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 생협의 공급사업부에서 근무하는데, 현장직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주관부서라서 현장 공급지원을 나갈 일이 있다. 지난 금요일엔 용산구의 문배,신계,갈월,동자, 후암동을 나갔다. 용산구의 이 지역 공급은 처음이었고, 지역이 어렵다는 얘기를 들어서 목요일 밤엔 긴장되기도 했다. 금요일 새벽 3시에 잠이 깰 정도였으니. 개인차를 몰고 수색 근처의 배송센터에 도착해 커피를 마시며 지도를 펼치고 37집이 나온 이 지역의 각 집 지번을 지도를 보며 찍는데 30분이 넘게 소요됐다. 오전 상차를 마치고 9시 넘어 출발하면서 그려진 지도 2장을 챙기고 차에 네비까지 있었지만, 내가 조작을 못해서 그런지 마음은 바쁜데 네비의 탐색이 안됐다. 어차피 네비는 큰 도움이 안되는데, 첫 집 찾아가는데는 그런대로 쓸만하지만 아무리 조작해도 탐색이 안됐다. 가양대교 북단에서 한남대교 방면 강변북로를 탔는데 차는 어찌나 밀리는지...마포대교 북단에서 공덕동으로 빠져 삼각지로 넘어가는 백범로에서 첫 집을 찾았다. 1~4번째 집은 그런대로 수월하게 찾아 갔는데, 주의설명을 들은 5번째 오피스에서 엄청 헤맸다. 공급장에서 나온 설명은 도무지 이해가 안되고. 처음 나가는 사람이 아주 골탕먹기 좋은 집이다. 알고 보니 이곳은 용산참사가 일어난 현장 주변이었는데, 일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 듯한 일부 구조물 주변에 불쑥 불쑥 고층 아파트가 솟아 있는 구역이다. 이곳을 끝내고 도착한, 서울역과 남산 서남단의 사이에 있는 산동네 갈월동과 동자동에서도 헤맸다. 그나마 새로 시행준비중인 길이름이 도움이 되기는 했는데, 아무래도 이 지역 담당자가 코스를 일부러 헤매도록 짠 것처럼 빙긍빙글 코스를 돌아야 했다. 동자동의 한 공부방은 분명 그 지번으로 보이는 수녀원까지 들어가서 이곳에 공부방이 있냐고 물어본 뒤에야 확인할 수 있었다. 수녀님은 의아하게 나를 쳐다 보다가 밖의 탑차와 내려 공부방을 찾고 있다는 것을 알자 웃으며 알려 주었다. 아주 찾기 애매한 지점에 있는데, 공급장 설명엔 차를 상당히 경사가 심한 비탈길 위의 아파트에 대라고 나와 있다. 아무래도 고생시키려는 안내같다. 동자동을 끝내고 간 후암동은 그야말로 양반동네. 고급 주택촌이 은근히 있는 이 동네에 한국은행 독신직원 숙소가 있는데, 복잡한 용산 속의 호텔같았다. 역시 산 밑에 있는 동네는 살기 좋은 것 같다. 중간에 후배의 지원을 받고, 점심을 쫄쫄 굶으며 마지막 29번 째 집을 끝내자 오후 3시 반. 정말 보람찬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