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가을, 석사논문 제출이 보류되고 나서 읽기 시작한 도서 목록은 다음과 같다. 이 책들은 모두 이 블로그에서 1회 이상 인용/서평의 형식으로 소개된 것이다.
표영삼,『동학 1 : 수운의 삶과 생각』.
카프카,『소송』이주동 역(솔, 2006).
자크 랑시에르,『무지한 스승』 양창렬 역(궁리, 2008).
아고타 크리스토프,『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중) : 타인의 증거』, 용경식 역(까치, 2009).
조지 오웰,『1984년』김병익 역(문예, 1999).
월리엄 포크너,『성역』이진준 역( 민음사 2009).
다자이 오사무,『인간실격』김춘미 역(민음사, 2008).
오노레 드 발자크,『고리오 영감』박영근 역(민음사 2007).
스탕달,『파르마의 수도원』1,2권 원윤수/임미경 역(민음사, 2008).
토마스 핀천,『제49호 품목의 경매』김성곤 역(민음사, 2009).
요르단 욥코프,『발칸의 전설』.
페터 한트케,『소망없는 불행』 Wunschloses Unglück 윤용호 역(민음사, 2008).
유진 오닐,『밤으로의 긴 여로』민승남 역(민음사, 2008).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롤리타』권택영 역(민음사, 2008).
서머셋 모옴,『달과 6펜스』The Moon and Sixpence 송무 역(민음사, 2008).
서머셋 모옴,『인간의 굴레에서』Of Human Bondage 1,2권 송무 역(민음사, 2007).
켄 블랜차드 외,『1분 경영수업』.
노덕환,『경영학원론』(두남, 2009).
헤겔,『정신현상학』1권 임석진 역(한길사, 2007).
토마스 만,『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Buddenbrooks : Verfall einer Familie 1,2권 홍성광 역(민음사, 2008).
가와구치 요시카즈,『신비한 밭에 서서』최성현 역(들녁 2004).
조셉 콘래드,『어둠의 속』Heart of Darkness 나영균 역(문예, 2006).
이우성,『참농부 : 더불어 사는 농부의 꿈』(흙살림연구소, 2004년).
쓰노 유킨도,『소농 : 누가 지구를 지켜왔는가』성삼경 역(녹색평론사, 2004).
라이너 쿤체,『보리수의 밤』Lindennacht 전영애·박세인 역(열음사, 2007).
엔도 슈샤코,『깊은 강』유자숙 역(민음사, 2009).
가라타니 고진,『일본근대문학의 기원』박유하 역(도서출판 b, 2010).
구효서,『오남리 이야기』.
조지 오웰,『동물농장』도정일 역(민음사, 2009).
조지 오웰,『카탈로니아 찬가』정영목 역(민음사, 2008).
후안 롤포,『뻬드로 빠라모』Pedro Paramo 정창 역(민음사, 2010).
슈테판 헤름린,『저녁노을』Abendlicht 박소은 역(당대, 1995).
강춘진,『책 속에 갇힌 문학, 책 밖으로 나오다 : 작가와 함께 떠나는 현장탐방』(가교출판,2006).
창비 편, 20세기 한국 중단편 소설집(20세기 한국소설 시리즈 21-최상규, 송상옥, 이병주, 이청준).
나쓰메 소세키,『그 후』윤상인 역 (민음사, 2008).
『오규원 시전집』1권.
『김수영 전집』1,2권(민음사, 2008).
이청준,『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
보리스 빠스쩨르나끄,『닥터 지바고』상,하권 박형규 역(열린책들: 2007).
레프 톨스토이,『크로이체르 소나타』이기주 역(임프린트 펭귄클래식 코리아, 2008).
미겔 데 우나무노,『안개 Niebla』조민현 역(민음사, 2008).
