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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전체보기'에 해당되는 글 803건

  1. 2011.10.09 밀 형님의 자유론(일요일, 약간 흐린 상태에서 화창)
  2. 2011.10.08 휴대폰교체 3
  3. 2011.10.04 얇은 독서(화요일, 맑음)
  4. 2011.09.18 현장 중심
  5. 2011.09.15 명절 후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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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래 복수의 책을 병행해서 읽지 않는다. 그랬다가는 이도 저도 아니게 중간에 읽다가 그만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학생처럼 학습이 주된 일상사가 아닌 입장에서 더욱 그렇다. 집에 묵혀 둔 밀의 『자유론』은 그런 식으로 읽다가 책의 1/3 정도의 지점에서 책을 덮은 것이 2003년이었다. 당시 잠깐 다녔던 일본어 학원의 수강증을 책갈피로 써서 시기를 알 수 있었는데, 그 때 줄쳤던 부분은 지금 봐도 공감이 간다. 『자유론』은 강남좌파로 지목된 조국의 인터넷 강좌로 널리 알려지기도 했지만, 워낙 유명하고 중요한 저서라 내 생각에는 고등학교에 철학과목이 개설된다면 한 학기 동안 『자유론』을 교과서로 써도 좋다고 본다. 공리주의자로서 개별적 자유를 주장하는 것은 모순된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이 때의 자유는 다수의 폭압에 억눌러진 자유로, 이렇게 개별자가 침묵을 강요당하면 사회적 발전도 퇴보할 수 없다고 밀은 본다. 여기서 다수는 정부일 수도 있고 사회일 수도 있는데, 정부는 제도를 통해 소수를 통제할 수 있고, 사회는 여론을 통해 소수를 제압할 수 있다. 특정한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가 타인에게 해를 입히지 않는다는 조건에서, 이 의사를 제도와 여론으로 사장시키는 것은 다수의 맹목적 폭력이다. 다수가 자신의 의견을 소수의 의견을 묵살한 채  관철시켜가는 것은 스스로 정당성과 유용성을 훼손하는 것이다. 즉 다수의 의견은 소수의 의견을 통해 검증받을 기회를 스스로 박탈한 것이다. 왜냐하면 다수의 의견이 소수의 의견을 통해 오류로 판정될 가능성을 놓칠 수 있거나 소수의 의견을 통해 더욱 강화된 진리로 확인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 때문이다. 아무런 제제도 없이 유유히 라인을 타고 흘러가는 강은 늪지와 모래밭과 같은 여과장치를 파괴하며, 그 결과는 점진적인 사회의 균열과 와해로 나타난다.
 
그나 저나 오랜만에 철학책을 접해서인지 건조한 감이 들어 도서관에서 안톤 체호프의 단편선을 대출했다. 오 헨리의 단편을 고를까 했는데 내가 즐겨가는 서가에 없어서, 역시 앞부분을 읽다가 만 체호프의 작품을 골랐다. 토마스 만의 경우처럼 단편은 중장편이나 대하서사와 비교해 소품이나 대작을 위한 디딤돌로 볼 수 있는데, 체호프에게는 단편이 더 알려져 있다. 체호프도 서머셋 몸처럼 젊은 시절 의사직을 던지고 집필에 몰두했다면 대작을 남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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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교체

단상 Vorstelltung 2011. 10. 8. 19:07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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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술마시고 집에 오다 핸드폰을 분실한 덕분에 스마트폰으로 갈아탔다. 문명의 혜택을 이런식으로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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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독서(화요일, 맑음)

책들 Bücher 2011. 10. 4. 08:59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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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가을철 이사를 가야할 상황이라 요즘 정신이 어수선하다. 몇 주간 접한 책들은 깊은 독서를 못했다.

최영준, 『홍천가변에서 주경야독 20년』(한길사, 2010, 1판 2쇄).
역사지리학자의 반(半)귀농 이야기다. 저자가 90년대 초반에 홍천 강변의 산골에 터전을 마련해 서울을 오고가며 지내온 시골생활을 보여준다. 돈이 어느 정도 있어야 안정된 귀농이 가능함을 알려준다.

베르나르마리 콜테스, 임수현 역 『목화밭의 고독 속에서』Dans la solitude des champs de coton(민음사, 2007, 1판 3쇄).
두 편의 희곡이 실려 있는데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작품이다. 두번째 희곡은 읽다가 손을 들었다. 어둠의 뒷골목에서 자신의 판매물건이 무엇인지 밝히지 않는 딜러와, 자신의 욕망의 대상이 무엇인지 밝히지 않는 손님 사이의 대결구도는 재미있는 설정이다. 두 사람은 욕망을 놓고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사무엘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En)attendant Godot, Waiting for Godot.
도서관에서 빌리기도 귀찮아 집에 있는 책을 들었다. 원본은 불어본인데, 영문본을 중역한듯 하다. 그래도 콜테스보다는 낫다 싶은데, 역시 의미가 오리무중인 희곡이다. 예전에 한 대학 캠퍼스에서 친구인듯한 두 노인이 싸우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한 할아버지가 먼저 집에 간다고 하자 다른 할아버지가 화를 내는 장면이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의 뭔가 불완전 연소같은 대화를 연상시킨다. 고도는 누구일까? 죽음, 구원, 신, 등장인물, 나무 등등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베케트는 마치 목화밭의 저 딜러와 손님처럼 고도를 명시하지 않는다. 상징을 벗겨내는 것은 문학을 욕되게 하는 것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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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중심

