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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Reise'에 해당되는 글 47건

  1. 2010.06.28 괴산에 다녀오다
  2. 2010.06.15 보은 단오에 다녀오다
  3. 2010.06.05 유람선 타고 집에 온 날
  4. 2009.11.02 홍천강 : 가을 한 때
  5. 2009.10.28 남한산성에 다녀오다

괴산에 다녀오다

여행 Reise 2010. 6. 28. 11:45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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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한 차례 씩은 가는 듯한 괴산에 지난 주말에 다녀왔다. 산지를 둘러보고 농사체험으로 감자를 캐기로 했었는데, 이따금식 내리는 비때문에 감자캐기는 못하게 되어 아쉬웠다. 아침을 먹고 나왔는데, 출발하는 차안에서 간식이 돌아 비만한 산지방문이 되고 말았다. 도착한 곳은 갓잡아 온 소와 돼지를 부위별로 해체해 포장작업을 하고, 냉동 공탕을 제조해 출하하는 시설. 주당 30~40두의 소가 작업을 당하는데, 사람을 위해 2년된 소들이 갈갈히 찢기는 현장인 것이다. 도축장에서 즉사를 당한 고기들이 냉장탑차의 천장레일에서 시설의 레일로 넘어가면 부위별로 담당 작업자들이 찢어낸다. 작업실과 참관실의 온도차로 뿌얀 유리창 너머로 작업자들이 상당한 근력이 소모될 것으로 보이는 힘으로 고기를 자르고 있다. 석유 자원이 고갈되고 에너지원 확보에 비상이 걸릴 때, 식용으로만 육성되는 소들에게 워낭의 시즌이 도래할 수도 있겠지만, 상품으로만 보던 고기들이 이런 시설을 거쳐야 한다는 점을 많은 이들이 본다면, 고기소비가 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이미 육류 소비는 섭생활의 육중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고기 생산 시설을 둘러보고 유정란 생산지에 갔다. 늘상 보던 닭들이지만, 아무리 계사에 풀어놓고 키운다지만, 150 마리 되는 닭들이 활개치는 8평의 계사가 아무래도 좁아 보인다. 너희들도 인간에게 알을 공급기하 위해 참 고생한다. 계사 주변에 한창 여름 작물이 활개를 치고 있었지만, 오히려 사람의 손길이 미치지 못해 풀이 무성한 밭들도 보인다. 지능을 갖춘 동물이 지능이 떨어지는 동물을 잡아먹는 양육강식이 현대인의 식생활이다. 동물의 산업화된 처리방식인 축산은, 인간이란 동물이 또다른 동물에게 기생하는 종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고기를 안먹어도 살아갈 수 있지만, 고기에 길들여진 것이다. 육식을 끊기란 설탕을 끊는 일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이날은 또한 한국의 월드컵 8강 진출을 염원하는 희생제의에  닭들이 튀겨 올려지는 날이다. 털로 덮혀 있어 겨울엔 괜찮지만 여름에는 지독히도 더운 닭들에게 우리 조상은 여름동안 세번의 절기를 주어 닭들이 영원히 여름을 탈출할 수 있게 해주었다. 지혜롭고 자비로운 도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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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 단오에 다녀오다

여행 Reise 2010. 6. 15. 14:15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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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과 토요일, 단오행사로 충북 보은의 백록 공동체에 다녀왔다. 올해는 단오에 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행사 준비 인력이 충분했지만, 이제는 이런 스탭의 역할로는 마지막으로 단오에 간다는 생각으로 참여했다. 오전에 12인승 스타렉스를 타고 젊은 사람 5명이 오붓하게 출발했다. 경부고속도로로 청원분기점까지 내려갔다가 청원-상주간 고속도로로 바꿔 탄 후 속리산 IC에서 빠졌다. 보은 산지에 들어가기 전에 일행은 관기에 있는 중국집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주문하고 음식이 나오는데 40분 넘게 걸렸다. 시간이 멎은 듯한 조용한 시골동네에서 오랜 시간 음식을 기다리는게 다급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짬뽕은 마치 어린시절 먹던 그 맛 같았다. 식사를 하고 산지로 들어갔다. 산 속으로 들어간다는 정도는 들었는데, 이런 정도로 깊을 줄은 생각못했다. 옛날 같으면 화전민들이나 들어가 농사지을 농토로 보일 정도로 고지대에 자리를 잡은 생산 공동체다. 작년에 난 수해복구가 아직 끝나지 않아 공사중인 덤프 트럭 한대가 길을 막자 들어갈 수 없을 정도다. 그래도 예전에 비해선 길이 좋아져, 대형 버스가 공동체 마을 입구까지 들어가서  턴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작은 인프라가 생겼다. 덕분에 마을 버스도 들어올 수 있게 됐다.

