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평산과 귀녀의 모의, 그리고 칠성이 동사로 동원되고, 결과적으로 강포수의 연정으로 완성된 귀녀의 임신으로 속도가 나던 음모가 실행되고, 봉순네의 심증을 전해 받은 윤씨부인에 의해 드라마틱하게 이 사건의 전모가 발각되는 『토지』2권의 후반부를,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재미로 책장을 넘겼다. 귀녀가 최씨 문중의 씨를 받았다며 죽여달라고 하는 울부짖음에서 윤씨부인이 귀녀의 혐의를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은, 윤씨부인이 치수의 병력을 독자보다 소상히 문의원으로부터 들었기 때문이다. 간간히 문의원이 최치수의 병력을 드러내는 말이 나오긴 하지만, 나의 추리력이 부족했던 걸까. 생각보다 쉽게 이런 근거로 음모가 발각되는 것이 너무 급박한 감도 있지만, 아직 이 소설이 나가야 할 길은 멀기에 이 정도로 맺음을 하는 것도 작가의 대범하고 탁월한 전술같다. 요즘의 방송 작가라면 이 정도의 소재만으로도 이야기를 질질 끌어 댔을 것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