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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퇴근 후 저녁으로 떡과 라면을 먹은 후, 한나절 추위에 혹사당한 체내에서 출출하다는 전령을 보내와 그제 사놓은 호두를 까 먹었다. 몇 해 전부터 호두를 까는 요령을 터득해 내용물의 별다른 손상없이 다섯 알의 껍질을 호두의 뒤꽁무니로 뒤집어 까서 먹을 수 있게 됐다. 이 요령을 몰랐을 때는 바닥에 완충물을 깔고 망치로 내려 치는 식으로 했는데, 이렇게 하면 안의 뇌처럼 생긴 내용물이 부서지는 것은 물론 내용물이 껍질과 뒤섞여 버려  먹기 불편해 진다. 심야에 이렇게 하면 바로 아래층의 이웃과 만날 수도 있다.

호두의 내용물은 보면 볼 수록 인간의 뇌를 닮은 게 신기하다. 개체발생은 계통발생을 반복한다는 헤켈의 학설이 적어도 이 경우 외견상의 유사성에는 적용될 것이다. 예전에 대체의학을 한다는 사람이 간이 안좋은 사람에게 돼지 같은 다른 종의 간을 먹으면 좋다는 얘기를 들을 적이 있다. 그러면 머리고기를 먹으면 머리가 좋아지나? 아무래도 낭설이다. 반면, 뇌와 모양이 유사한 호두같은 견과류는 간에는 물론 머리에도 좋을 것 같다. 

2년 전 충북 영동에서 호두나무를 처음 본 적이 있다. 6월이라 녹푸른 열매는 성장한 방울토마토 정도의 크기였고, 가지와 잎이 무성했다. 포도나무에 비해 전정을 많이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 호두 나무 가지에 그늘막을 달다가 가지 하나가 부러지자 한 생산자가 아까운 호두가 날아갔다고 말한 기억이 갑자기 난다. 1.5 미터 길이의 무성한 가지였는데, 호두 한 말은 나올 것이다. 밤나무와 마찬가지로 별다른 관리를 해주지 않아도 농한기의 겨울 끝무렵까지 소출을 내주는 호두나무에 무성한 삶의 지혜가 달려 있다.     

주말에는  아이에게 호두를 까줘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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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노숙인의 죽음

서술 Beschreibung 2011. 12. 7. 13:42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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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PD수첩은  이 사회가 38살 노숙인 홍씨의 삶을 어떻게 뭉개버리는지 보여줬다.  빈농의 홍씨 가족이 화전에서 밀려나 도시로 뿔뿔히 흩어져 어떻게든 살아보려 애를 쓰는 과정에서, 초등학교 졸업 후 가난으로 중학교 진학을 포기해야 한 홍씨는 청소년기를 갖은 노동으로 혹사하다가 청년기에 도시의 공장에서 어느정도 자리를 잡지만, 공장이 부도나고 사장이 홍씨의 명의를 도용해 카드빚 2천만원을 물리게 하자 홍씨의 삶은 벼랑끝으로 몰린다. 서민에게도 부담되겠지만, 삶의 기반이 극도로 취약한 사람에게 카드빚 2천만원은 극복할 수 없는 수렁이었다. 장기간 노숙으로 병을 짊어진 홍씨가, 고향 인근의 도시에서 기초생활수급권자로 월 30만원의 수입과 폐지수집으로 근근히 혼자서 생활을 이어나가는 아버지를 찾아 갔을 때, 이 부자의 만남은 오래 가지 못했다. 미혼의 부양 의무자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아버지가 기초수급권자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죽어가는 아들을 보면서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아들에게 해준 것은 치킨 주문이었다. 서울에서 홍씨는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려고 했으나 근로능력이 없음을 증명할 수 없었다. 이것은 사회가 공모해 한 사람을 죽인 것이 아닐까? 젊은 시절 갖은 유랑으로 떠돌아 다니다가 폐병으로 죽어가는 크눌프는 그래도 고향으로 가서 죽을 수 있었으나, 이 노숙인을 맞이한 마지막 안식처는 차디찬 서울 도심의 공중 화장실 맨바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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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있어서도 질서 혹은 안정을 추구하는 정당과 진보 혹은 개혁을 지향하는 정당 둘 다가 정치적 생활의 건전한 상태를 유지하는 필수적 요인이라는 것은 거의 상식에 속하는 사실이다. 이것은 둘 중의 하나가 그 정신적 포용력을 확대하여 질서와 진보를 동등하게 표방하는 정당이 되어서 보존하기에 적합한 것과 폐지해야 할 것을 구분해서 인식하게 될 때 까지 그러하다. 이러한 각각의 사고 유형이 효용을 가지는 이유는 상대방이 약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서 도출되지만, 각자로 하여금 이성과 정신적 건강의 범주 내에 머물게 해 주는 것도 역시 주로 상대편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대 귀족주의, 재산 대 평등, 협동 대 경쟁, 사치 대 절약, 사회성 대 개별성, 자유 대 통제, 그리고 실제 생활에서 지속적으로 벌어지는 모든 다른 대립에 대한 의견이 동등한 자유를 가지고 표현되고, 동등한 재능과 정력을 가지고 옹호되고 이행되지 않는다면, 양쪽 모두가 자기  몫을 획득할 기회를 잃게 된다...진리는 인생의 중요한 실천적 관심사에 있어서 반대편 입장을 화해시키고 접목시키는 문제여서, 엄밀히 가까울 만큼의 조정을 해낼 수 있는 광활하고 무사 공평한 정신을 가진 사람은 드물다. 따라서 그 조정은 적대적인 가치하에서 투쟁하는 전사들 사이에서의 투박한 대립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져야 한다. 만일 방금 열걸한 풀리자 않은 중요한 문제ㅣ 들 중의 어느 것에 대한 찬반 의견 가운데에서 다른 의견에 비해 더욱더 관용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고무되고 격려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할 수 있는 의견이 있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특정한 시각에 특정한 장소에서의 소수 의견이다."

