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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용문산 인근에서 연수가 있었다. 늦은 밤까지 술을 마시기엔 너무 피곤해서 비교적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다음날 제일 먼저 일어났다. 대충 씻고 용문사에 가볼 작정으로 산에 올랐다. 용문사에는 작년봄에 템플 스테이에 참여한 경험도 있어서, 그때 진행을 해주었던 스님을 한번 만나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른 아침이라 매표소는 비어 있어서 무료로 들어갈 수 있었고 이런 허점을 노려 등산을 오는 사람도 몇 명 보였다. 대로를 벗어나 1km 정도의 산길로 올라가면서 역시 큰 산이 품은 나무와 수풀은 작은 산의 것과 견줄 바가 안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느 정도 땀까지 흘리며 용문사에 도착해 절을 둘러 보다가, 마침 한 스님이 나오는 걸 보고 말을 걸었다. 그 스님의 성함은 기억 못하고 다만 그 스님이 음악을 했다는 점을 떠올려 그런 스님이 이 절에 계시냐고 물었더니 이 스님은 퉁명스럽게 모른다고 하며 내려가 버렸다.
산 밑의 주차용 광장에 절과 관련된 비문이 곳곳에 있었는데, 조선시대의 어떤 중은 아흔 살이 넘도록 평생을 절에 몸담아 왔어도 명리를 추구하는 자신을 질책한다. 세속의 욕망과 혼재된 명분과 이익의 전장에서 빗겨서는 것은 이런 산속에서 가능할지 몰라도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수없이 재건되었으며 아직도 확장중인 이 절의 역사는 종교와 세속의 교합을 감추지 않는다. 부정의 대상은 존립의 조건이며 정립은 반정립을 통해서 가능한 것이 인간사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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