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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Reise'에 해당되는 글 47건

  1. 2012.02.13 주말 오후 춘천행(월, 봄날 같은 날씨)
  2. 2011.08.25 늦여름 산행 4
  3. 2011.03.07 주말, 고난의 행군
  4. 2010.12.06 장흥에 다녀 오다
  5. 2010.10.25 마산에 다녀오다

주말 오후 춘천행(월, 봄날 같은 날씨)

여행 Reise 2012. 2. 13. 16:52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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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매서운 한파가 돌던 지난 토요일 오후, 한 동문과 춘천에 다녀왔다. 처음으로 경춘발 급행 전철을 타고 가본 것이다. 아무래도 예전의 단선 기차에 비해서 빠르긴 했지만, 노선의 상당 부분이  시커먼 터널을 관통해야 하는 길은 역시 멀다. 춘천역에서 내려 양키군대가 빠져 나간 캠프 페이지의 허리를 잘라 널찍하게 새로 난 도로를 걸으며 요선동과 강원도청, 한림대를 거쳐 후평동 골목길의 유서 깊은 닭갈비집에 갔다. 중간에 강원도청 앞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중이었는데, 알고 보니 내가 아는 단체에서 생명버스를 타고 합세한 시위대였다. 홍천 두미리를 비롯해 강원권에서 추진중인 골프장 건립을 6년째 반대하는 시위의 일환으로 노숙시위 100일 째인데, 최문순 도지사가 당선 전에는 관심을 보이더니 요즘은 시큰둥한가 보다. 삼척의 원전 유치도 지역발전 사업으로 보는 인사에게 골프장 쯤은 놀이터로 보이는 것일까? 시위대에 아는 얼굴을 찾으려 두리번거리다 칼끝같은 추위와 일행 때문에 그냥 지나쳐 갔다. 닭갈비 집의 주인은 경춘선 복선화로 올라간 아파트 값 때문에 오히려 지역의 서민들이 갈 곳이 없다고 한다. 춘천이 수도권의 교통망에 포섭되면서 집값도 수도권에 포위되는 형국이다. 술자리를 옮겨 맥주집에서 한 잔 더 한 후 막차를 타고 서울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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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여름 산행

여행 Reise 2011. 8. 25. 18:14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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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휴가를 이틀간 내게 되어 오늘 예봉산에 갔다. 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서 도심역 뒤편의 고대농장을 거쳐 새재고개로 올랐다. 10시 30분쯤 출발해 오후 2시에야 내려 왔다. 고대농장은 젖소들이 50마리 정도 우글대는 축사를 제외하고는 그 넓은 농장이 대체로 방치되어 있다. 드넓은 늦여름의 햇살 속에서 쭉 뻗은 길을 걷고 있으니 올레길이 따로 없다. 사람이 지나다니다 보면 길이 되는 것인데 길을 만들고 사람들보고 지나가라고 하는게 올레길 사업의 현장같다. 한창 평탄한 길을 걷고 새재고개로 올라가려다 보니 벌써 지치고 배가 고팠다. 아무래도 혼자 산에 오르면 의지가 약해지기 쉽다. 그래도 몇 차례 주저 앉아 쉬면서 힘을 보강하고 고개 마루턱에 올랐다. 오르다 보니 자신감이 생겨 예봉산 정상까지 가려고 했다. 음식을 따로 싸오지도 않아서 그냥 운길산 역으로 넘어가는 하산길로 가서 역 근처에서 요기나 하고 집에 갈까 했는데, 더 힘든 길을 택한 것이다. 결국 예봉산까지 가지는 않고 그 중간에 있는 560 미터의 적갑산까지 간 후 하산했다. 적갑산에 세워진 이정표에 하산길이 표시되어 있기는 한데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가파른 길이었다. 오늘 산행하면서 그래도 몇몇 아저씨들과 아줌마들을 마주치긴 했는데 이 하산길에서는 아무도 마주칠 수 없었다. 기나긴 비에 산이 많이 상처를 입어서 뿌리까지 파헤쳐져 쓰러진 나무들이 많았다. 물은 바닥났고 배는 더욱 더 고팠다. 거의 비탈길에 가까운 적막한 산에서 벗어나니 도곡리의 연대농장 주변이었다. 처음 와 본 동네였다. 이 마을에서 어룡으로 넘어가는 곳에 산을 파서 만든 길이 있는데, 길을 위해 양편으로 깍인 구릉의 절단면이 시커먼 흙을 드러낸 채 그물망에 갇혀 있었다. 아무래도 비가 더 오면 붕괴될 위험한 길이었다. 목도 타고 배는 고프고 다리도 휘청거리는게 마치 도주하는 빨치산의 신세같다고 할까. 그 때 어룡마을이 끝나는 지점에서 막국수 집이 보였다. 그냥 지나치고 집에 가서 먹을까 하다가 돌아 섰다. 6,000원 짜리 물막국수를 먹었는데, 면을 다 먹고 시원한 국수물을 마시니 마치 내장이 청소되기라도 하는 듯 냉기가 전신에 울렸다. 땀을 흘릴 수 있다는 것, 시원한 막국수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일상의 소박한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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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고난의 행군

