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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와 함께 내린 서늘함이 도시를 온통 에워싼 일요일, 강남역 인근의 친구 결혼식에 참석해 식사를 마치고 나온 일행은 동묘 뒤편에 새로 가게를 연 친구에게 들렀다가 주변의 벼룩시장을 둘러봤다. 노점상들이 내다 파는 이 시장엔 온갖 물품들이 쏟아져 나와 있었고 나도 필요한 것을 저렴한 값에 샀다. 이 시장엔 구형 CPU 메인보드에서 기름때묻은 트럭의 미션까지 그냥 버릴 만한 잡동사니들이 부활을 기다리고 있는데 주로 거래가 빈번한 선수들은 의류와 신발류다. 아마도 전공자로 보이는 전주인의 예쁜 글씨체로 정성스레 메모된 두툼한 서양음악사 책을 사고 싶었지만 여유로운 시간을 살 수는 없기에 단념했다.
오랜만에 신은 구두로
시장을 돌아다니다 보니
발은 아프다 아우성이지만
눈은 어린애마냥 흥미롭다
두 친구는 먼저 보내고
아쉬운 두 사람은 알콜의 온정을 찾아
점심의 포만감이 채 가시지 않은
비만한 배를 허리띠로 가두고
비로 차겁게 씻긴 거리 너머
황금빛으로 넘실대는 중앙시장 너머
신당동으로 간다.
오랜만에 신은 구두로
시장을 돌아다니다 보니
발은 아프다 아우성이지만
눈은 어린애마냥 흥미롭다
두 친구는 먼저 보내고
아쉬운 두 사람은 알콜의 온정을 찾아
점심의 포만감이 채 가시지 않은
비만한 배를 허리띠로 가두고
비로 차겁게 씻긴 거리 너머
황금빛으로 넘실대는 중앙시장 너머
신당동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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