오후에 행사 준비를 마무리 짓고 노령의 생산자분들의 대화를 듣는다. 수자원공사의 농지를 사라고 문자가 와서 전화를 했더니 벌써 팔렸다고 한다. 살 사람이 내정된 거래에 모양새만 갖춘 형태다. 산의 고지대에 가재가 많이 나왔는데 항공 농약 살포 때문인지, 유기농으로 짓는 이 산골의 개울에 가재가 올해는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저녁을 들기 전, 서울에서 온 젊은 사람들은 가재를 잡으로 다른 산의 개울로 갔다. 주로 두 사람이 가재를 찾아냈는데, 1시간 동안 열댓 마리 정도가 잡혔다. 정작 산속 깊은 개울 보다는 아래의 농토 옆 개울에 큰 가재가 잡혔다. 이날 저녁 기름에 튀긴 가재 2마리를 통째로 먹어봤는데, 바싹 구운 새우맛 비슷하다. 저녁을 먹고 다음날을 위해 술은 별로 마시지 않고 잠깐 월드컵 축구 개막전을 보다가 잠자리로 갔다.
 
다음날 오전에 막바지 행사준비를 마치고 잠시 짬을 내어 산 위로 올라가 봤다. 경운기 한 대가 어렵게 올라갈 수 있는 산길에는 어렵게 개간한 것으로 보이는 작은 농지가 이따금 나타난다. 여기에 깃발이 꽂혀 있는데, 백록 공동체를 이끌었던 전 회장 이철희란 이름이 비를 머금은 바람에 휘날린다. 암투병중으로 생사의 기로에 놓여 계신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 글을 쓰는 오늘 사무실에 출근했더니 이 분이 지난 일요일 돌아가셨다 한다. 단오는 마치고 가신 것이다. 빈 산중의 농지에 조용히 펄럭이는 이 깃발은 이제 누가 이어갈까.  이 마을에는 주로 70대 이상의 노년 생산자들만 있고, 얼마 전에 젊은 귀농자가 한 명 내려와 있다.

오후 단오 행사 동안에는 막걸리를 마시며 이분 저분과 대화를 하다가, 단오 행사가 끝나갈 무렵, 신축 마을회관의 뒤켠에 자리를 잡은 고령의 생산자분들과 막걸리를 마셨다(위의 사진). 이 분들은 이제 술은 잘 못하시고 나같은 젊은 사람이 많이 마셔야 한다고 연신 술을 주셨다. 얘기를 들어보니, 이 공동체에는 한국 전쟁 후 북에서 내려와 정착한 분들이 꽤 있다고 한다. 대대로 물려 받은 땅이 있다면 이런 산골에 들어와 어렵게 농사지을리 만무하다. 이날 단오에는 인근에 있는 초정과 청주, 영동의 생산자들도 왔는데, 40~50대의 연령인 이들은 보은의 생산자들에 비하면 새파란 청년이다. 

여기 저기서 마신 술로 흥건히 취한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서울로 출발했다. 이 깊은 산속의 골과 언덕배기에 여러 삶의 터를 일군 한 분이 떠나버린 이 마을에 젊고 활기친 기운들이 몰려올 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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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람선 타고 집에 온 날