여행 Reise 2011. 3. 7. 12:20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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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저녁 퇴근길에 인근 동네에 사는 친구와 회기역에서 파전에 막걸리를 마시면서 주말에 등산이나 하자는 얘기가 나왔다. 이제 건강도 챙겨야 하는 나이이다 보니, 뭔가를 해야겠다는 절박감도 든다. 친구와 간단히 1차만 하고 헤어진 뒤, 집에 왔는데 한 동네에 사는 선배의 호출이 있었다. 아직 입맛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닭갈비에 소주를 마셨다. 그 다음날 아침, 전날의 과음으로 몸 상태가 산에 오르기엔 별로 좋지 않은 상태였는데, 전날 막걸리를 마셨던 친구가 한 아파트에 사는 이웃집 아빠와 함께 예봉산에 가자는 연락을 했다. 팔당역 쪽 예봉산으로 가는 전철 시간을 맞추지 못해 나는 출발은 함께 못하고, 도곡리의 어룡에서 올라가는 코스로 가서 수종사에 이들을 만나려고 했다. 마을 버스를 타고 11시쯤 예봉산의 새재고개에 도착해 오르기 시작했다. 의외로 완만한 새재고개를 오르고 난 뒤 바로 운길산 쪽으로 길을 잡으려고 했는데 적갑산에서 보자는 그 친구의 연락을 받았다. 친구가 아이폰으로 탐색해 보니 그 지점에서 만나는게 적당했던 것이다. 그래서 다시 길을 돌아 예봉산 정상을 향해 가다가 1시쯤 적갑산에 못미쳐 친구 일행을 만났다. 친구 일행은 10시에, 나는 11시에 각기 예봉산의 다른 등산로를 오르기 시작해 적갑산에 만난 후, 운길산까지 종주하는데 꼬박 6~7 시간 걸리는 산행이었는데, 우리는 점심도 준비하지 않고 올랐다. 점심 나절에 햇볕 따듯한 곳곳에서 등산객들이 삼삼오오 자리를 펴고 식사를 하는 모습이 마치 빨치산의 평화로운 점심식사로 보였다. 예봉산에서 운길산으로 가는 산의 형세는 U자 형으로 능선길이라고 하기에는 높낮이가 꽤 되는 편이었다. 운길산으로 가는 능선 길은 그야말로 산너머 산이라고 할 만큼,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해야 했다. 초코 파이와 귤 몇개를 먹고서는 아무래도 기운을 복둗우기에 불충분하다. 그래도 세 명이 함께 걸으니 끝까지 갈 수 있었다. 지친 숨을 헐떡이며 운길산 정상에 도착해 멸치와 짱아찌에 막걸리 한 잔으로 목를 축이고 난 뒤, 수종사를 둘러보고 하산했다. 산자락에 있는 간이 음식점에서 생닭을 잡아 조리하는 데 1시간이나 걸리는 매콤한 도리탕을 점심겸 저녁으로 먹었다.  오랜만에 산행다운 산행을 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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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에 다녀 오다

