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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퇴근 후 저녁으로 떡과 라면을 먹은 후, 한나절 추위에 혹사당한 체내에서 출출하다는 전령을 보내와 그제 사놓은 호두를 까 먹었다. 몇 해 전부터 호두를 까는 요령을 터득해 내용물의 별다른 손상없이 다섯 알의 껍질을 호두의 뒤꽁무니로 뒤집어 까서 먹을 수 있게 됐다. 이 요령을 몰랐을 때는 바닥에 완충물을 깔고 망치로 내려 치는 식으로 했는데, 이렇게 하면 안의 뇌처럼 생긴 내용물이 부서지는 것은 물론 내용물이 껍질과 뒤섞여 버려  먹기 불편해 진다. 심야에 이렇게 하면 바로 아래층의 이웃과 만날 수도 있다.

호두의 내용물은 보면 볼 수록 인간의 뇌를 닮은 게 신기하다. 개체발생은 계통발생을 반복한다는 헤켈의 학설이 적어도 이 경우 외견상의 유사성에는 적용될 것이다. 예전에 대체의학을 한다는 사람이 간이 안좋은 사람에게 돼지 같은 다른 종의 간을 먹으면 좋다는 얘기를 들을 적이 있다. 그러면 머리고기를 먹으면 머리가 좋아지나? 아무래도 낭설이다. 반면, 뇌와 모양이 유사한 호두같은 견과류는 간에는 물론 머리에도 좋을 것 같다. 

2년 전 충북 영동에서 호두나무를 처음 본 적이 있다. 6월이라 녹푸른 열매는 성장한 방울토마토 정도의 크기였고, 가지와 잎이 무성했다. 포도나무에 비해 전정을 많이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 호두 나무 가지에 그늘막을 달다가 가지 하나가 부러지자 한 생산자가 아까운 호두가 날아갔다고 말한 기억이 갑자기 난다. 1.5 미터 길이의 무성한 가지였는데, 호두 한 말은 나올 것이다. 밤나무와 마찬가지로 별다른 관리를 해주지 않아도 농한기의 겨울 끝무렵까지 소출을 내주는 호두나무에 무성한 삶의 지혜가 달려 있다.     

주말에는  아이에게 호두를 까줘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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