여행 Reise 2010. 6. 5. 22:13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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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의 가족 동반 담합대회가 있어 가족과 함께 양화지구 강변 유원지에 전철을 타고 갔다가 올 때는 원효대교까지 걸어가 유람선을 탔다. 생각보다 운치가 있었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 1시간이나 걸리는 뱃길이지만 길다는 느낌이 안들었다. 잠실대교의 수중보만 없었다면 남양주까지도 갈 수 있을 것이다. 오세훈의 한강 르네상스는 쌍스럽지만 이 정도의 뱃길은 과히 나쁘게 느껴지지 않는다. 강 양안으로 밀리는 차량 정체를 무색케 하며  유유히 흘러가는 유람선은 대체 교통 수단처럼도 보인다. 테오 앙겔플로스의 영화 <율리시즈의 시선> 중 한 장면이 떠올랐다. 레닌의 거대한 석상을 실은 배가 강을 질주해 가고 강 저편의 사람들이 배웅을 하는 장면. 그러고 보면 전통적으로 강은 참으로 여러모로 인간에게 편의를 안겨주는 자연물이다. 흐르는 강물은 잠시 이용할 수는 있되 강줄기를 비틀고 찢고 파헤치는 짓거리는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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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강 : 가을 한 때

여행 Reise 2009. 11. 2. 08:53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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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가족과 홍천에 다녀왔는데, 비온 뒤 휑한 농토에 남은 작물은 배추 밖에 없었다. 벼수확이 끝나고 이제 본격적인 농한기에 들어선 시기인지 농사꾼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다들 어디로 간 것일까? 돌아오는 길에 팔봉산에 들러 늦은 점심을 먹은 후 홍천강을 둘러 보았다. 너른 개울처럼 물이 줄어든 맑은 강엔 송사리 떼가 빠르게 헤험치고 있었다. 아이는 아빠를 따라 강에 물장구를 치는 돌을 던지다 못해 돌을 집어 집까지 가져가 욕조를 개울로 만들었다.  

명문가로 통한다는 작가들이 글 잘쓰는 비법으로 한결같이 독서를 든다고 뉴스는 말한다. 여전희 새로울게 없는 얘기를 반복하는게 뉴스다. 잡스러운 도서로 가득찬 서고가 작가의 보물창고일 수 밖에 없겠지만, 남의 얘기를 개조해 빌려 쓰는 것이 작가적 글쓰기의 본령같지는 않다. 독서는 말할 필요없는 기본이다. 창조력이 결여될 수록 독서는 왕성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독서의 시간을 상대적으로 여유롭게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100만 부수의 작가에게는 부러운 점이 있다.

늦은 밤에 '초록 물고기'(1997)를 봤다. 데뷔작 같지가 않을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보이지만, 그래도 현란한 배우들의 덕을 어느 정도 본 것 같다. 한석규, 심혜진, 문성근, 명계남, 정진영, 오지혜, 송강호.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 보다도 현란한 이러한 배우들이 언제 다시 모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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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에 다녀오다

여행 Reise 2009. 10. 28. 10:29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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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랜만에 강동 쪽으로 공급지원을 나갔다가, 일찍 일을 마치고 동문과 초저녁에 산성역에서 만났다. 근방의 술집에 들어갈까 하다가, 남한산성으로 들어가는 버스가 있다고 하길래 산에 가자고 했다(산성역 1번 출구 9번 버스). 아마도 서울 근교에 500미터가 넘는 산길로 올라가는 버스노선은 이곳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빙빙 돌며 올라가는게 마치 옛날 한계령 길 같다. 버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가파른 벼랑과 나무가지 넘어  저 멀리 성남과 송파 일대의 야경이 너무도 눈부시게 비춰지고 있었다. 북문 쪽 인근의 너른 평지에 있는 오래된 손두부집에서 동동주를 마시고 북문까지 올라가 봤다. 성문이 열려 있었는데, 성문 밖은 낭떠러지로, 광주 방면이다. 호란 당시 인조가 머물렀다는 행궁을 새로 조성했다길래 찾으러 갔다가, 밤길에 길을 헤매다 북문까지 올라가 본 것이다. 어두워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책으로 접했던 산성 내부를 눈으로 보니 색다르다. 나도 유적지나 좀 돌아보고 역사소설을 써서 재미좀 봐볼까. 남한산성은 얼마나 좋은 소재인가. 북문에서 내려와 다시 버스를 타고 하산한 뒤 역 인근에서 한잔 더 하고 헤어졌다. 잠실에서 버스를 갈아 타는데, 예전에 육영재단에서 운영하던 어린이집 자리에 홈플러스가 들어서 있는 것을 확인했다. 잠깐 사이에도 많은게 변하지만, 사라진 권력의 유산은 너무도 탄탄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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