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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Reise'에 해당되는 글 48건

  1. 2014.10.04 양구의 미술관
  2. 2014.03.31 봄의 열기
  3. 2014.02.11 겨울산
  4. 2013.12.22 안녕치 못한 토요일 오후의 광장
  5. 2013.12.14 춘천 연수

양구의 미술관

여행 Reise 2014. 10. 4. 09:11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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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연휴라 가족과 하루 여행을 다녀왔다. 양구의 박수근 미술관. 학교 다닐 때 구내식당에 걸린 이분의 대형그림을 별 감흥없이 스쳐 봤던 기억과 미술관이라곤 좀처럼 가는 일이 없는 처지에서 별 기대는 안했지만, 그림도 그림이지만 건물을 보려는 목적으로 동행한 분의 안목대로 미술관 자체가 하나의 독특한 건축물로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처음 가본 양구는 지역민이 플랭카드에 호소하는 말처럼 말그대로 육지속 섬이라고 할 정도로 산으로 겹겹이 둘러싸인 분지형 지역이었다. 춘천에서 양구를 가기 위해 넘는 초입 산길의 배후령 터널은 길이가 5km 이상이나 넘으며 5백미터에서 2km 사이의 터널들을 계속 관통해야 한다. 이런 터널들이 생기기 전에는, 산자락을 깍은 옛길이 무척 험난해서 소양호로 이어지는 뱃길은 무시할 수 없는 교통수단이었다. 이 시절 춘천 102 보충대에서 교육을 마친 신병들을 양구의 자대로 보낼 때 60트럭 아니라 배편으로 했던 것은 안전을 위해서였다.    

 

화가는 양구에서 나서 유학을 다녀와 서울 창신동에서 작품활동을 하며 이후 전농동으로 이사를 했다. 전쟁통에 이산가족이 됐으나 창신동 처남집에서 가족과 극적으로 상봉한다. 일제강점과 한국전쟁통에 힘겹게 삶을 이어나가는 농촌 아낙들과 도심 행상의 일상을 작품으로 옮기는 서민적인 정서와 손수 아이에게 그림 동화책을 만들어 주는 자상함은 척박한 땅에서 인심을 잃지 않는 강원도민의 소박함을 반영한다.

 

연휴와 자라섬 째즈축제가 겹치면서 강원도로 가는 고속도로는 강촌까지 정체였고, 귀가길로 춘천시 외곽을 거쳐 가평에서 밀리는 46번 국도를 벗어나 경강로에서 설악으로 이어는 밤의 고개길은 험난했다.  

 

                                        미술관 우측 자작나무 군락지 '빨래터'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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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열기

여행 Reise 2014. 3. 31. 06:42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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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몰리는 월말과 환절기기 겹쳐 감기 몸살에 시달렸다. 토요일에 일을 나가야 할지 찜찜한 상태로 금요일 퇴근한 상태에서 몸은 out of order. 그래도 불금이라고 어디 나가서 한잔 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나갈 수 없는 상태라 남은 찌게거리로 일병을 하고 잤다. 토요일 오전 잠깐 일을 하고 후배를 불러 가족과 저녁을 든 후 맥주를 마셨다. 덕분에 나의 몸살을 그에게 넘겨줬다.

 

일요일 낮잠을 한숨 자고 나니 한결 나아진 것 같아서 강변으로 산책을 갔다. 공기가 토요일의 비 때문에 그래도 청명했고 햇살도 좋았다. 팔당으로 올라가는 자전거길에서 줄곧 생각이 몰리는 지점은 일. 예봉산 자락길로 해서 집으로 돌아가려 했는데 좀처럼 인적이 없는 산에 길이 없었다. 야생지처럼 버려진 초지를 이리저리 헤치다가 겨우 집으로 가는 길을 찾았다. 숲속에서 길을 찾는 30 여 분의 짧은 순간에 드는 생각은 빨리 여기를 벗어나야 겠다는 일념. 도대체 도로와 철로는 잘 만들어 놓으면서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길은 이렇게 방치할 수 있는지. 복선화된 철각 옆의 도랑 윗길은 아예 끊어져 있었다.

 

 

    

산자락은 대부분 사유지라서 산에서 인도로 이어지는 경계에 철책까지 처진 경우가 많다. 다행이 내려오는 길의 오래된 콘크리트 기둥의 철책은 완전 폐쇄되지 않아서 월담을 해야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망형의 철책으로 견고하게 막혀 버리거나 급경사의 석축에 봉착하면 난감하다. 여기도 둘레길 사업이 진행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초지의 훼손과 사유지 침범의 소지가 있어 신중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저것 복잡한 일들이 지나는 과정에서 좀처럼 집중해서 책을 보지 못해 신변잡기식 글만 나온다. 여전히 <소통행위이론>을 개미가 산을 오르듯 읽고 있으며, 예전에 읽다가 그친 토마스 만의 <요셉과 그의 형제들>을  이어 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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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산

여행 Reise 2014. 2. 11. 06:17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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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작년 가을 이후 다시 산에 올랐다. 전날 내린 눈이 산을 은빛으로 덮었다. 새재에서 예봉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 처음으로 아이젠을 착용했다. 점심을 먹고 출발했어도 4시간 가량의 산행중 상당한 허기를 느꼈지만 380ml의 물만 마시고 진군했다. 정상을 앞둔 노루목에서 소방헬기가 선회를 하고 있었는데, 좀더 올라가 보니 한 아주머니 등산객이 낙상을 해서 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여럿이 산을 타고, 등산객이 많이 다니는 길이라, 비록 눈보라 때문에 헬기의 접근은 어렵다해도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구조는 되었지만, 혼자서 산을 타다가 후미진 산 배후에서 낙상을 한다면 주위를 선회하는 것은 까마귀떼들이다. 