막상 정리해 보니 꽤 많다. 한 달에 약 3권 읽은 셈이다. 대부분 소설이고, 별 감흥없는 독서도 있었다. 이중 『정신현상학』은 지난 주말, 다시 서문부터 읽기 시작했다. 이 독서목록에서 얻은 소득이라면, 무엇보다도 조지 오웰과 김수영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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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 Bücher'에 해당되는 글 169건
- 2011.01.24 독서목록(2009.11.~2011.1.)
- 2011.01.23 우나무노의 『안개』(1914)
- 2010.11.27 김수영의 말자취
- 2010.10.30 문학 기행
- 2010.10.19 『저녁노을』(1979)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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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던의 맹위가 한물 간 요즘에 우나무노의 이 소설의 발상은 진부하나 그 시대에 이런 소설이 나왔다는 것은 분명 선구적이다. 우나무노는 스페인 내전기에 프랑코 일파를 비판했다가 죽는다. 철학 소설이라는 점에서 디드로의 『라모의 조카』를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아우구스토의 혼잣말]"사람은 말을 하면 거짓말을 하게 되고, 스스로에게 말할 때, 즉 생각하는 것이 의식되자마자 거짓말을 하게 된다. 진리라고는 생리적인 삶 밖에 없다. 언어라는 이 사회적 산물은 거짓말을 학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의 철학자가 진리란 언어와 같이 사회적 산물이며 모든 사람이 믿는 것이고, 그렇다고 믿으면서 사람들은 서로를 이해한다고 말한 것을 들은 바 있다. 사회적 산물이란 거짓이다."
미겔 데 우나무노, 『안개』Niebla 조민현 역(민음사, 2008, 1판 4쇄), 168면.
[빅토르의 말]"여성에 관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심리적 실험은 결혼이야. 결혼하지 않는 사람은 결코 여성의 영혼을 심리적으로 경험할 수 없을 거야...독신자들의 심리학은 심리학이 아니야. 형이상학일 뿐이지."
상동, 239면.
[오르페오를 보며 아우구스토가 하는 말]"사람은 개, 고양이, 말, 소, 양과 같은 온갖 종류의 동물, 특히 가축이 있기 때문에 사람일까? 인간은 자신의 동물적인 면을 대신해 줄 가축이 없었다면 인간성에 도달할 수 있었을까? 만일 인간이 말을 가축으로 만 ㅣ 들지 않았다면 인간의 반은 등에 짐을 지고 다녀야 하지 않았을까? 그래, 너희들 덕분에 인간의 문명이 존재하는 거야."
[아우구스토가 자신을 창조한 우나무노에게 하는 말]"선생님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고 살아 있지도 죽어 있지도 않은 허구의 실체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선생님은 나의 이야기, 그리고 이와 같은 다른 이야기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나중에 선생님이 완전히 죽게 될 때, 우리들은 당신의 영혼을 데려갈 것입니다."
상동, 309면.
[역자 해설중]"장르를 발명하는 것은 단지 새 이름을 붙이는 것"
"세르반테스의 붓을 움직였던 사람은 돈키호테"
[아우구스토의 혼잣말]"사람은 말을 하면 거짓말을 하게 되고, 스스로에게 말할 때, 즉 생각하는 것이 의식되자마자 거짓말을 하게 된다. 진리라고는 생리적인 삶 밖에 없다. 언어라는 이 사회적 산물은 거짓말을 학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의 철학자가 진리란 언어와 같이 사회적 산물이며 모든 사람이 믿는 것이고, 그렇다고 믿으면서 사람들은 서로를 이해한다고 말한 것을 들은 바 있다. 사회적 산물이란 거짓이다."
미겔 데 우나무노, 『안개』Niebla 조민현 역(민음사, 2008, 1판 4쇄), 168면.
[빅토르의 말]"여성에 관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심리적 실험은 결혼이야. 결혼하지 않는 사람은 결코 여성의 영혼을 심리적으로 경험할 수 없을 거야...독신자들의 심리학은 심리학이 아니야. 형이상학일 뿐이지."