존 스튜어트 밀,『자유론』, 66-67면.

영국에서 전통적으로 진보와 보수의 대립이 밀이 말한 것처럼 상호침투하면서 균형을 이룬 역사과정을 거쳤지만, 한국에서 보수는 안정보다는 사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이들은 진보의 파트너가 아니라 범죄자일 뿐이란 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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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소설 출간

안내 Einführung 2011. 12. 5. 10:32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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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께]

요즘 책읽기가 시들시들해지면서 업데이트도 신통치 않습니다. 해서, 조그만 이벤트를 합니다. 올해 제가 틈틈히 쓴 중편 소설이 있습니다. 중편이 될지 장편이 될지 무작정 써 나간 것인데, 중편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이걸 신춘문예에 내볼까, 그냥 출판을 해볼까 틈틈히 생각해 보다가 출판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나꼼수' 신드롬이나 가카의 말씀도 그렇듯이, 이제 스마트 시대가 아닌가요? 그래서 pdf 파일로 출력해 이메일로 보내기로 했습니다. 먼저 아는 친구들에게 보냈었고, 한 친구에게는 예상됐던 구성상의 문제점을 지적받기도 했습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작품이라 부끄럽지만, 일단 이런 방식으로 세상에 내놓아 봅니다. 나름으로는 이제 중년에 접어든 시점에서 지난 10년을 반추해 보고 싶은 바램이 있습니다. 관심있으신 분은 저에게 댓글이나 메일로 이메일 주소를 남겨 주시면 파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혹 읽으시고 간단한 평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메일 : streetphil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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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에 적들이 사라지고 나면, 곧 스승과 제자들은 잠자리에 들게 된다...언어와 문학은 모두 인생이란 무엇인가와 그 속에서 어떻게 처세해야 하는가라는 관점에서 인생에 대해 일반적으로 관찰한 것들로 가득 차 있다. 그 관찰은 모든 사람이 알고, 모든 사람들이 반복하거나 말없이 경청하고, 당연한 진리로서 수용하는 것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험을 통해서 그것도 대체로 쓰라린 종류의 경험을 통해서 그 관찰이 현실로 될 때 비로서 그 의미를 진정으로 배우게 된다...개인적인 경험을 통해서 직접 느끼게 전에는 그 전체적 의미가 절대로 실현될 수 없는 진리가 많다. 만일 그것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그에 대해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논의를 익히 들었더라면, 이러한 진리가 뜻하는 바를 더 많이 이해했을 것이다. 어떤 것이 더 이상 의심스럽지 않을 때 그것에 대한 생각을 중지하려는 인류의 치명적인 경향이 그들의 실수에 있어 절반을 이룬다."

존 스튜어트 밀,『자유론』김형철 역(서광사, 2002, 1판9쇄), 61면.

그러니까 진리로 묵인되는 사안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로 집요하게 물어 뜯으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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