여행 Reise 2010. 12. 6. 11:30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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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두 가족이 한 차에 타서 2박 3일간 전라 남도에 다녀왔다. 여행의 동기는 만난지 오래된 장흥의 옛 벗을 만나기 위함인데, 쉽게 가기 힘든 남도행이니 가서 두루 여기 저기 둘러볼 참이었다. 숙소는 지리산 자락에 있는 한 통신사의 수련관이었는데, 정작 지리산은 바라만 보고 왔다.
 
금요일 휴가를 내고 늦은 아침에 출발해서 중부-호남 고속도로로 내려가 담양에 도착했다. 메타세쿼이어라는 겨울철 황량한 가로수길과  대나무 숲으로 덮힌 언덕으로 이루어진 죽녹원을 들렀는데, 이날 추운 바람이 불어 하늘로 솟은 대나무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마치 판옥선들끼리 부딛는 소리처럼 드럭드럭 거렸다. 죽녹원은 이정표 안내가 잘 되어 있었지만, 약간 미로같은 구조라서 잘못 돌면 빠져 나오기 힘든 길도 있었다. 날씨만 따듯했으면 더 둘러보기 좋은 곳이었다. 죽녹원을 나와 동행한 친구 가족이 스마트폰으로 탐색한 이름난 떡갈비 집에서 식사를 겸한 반주를 했다. 골목길에 자리잡은 식당은 밖에서 보기엔 전형적인 시골 읍내 식당처럼 허름해 보였으나, 방송을 타면서 유명세를 탔는지 원래 유명했는지 식당은 초저녁인데도 북적거렸다. 전날 술을 마셨지만, 잎새주로 마신 술맛은 이날 저녁이 가장 포근하고 흥겨운 취기를 주었다. 저녁을 먹고 국도같은 88고속도로를 타고 지리산에 있는 숙소에 들어와 볼링을 치고 막걸리를 마셨다. 

다음날, 숙소에서 아침을 일찍 들고 바로 장흥으로 출발했다. 구례에서 순천, 벌교, 보성을 거쳐 장흥까지 2시간 정도 걸렸다. 달리는 국도 옆에 남해 고속도로 공사가 진행중이라 길은 조만간 급속도로 빨라질 것이다. 가는 길 중간 중간에 좌측 창가로 거대한 담수호 같은 은빛 바다가 이따금식 보였다. 이청준의 <천년의 돛배>를 연상시키는 바다다. 장흥에는 그 친구 때문에 10년 전에 와보고 이번이 두번째인데, 그때 봤던 제암산의 기괴함은 변함이 없다. 길다란 상권으로 변모한 장흥읍 중앙거리에서 4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 친구는 생각보다 번듯한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대개의 자영업이 그렇지만, 자리를 잡기 위해 힘겹게 살아온 세월이 느껴졌다. 결혼하기 전, 읍내에서 동떨어진 농가에서 살던 친구는 이제 읍내에 들어와 살고 있고, 옛집은 그대로 있는데, 방치된 채 관리가 안되 걱정이란다. 고향에서 나서 고등학교까지 마쳤지만 집안의 불운을 겪은 후 잠시 대처로 나가 살아 보려 했지만 여의치 않아 귀향을 했고, 이제 고향에 정착한 세 아이의 아버지가 됐다. 결혼 전, 초라한 세간살림에서 변모한 모습은 마치 4만5천 인구의 장흥이 변모한 모습같았다. 친구가 만들어준 대형 피자를 먹고 난 후 손님 치루기에 바쁜 가게를 빠져 나와 5일장과 토요시장이 열리는 장터를 둘러 보고, 수문해수욕장에 들렀다가 다시 친구의 가게에 왔다. 오랜만에, 그리고 처음 만난 친구들의 가족들에게 장사로 바쁜 일손에 제대로 대접도 못해 줬다고 아쉬워 하며 친구는 새로 출시했다는 파닭을 포장해 주고 아이들 용돈을 찔러 주면서 아쉬운 작별을 했다. 다음에 만나면 술 한잔 하자는 말을 남기고.