상동, 239면.
[오르페오를 보며 아우구스토가 하는 말]"사람은 개, 고양이, 말, 소, 양과 같은 온갖 종류의 동물, 특히 가축이 있기 때문에 사람일까? 인간은 자신의 동물적인 면을 대신해 줄 가축이 없었다면 인간성에 도달할 수 있었을까? 만일 인간이 말을 가축으로 만 ㅣ 들지 않았다면 인간의 반은 등에 짐을 지고 다녀야 하지 않았을까? 그래, 너희들 덕분에 인간의 문명이 존재하는 거야."
[아우구스토가 자신을 창조한 우나무노에게 하는 말]"선생님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고 살아 있지도 죽어 있지도 않은 허구의 실체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선생님은 나의 이야기, 그리고 이와 같은 다른 이야기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나중에 선생님이 완전히 죽게 될 때, 우리들은 당신의 영혼을 데려갈 것입니다."
상동, 309면.
[역자 해설중]"장르를 발명하는 것은 단지 새 이름을 붙이는 것"
"세르반테스의 붓을 움직였던 사람은 돈키호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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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 후의 우리 사회의 문학하는 젊은 사람들을 보면, 예전에 비해서 술을 훨씬 안 먹습니다. 술을 안 마시는 것으로 그 이상의, 혹은 그와 동등한 좋은 일을 한다면 별일 아니지만, 그렇지 않고 술을 안마신다면 큰일입니다...술을 마신다는 것은 사랑을 마신다는 것과 마찬가지 의미였습니다...뒷골목의 구질구레한 목로집에서 값싼 술을 마시면서 문학과 세상을 논하는 젊은이들의 아름다운 풍경이 보이지 않는 나라는 결코 건전한 나라라고 볼 수 없습니다."(1963.2. '요즈음 느끼는 일')
『김수영 전집2 : 산문』(민음사, 2008, 개정판 6쇄), 51면.
"<제정신>을 갖고 산다는 것은, 어떤 정지된 상태로서의 <남>을 생각할 수도 없고, 정지된 <나>를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엄격히 말하자면 <제정신을 갖고 사는><남>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그것이 <제정신을 가진> 비평의 객체나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창조생활(넒은 의미의 창조생활)을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창조생활은 유동적인 것이고 발전적인 것이다. 여기에는 순간을 다투는 어떤 윤리가 있다. 이것이 현대의 양심이다...제정신을 갖고 사는 사람이란 끊임없는 창조의 향상을 하면서 순간 속에 진리와 미(美)의 전신(全身)의 이행을 위탁하는 사람이다."(1966.5. '제정신을 갖고 사는 사람은 없는가')
상동, 187면.
"독특한 시를 쓰려면 독특한 생활의 방식(즉 인식의 방법)이 선행되어야 하고, 시나 소설을 쓰는 사람들이 문단에 등장을 하는 방식 역시 이러한 생활의 방식에서 ㅣ 제외될 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 남의 흉내를 내지 않고 남이 흉내를 낼 수 없는 시를 쓰려는 눈과 열정을 가진 사람이면, 자기가 문단에 등장하고 세상에 자기의 예술을 소개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그것이 독자적인 방법이냐 아니냐쯤은 한번은 생각하고 나옴 직한 문제이다...성급한 규정을 내리자면 예술가는 되도록 비참하게 나와야 한다. 되도록 굵고 억세고 날카롭고 모진 가시면류관을 쓰고 나와야 한다.이런 비참한 가시면류관의 대명사가 <현대문학>지의 추천시인이 될 수 있는가...그것은 두부가시로 만든 면류관이다."(1967.2.'문단추천제 폐지론')
상동, 190-191면.
