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의 힘

책들 Bücher 2011. 4. 17. 15:20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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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내리는 밤, 달리는 짐마차의 범포 속에서 테스가 사랑하는 연인 에인절의 계속되는 청혼을 어렵게 승낙한다.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에게 작용하는 사회적 압박이 지금 시점에서는 진부한 것으로 치부될 수 있을지 모르나, 인간을 압박하는 사회적 규약은 지금 시대에도 다른 형태로 작용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예 처음부터 그 결혼에 승낙을 했어야 했는지도 몰랐다. '기쁨에 대한 욕구'는 모든 피조물에 널리 퍼진다. 조수가 가날픈 해초를 흔들듯 그 목적을 향해 인간을 흔드는 거대한 힘은 막연한 사회적 규약으로는 통제할 수 없다."

『테스』1, 340면.

결혼 첫날 밤, 테스의 고백을 듣고 에인절은 폭풍같은 심적 고통 속에서 강직하면서도 신중한 결단을 내린다.

"그녀가 흐느끼면서 등을 뒤로 돌렸다. 그러나 그녀의 모습은 에인절 클레어를 제외하고는 어떤 남자의 마음도 돌려놓을 만큼 애처로웠다. 품성이 한없이 부드러운 옥토 속에 들어 있는 철광처럼 논리라는 단단한 매장물이 숨어 있어 그것을 스쳐 지나가는 것은 모조리 그 끝이 뒤집어지게 마련이었다. 바로 그것이 교회를 받아들이는 것을 막았고 또 이번에는 테스를 받아들이는 것을 막고 있는 것이었다. 더구나 그의 애정 자체가 불이기보다는 빛이어서 이성이 관계된 일에서는 믿지 않으면 따르는 일이 없었다. 이런 점에서 그는 지성으로는 경멸하면서 감각적으로는 매혹되는 감수성 강한 사람들과 대조를 이ㅣ 루었다. 그는 그녀의 흐느낌이 끝나기를 기다렸다...일단 꿈이 외형에 의하여 조롱된 것을 알고났을 때 직선적인 마음을 끊임없이 좌절시키는 반감의 파도가 아직도 그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반감의 파도 아래에는 동정심이라는 역류가 흐르고 있어 세상일에 능숙한 여자라면 그것으로 그를 정복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테스는 그 점을 이용하지 않았다."

『테스』2(민음사, 2009, 1판1쇄),34-35면.

그리고 인습이 불러 일으키는 비난은 단지 이들 부부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는 클레어의 심려가 본능에 따를 수 있는 테스의 은밀한 희망을 짓밟는다.
   
"자연은 여우처럼 교활하여 지금까지 테스는 클레어를 향한 사랑에 눈이 현혹되어 있었으며, 그 사랑이 활력을 받아 아기를 갖는 결과를 낳고 자신에게만 주어진 불행이라고 슬 ㅣ 퍼했던 것이 다른 사람에게도 가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상동, 39-4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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