『테스』에서 보이는 유연한 비극에서 기대했던 다양한 인상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작가가 생략해 버린 주드와 수의 동거 초기의 행복한 시절을 제외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가난과 불운으로 실패의 잔을 연속 마시는 인생의 역정을 보여주며, 이런 주드를 비웃는 주변인들의 야유만이 소설의 어둠을 불완전하게 여과시킨다. 번역도 다소 매끄럽지 못한 면이 있다. 그래도 이 소설은,  작가가 청춘시절 사촌과 벌였던 로맨스를 소재로 하면서 자신의 출신과 학력의 컴플렉스에 대한 불만과 호소를 직설적으로 퍼붓는 점에서 그가 말한 개량주의적 사회 개혁을 일정 부문 끌어낸 기여도 있다. 노조소속 노동자들을 위해 옥스포드에 러스킨 대학이 만들어진 것과, 옥스포드가  가난한 학생들에게도 학업의 기회를 주는 결과도 생겼던 것이다. 

이 작품의 주제는 『테스』와 마찬가지로 자연권과 인습의 대결구도를 배경으로 하며, 그 공통적 매개는 결혼제도인데, 『이름없는 주드』에서 작가는 결혼제도에 대해 마치 편집광이 있는 것처럼 더 집요하게 그 제도의 주위를 선회하며 공방을 주고 받는다. 후반부에서 주드와 수가 다시 전 배우자와 재혼을 하도록 설정한 것은, 비단 수의 심리적 압박감을 드러내 보이기 위한 설정이기도 하지만,  합법성에 대한 작가의 집요한 반항과 집착을 보여주는 일례다. 

이 작품에서 눈에 띄는 것은, 성경구절이 작품의 전개상황에 맞춰 상당히 많이 인용된다는 점이다. 대학자가 되려는 야심에서 교구 보좌신부가 되려는 계획으로 포부를 낮춘 주드에게 성경지식은 피와 살처럼 그의 전신을 이루고 있다. 문학작품이 성경에 대한 관심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 작품은 특이한 기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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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의 수렁

문학 Literatur 2011. 7. 19. 15:51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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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신고를 계속 미룬채 올드브리컴에서 두 연인은 주드와 아라벨라 사이에 태어난 노숙한 아이 시간 아범과 함께 그런저럭 단란한 가정을 이뤄 살아갔다. 그 사이에 두 아이까지 낳아 기르게 됐으며, 수가 세번째 아이까지 임신했을 때 장터에서 그녀는 불과 몇달 전에 남편과 사별한 아라벨라를 만나게 된다. 남편의 죽음 후 교회에 헌신하는 아라벨라의 행로는 알렉 더버빌과 유사하다. 거듭되는 주변인들의 연인들에 대한 수상쩍은 수근거림에 주드의 다섯 가족은 다시 크라이스트민스터로 이주한다. 도착한 첫 날, 거주할 방을 잡기 까지 임시로 묵을 여관을 대학 근처에서 알아봤지만 많은 식솔을 거느린 가족에게 여관 주인들은 매정했다. 어렵게 방을 구하기는 했지만 네 식구와 주드는 따로 방을 잡아야 했고, 다음날 방을 비워달라는 주인장의 요구에 수와 시간 아범은 다른 방을 알아보러 다니다가 절망적인 대화를 나누게 되고, 다음날 이 가족에게 비극적 사건이 일어나고 만다.] 

"[수의 말]"우린 순응해야 돼요!" 그녀가 비탄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위에 군림하는 절대적 힘의 오랜 분노가 그 절대자의 가엾은 피조물인 우리 머리 위에 쏟아졌어요. 우리는 항복해야 돼요. 달리 방법이 없어요. 우린 항복해야 돼요. 신과의 싸움은 소용없는 짓이에요!""

『이름없는 주드』2 , 262.

[극도의 정신적 공황에 빠진 수는 신의 이름으로 그들의 결혼생활을 단죄한다. 이 사건 이후로 수는 그 전에는 기피하던 신에게 회귀하고 만 것이다.]  

"[수의 말]"난 이제 결혼을 보는 눈이 달라졌어요. 이런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나의 아기들을 빼앗아 갔어요! 아라벨라의 아이가 내 아기들을 죽인 것은 심판이었어요. 의로운 자[합법적 결혼으로 태어난 아이]가 불의[불법적으로 태어난 아기들]를 죽인 거죠.""

상동, 275.

[아라벨라 던으로부터 주드 가족의 소식을 들은 리처드 필롯슨은 수와 다시 결합할 것을 결심한다.]

"본능적이며 제한받지 않은 정의와 옳음에 탐닉하는 것은 우리의 문명 같은 오래된 문명 속에서는 법적으로 허락되지 않았음을 그[필롯슨]는 발견하였다. 보통의 안락과 명예를 즐기고 조잡한 사랑과 친절이 베풀어지도록 두려면, 후천적으로 습득하고 기른 정의와 옳음의 이름 아래서 활동하는 것이 필요했다."

상동, 292.

[필롯슨의 편지를 받고 그에게 돌아가려는 수에게 주드가 하는 말]

"그 사람을 사랑하오?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자기는 알고 있소! 그건 광적인 매음 행위요."

상동, 295.

[두 사람이 각각 전의 배우자와 재혼을 한 후, 병든 주드가 메리그린으로 수를 찾아가서 하는 말]

"우리 두 사람은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재혼을 하였소. 나는 술에 취해 그랬소. 수도 마찬가지였소. 나는 진에 취해서 그랬고, 수는 신앙에 취해서 그랬소. 취한 상태는 사람에게서 고상한 비전을 빼앗아 가오."

상동, 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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