저녁 밤이 내리기 시작할 무렵 두 가족을 태운 차는 구례군으로 접어 들고 있었다. 길게 뻗어 있는 지리산의 한 자락을 굽어 보면서 저곳에서 싸우다 죽어간 이들을 노래한  '지리산'이 나도 몰래 나왔다. 이날 밤에는 노래방에라도 가서 이 노래를 부르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장흥 친구가 준 맛있는 파닭으로 맥주를 마시고 나니 꽤 피곤했다. 잠시 친구와 수련관 주변을 둘러 보며 마지막 밤을 보냈다. 우리와 동년배로 이 통신사의 부사장으로 영입된 낙하신 인사, 직장에 관한 이러저런 얘기. 문득 이 친구가 죽녹원에서 하던 말이 떠오른다. 아무리 바람이 불어도 꿋꿋하게 대지에 박힌 채 산들거리는 대나무처럼 직장생활도 유연해야 하지 않겠냐고. 하지만 거센 바람이 불면 대나무는 얼마나 흔들리며 얼마나 서로들 부딪치며  때로 그 끝은 얼마나 예리한 무기인가. 다음날 먹구름도 넘지 못하는 지리산을 저 멀리 보며 남원, 장수를 거쳐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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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에 다녀오다

여행 Reise 2010. 10. 25. 17:40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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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결혼식이 있어 마산에 다녀왔다. 제주도를 빼고 남쪽 끝은 부산,장흥을 다녀온 적이 있고, 마산은 처음이다. 마산은 70년대 부마 항쟁의 한 축이었으며, 윤이상과 박경리를 낳은 통영이 바로 지척이다. 생각보다 마산은 넓고 복잡했으며,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도심으로 들어가는데 차량 정체가 심했다. 결혼식장은 부두를 접한 오동동이었는데, 밀물과 썰물이 오고가는 넓은 강같은 좁은 바다에 조선소가 있다. 이거 하나로도 지역의 든든한 버팀목인지, 유흥가가 즐비한 주변의 활기 속에 간간히 날리는 갯내음이 신선한 바다공기를 실어 준다. 결혼식장은 웬만한 서울 중심의 식장에 뒤질세라 휘황찬란하고, 이날 하루 정체된 커플들을  한정된 시간내에 소화하기 위해 식은 속전속결이다. 왕복 10시간 넘게 걸리는 곳에서 고작 밥한끼 먹고 담배 한 대 피우니 올라갈 시간이다. 

차를 타고 올라오는 차창 밖에서 본 경남의 도시들은 수도권에 즐비한 도시들 못지 않게 솟은 아파트와 산업시설, 유흥가가 차벽처럼 고속도로 멀리 솟아 있다. 4대강 사업이 진행중인 낙동강은 수량이 얼마 안되는데, 둔치는 마구 파헤쳐 진 후 거친 사막처럼 평탄화 되어 있는게 마치 발가 벗겨 유린당한 것 같고, 접근금지라는 드넓은 플랭카드로 덮혀 있는 골재는 화성의 야산처럼 적막하다. 10 여 년 전에 장흥에 다녀 올 때 본 풍경과는 여전히 대조될 경남의 도시들은 뭔가 피로해 보인다. 주마간산으로 스쳐간 여행객의 피곤 탓도 있고. 차 안에서 담배 피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수도권에 와  밀리는 고속도로에서 함께 피우는 담배는 강행군을 하는 차량에게 하늘로 단맛을 뿜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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