"<제정신>을 갖고 산다는 것은, 어떤 정지된 상태로서의 <남>을 생각할 수도 없고, 정지된 <나>를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엄격히 말하자면 <제정신을 갖고 사는><남>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그것이 <제정신을 가진> 비평의 객체나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창조생활(넒은 의미의 창조생활)을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창조생활은 유동적인 것이고 발전적인 것이다. 여기에는 순간을 다투는 어떤 윤리가 있다. 이것이 현대의 양심이다...제정신을 갖고 사는 사람이란 끊임없는 창조의 향상을 하면서 순간 속에 진리와 미(美)의 전신(全身)의 이행을 위탁하는 사람이다."(1966.5. '제정신을 갖고 사는 사람은 없는가')
상동, 187면.
"독특한 시를 쓰려면 독특한 생활의 방식(즉 인식의 방법)이 선행되어야 하고, 시나 소설을 쓰는 사람들이 문단에 등장을 하는 방식 역시 이러한 생활의 방식에서 ㅣ 제외될 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 남의 흉내를 내지 않고 남이 흉내를 낼 수 없는 시를 쓰려는 눈과 열정을 가진 사람이면, 자기가 문단에 등장하고 세상에 자기의 예술을 소개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그것이 독자적인 방법이냐 아니냐쯤은 한번은 생각하고 나옴 직한 문제이다...성급한 규정을 내리자면 예술가는 되도록 비참하게 나와야 한다. 되도록 굵고 억세고 날카롭고 모진 가시면류관을 쓰고 나와야 한다.이런 비참한 가시면류관의 대명사가 <현대문학>지의 추천시인이 될 수 있는가...그것은 두부가시로 만든 면류관이다."(1967.2.'문단추천제 폐지론')
상동, 190-19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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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일요일,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다가 문학 기행에 관한 책을 발견했다. 강춘진, 『책 속에 갇힌 문학, 책 밖으로 나오다 : 작가와 함께 떠나는 현장탐방』(가교출판,2006). 이 책은 부산의 국제신문에 2001년 10월부터 5년간 연재된 기자의 기록을 단행본으로 낸 것으로, 당시의 현존 소설가와 시인, 그리고 한국전쟁 이전에 출생하고 작고한 작가들의 문학 고향을 찾아나선 보고다. 부끄럽게도 이 책에 소개된 시인들은 이름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소설은 극히 일부만 읽었다. 소개된 작가들은 다음과 같다. 소설가로는 장흥의 이청준(당신들의 천국), 한승원(물보라), 보성의 조정래(태백산맥), 전북 무주의 박범신(흰 소가 끄는 수레), 나주 영산강의 문순태(타오르는 강), 도쿄의 윤정모(님), 화천 파로호의 오정희, 통영의 김훈(칼의 노래), 경남 창녕 화왕산과 낙동강의 김영현, 설악산 은비령의 이순원, 묵호의 심상대. 시인으로는 정선의 황동규, 울진의 김명인, 경산의 이동순, 광주의 김준태, 경북 고령의 이하석, 경남 합천 황강의 박태일, 청주의 도종환, 부석사의 정호승, 경남 진해의 정일근, 변산반도의 안도현, 경남 악양의 박남준, 지리산의 이원규(지리산 폭주족), 홍성의 이정록, 양평 서종면의 최하림. 작고한 작가로는 괴산의 홍명희(임꺽정), 군산의 채만식 등이 소개되었다. 이런 작가들 때문에 한국 기행은 더욱 풍성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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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첫번의 예였으나 그 이후 헤아릴 수 없이 그러한 연속들을 보았다. 강자들에게 속하고 싶은 욕망은 실로 억제하기 힘든 것이었다. 그 얼마나 많은 전장에서 항복의 위협을 받는 자들이 자신의 깃발을 바꾸었던가."
슈테판 헤름린,『저녁노을』Abendlicht 박소은 역(당대, 1995), p.52.