 

많은 짐을 들고 간 산행은 많은 짐을 내려 놓는다.

 

                     

                     패러글라이딩 활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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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치 못한 토요일 오후의 광장

여행 Reise 2013. 12. 22. 04:18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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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쌀쌀한 토요일 오후, 우연히 알게된 친구의 입원소식을 듣고, 관절 수술로 유명한 구리의 병원에 찾아 갔다. 전철역에서 교통카드에 5000원을 충전하고 버스를 탔다. 내가 제일 편안해 하는 앞좌석 창가에 앉아 이날은 유심히 버스기사를 관찰했다. 운전하고 일일히 타는 사람 각각에게 목례인사를 하고 내리고 타는 승객을 일일히 신경써야 하는 버스기사 일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 검은 선글라스 아래로 굳어진 기사의 피곤을 그나마 순간적으로 달래주는 것은 라디오 방송이다. 김광한이 CBS에 복귀하더니 김기덕이 SBS에 나타났다.

 

돌다리에서 내렸는데 겨울 오후의 화창한 햇살을 구리 중앙시장의 불빛이 흡수하고 있었다. 술마시러 이 시장을 지나간 적이 있지만 이날처럼 이곳을 오래 걸어보기는 처음이었다. 직업 DJ인 듯한 사람이 시장 어귀에 노출되도록 설치된 즉석 방송 스튜디오에서  구리시장을 데려와 방송진행을 하고 있었다. 어디서나 비슷해 보이는 재래시장이지만 이런 시도도 하는 것을 보니 신선하면서도 먹고 사는 문제가 얼마나 절박한지 느낄 수 있다. 대기업의 대형마트와 소형마트에 포위당한 전통시장 상인들의 몸부림의 일환인 방송이, 내심으론 대기업을 반기지만 표심으론 전통시장도 외면할 수 없는 시장의 재선을 위한 홍보용 도구로  악용되지 않기를.

 

친구는 90년대 초반 군대에 있을 때, 부대 외곽의 참호에서 일명 '대가리 박기' 얼차례로 목디스크가 생겼는데, 20 여 년간 통원치료만 하다가 허리 디스크와 끊어진 발 인대를 함께 치료하기 위해 한주일 동안 순차적으로 수술을 받았다. 타인의 인대를 써야하는 상황이 다소 서글픈 느낌이 들면서 병원을 나왔는데, 꼭 이렇게 병원에 누군가의 병문안을 다녀오면 다가오는 무력감에 추위가 파고들면서 그만 빨리 집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뭔가가 아쉬었다. 집으로 가는 방향의 버스를 보내고 길을 건너 서울 도심 방향의 버스를 탔다. 

 

회기역에 도착해 저물어가는 해 처럼 굶주려 있는 배에 따뜻한 잔치국수를 채웠다. 단순 포장마차였던 이곳도 나름의 리모델링으로 탈바꿈했다. 군용 깔깔이를 입은 주인 아저씨가 김치와 단무지 값어치 정도 밖에 안되는 돈으로 푸짐한 잔치국수를 주는 것을 보니 다음에 올 때는 술을 한잔 하라는 전략같다. 전철로  종각까지 가서  보신각 사거리로 나오니 종로 갓길에 줄세워진 경찰버스와 경력의 이동이 집회 현장으로 안내를 해줬다.

 

철도파업 13일째로 접어든 철도민영화 반대와 대자보 벙개가 어우러진 집회현장에 대한 스케치는 아래의 사진으로 대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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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연수

여행 Reise 2013. 12. 14. 17:22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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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늘 춘천 짚다리 자연 휴양림으로 부서 연수를 다녀왔다. 금요일 어제 서울에서 출발해 국도로 가던 중, 가평 쪽으로 들어오지 말고 춘천댐 쪽으로 들어 오라는 짚다리 관리소의 연락을 받았는데, 가평 쪽으로 넘어가는 산길은 제설이 안되어 위험하기 때문이었다. 의암댐을 지나 화천 방향으로 달리는 차안에서 강 너머 춘천시가 보였다. 추운 날씨에 날은 어두워져 가고, 눈 덮힌 강 양안 사이에 시퍼렇게 출렁거리는 강물은 북극의 빙수처럼 차디차고 애잔하게 보였다. 연수 장소에 도착해 보니 지난 7년 전 초가을, 다른 부서에 있을 때 연수로 왔던 동일 휴양림임을 확인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숙소도 동일했다. 그때는 별채로 되어 있는 단층의 이 숙박 시설이 무척 인상적이고 참신해 보였는데, 눈발에 덮힌 동일한 장소가 마치 노쇠한 듯 낡아 보였다. 오자마자 밥을 하며 고기를 구워 먹고 직무 스트레스 측정을 한 후 뒤풀이를 이어갔다. 원래는 다음날 설악산과 속초에 들렀다고 서울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일정상 무리라서 춘천시내 대학가의  유서 깊은 닭갈비집으로 일행을 안내했다. 닭갈비를 뒤집으며 언제나 손님에게 다정다감하게 말을 거는 닭갈비집 주인 아주머니도 이제 곧 시어머니가 된다고 한다. 연수일정이 계획 보다 일찍 끝나서 따로 춘천에 좀 더 있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추운 날씨에 집에 일찍 들어가 쉬고 싶은 바램이 순간의 감상적 동기를 억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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