책들 Bücher 2011. 9. 18. 10:14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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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의 『신곡 : 지옥편』을 읽다가 지루해서 반납했다. 고대 이후 서양 지성사에 대한 일종의 검열같은 리뷰라는 점에서 존 바스가 했던 시도와 유사하다. 오히려 존 바스가 더 생동감있지 않았나 싶다. 바스는 선대의 유산을 단죄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 유산을 개작하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중간 중간 읽다가 뒤쪽에 있는, 본문의 분량과 맞먹는 기다란 주석을 참조하며 읽는 것도 고역이다. 주석에 큰 욕심을 부리지 말고 본문 밑에 짧은 분량으로 싣는 방식이 가독에 더 용이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대작을 중간에 읽다가 그만두면, 큰 산을 앞에 두고 발길을 돌린 듯한 낭패감이 든다. 그래서 별로 내키지는 않지만 경영서 한 권을 골랐다. 허남석과 포스코 사람들이 지은 『강한 현장이 강한 기업을 만든다』(김영사, 2009, 1판 13쇄). 아무래도 노골적인 자사 홍보물로 밖에 볼 수 없는 책인데, 이런 높은 판매부수는 직원이 1만 7,000명에 달하는 포스코의 규모를 짐작해 볼 때 알만한 수치다.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으로 이런 책을 들여다 볼 만한 관심은 조금 있지만, 중간 중간에 구역질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 책의 서두를 장식한 정준양 포스코 회장의 추천사부터 그렇다. 철강산업이 쇳물을 만드는 제선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현실에서 포스코는 파이넥스 공법으로 탄소배출량을 상당히 줄였다고 하는 점은 그렇다 치더라도, 앞으로는 소형원전을 이용한 수소환원기술을 상용화해 '환경오염이 없는 제선작업을 이루는 동시에 저탄소 녹색성장의 선두주자'가 되겠다는 포부는 이병박 정권의 녹생성장과 뜻을 함께 한다. 원전을 늘려가며 녹색성장을 한다는건 원전을 녹색으로 칠해 그 위험성을 가리겠다는 곡학아세다. 그래도 이 책에서 눈여겨 볼 만한 부분은, 450 만평에 이르는 광양제철소 공장 구석 구석을 제철소장이 헬맷을 쓰고 방진복을 입고, 작업화를 신은 채 매일 매일 돌아다니며 직원들을 살피는 현장 중심주의다. 현장을 옥죄기 위한 의도는 분명하지만, 직원들과 작업과 관련없는 대화도 하면서 그들의 고충을 들어준다는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라 본다. 이건희나 이재용은 위험산업장으로 찍힌 삼성전자 공장을 과연 얼마나 가 보았을까. 사장단 회의도 자신의 집에서 주재하는 등 웬만 해서는 출근을 하지 않는 이런 족벌세습경영주와는 전혀 다르다. 입으로는 위기 경영이니 하면서 게거품을 물며 겁박이나 할 줄 알지 현장 알기로 개코로 아는 경영주야말로 정신을 차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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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후유증

책들 Bücher 2011. 9. 15. 14:42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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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기간동안 집의 컴퓨터와 차량이 큰 고장을 일으켰다. 추석 당일 아침, 가족과 함께 동해로 향하던 차량에서 타는 냄새가 났고 오르막길에서 힘을 내지 못했다. 10년도 넘은 차량이긴 하지만 그런대로 잘 관리를 해서 이 지경까지는 아니었는데 아무래도 심상치 않았다. 수동 기어의 변속감도 없었다. 풍수원에서 견인차를 불렀는데, 횡성 읍내에서 유일하게 문을 열었다는 정비소로 안내했다. 견적가가 너무 비싸게 나와 다른 정비소를 알아보러 횡성을 뒤지다가 그냥 동해로 출발했다. 90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고, 주행중에 변속을 할 필요도 없어서 운행할 만 했다. 무사히 처가에 도착해 다음날 동서 형님이 소개한 천곡동의 카센터에 갔다. 여기서 미션을 들어내는 장작 5시간의 수술을 받은 승용차는 수술의 여파로 이젠 트럭같은 소리를 낸다. 장거리를 대비해서 차량 정비를 어느 정도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잦은 고장을 일으키는 낡은 트럭을 손수 수리해 가며 오클라호마에서 캘리포니아까지 이주하는  톰 조드 가족의 고군분투를 그린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로 이어졌다. 인생의 어느 시기에 봉착한 험난한 도정에 용기를 불러일으키는 이런 작품은 무형의 자산이다.

"우리 인생길 반 고비에
 올바른 길을 잃고서 난
 어두운 숲에 처했었네"

단테, 『신곡 : 지옥편』La comedia di Dante Alighieri-Inferno 박상진 역(민음사, 2011, 1판 11쇄) 1곡,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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