"세 권의 책을, 매일 읽고자 노력했고, 주머니 속에 넣어 다니며, 전쟁에도 체포령에도 항상 간직하였다. 휄더린 한 권, 쉘리 한 권, 그리고 보들레르 한 권. 그것이 내가 소유하던 장서의 전부였다."
상동, 103.
김나지움에 다니던 16세의 소년이 거리에서 백수상태의 공산주의자들이 즐기던 정치토론을 듣다가 거리에서 입당 서명을 하고, 이 서명을 황혼기까지 지켜나가는 집념은 시대의 정황을 변명으로 한 변신들과 대비된다. 그의 집념은 때로는 너무 완고해서 스탈린에 대한 상찬으로까지 이었졌다. 스탈린은 야만의 시대에 선택할 수 있는 차선의 야만이었다는 것이다. 소련에 대한 헤름린의 이러한 호의적 평가는 그와 마찬가지로 반프랑코 투쟁을 위해 스페인 내전에 참여했던 조지 오웰과는 극명히 대조된다.
개인의 자유로운 발전이 전체의 자유로운 발전의 전제조건이라고 나오는 공산당 선언의 한 구절을 그 반대로 읽은 소년의 오독은 자신의 부유한 태생적 계급을 넘어서려는 행위였다. 수십 년 후 작가는 사회적 갈등의 최전선에서 이 오독 속의 개인을 발견한 것이다. 전후 동독에서 루카치의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의해 전위예술이라고 이단시됐던 카프카,엘리엇,조이스,푸르스트를 옹호했던 작가는 사회주의의 본성이 사회주의의 박제화가 아니라 "스스로 언제나 다른 무엇이 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95년도에 국내에서 첫판의 번역본이 나오고 자취를 감춘 이 책은 그 때만큼이나 지금도 조용히 읽히고 있을 것이다. 그 때는 이런 책을 보는 것이 사치였고, 지금은 이런 책을 읽는 일이 향수로 그려질 것이므로.
슈테판 헤름린,『저녁노을』Abendlicht 박소은 역(당대, 1995), p.52.
"세 권의 책을, 매일 읽고자 노력했고, 주머니 속에 넣어 다니며, 전쟁에도 체포령에도 항상 간직하였다. 휄더린 한 권, 쉘리 한 권, 그리고 보들레르 한 권. 그것이 내가 소유하던 장서의 전부였다."
상동, 103.
김나지움에 다니던 16세의 소년이 거리에서 백수상태의 공산주의자들이 즐기던 정치토론을 듣다가 거리에서 입당 서명을 하고, 이 서명을 황혼기까지 지켜나가는 집념은 시대의 정황을 변명으로 한 변신들과 대비된다. 그의 집념은 때로는 너무 완고해서 스탈린에 대한 상찬으로까지 이었졌다. 스탈린은 야만의 시대에 선택할 수 있는 차선의 야만이었다는 것이다. 소련에 대한 헤름린의 이러한 호의적 평가는 그와 마찬가지로 반프랑코 투쟁을 위해 스페인 내전에 참여했던 조지 오웰과는 극명히 대조된다.
개인의 자유로운 발전이 전체의 자유로운 발전의 전제조건이라고 나오는 공산당 선언의 한 구절을 그 반대로 읽은 소년의 오독은 자신의 부유한 태생적 계급을 넘어서려는 행위였다. 수십 년 후 작가는 사회적 갈등의 최전선에서 이 오독 속의 개인을 발견한 것이다. 전후 동독에서 루카치의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의해 전위예술이라고 이단시됐던 카프카,엘리엇,조이스,푸르스트를 옹호했던 작가는 사회주의의 본성이 사회주의의 박제화가 아니라 "스스로 언제나 다른 무엇이 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95년도에 국내에서 첫판의 번역본이 나오고 자취를 감춘 이 책은 그 때만큼이나 지금도 조용히 읽히고 있을 것이다. 그 때는 이런 책을 보는 것이 사치였고, 지금은 이런 책을 읽는 일이 향수로 그려질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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