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몰리는 월말과 환절기기 겹쳐 감기 몸살에 시달렸다. 토요일에 일을 나가야 할지 찜찜한 상태로 금요일 퇴근한 상태에서 몸은 out of order. 그래도 불금이라고 어디 나가서 한잔 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나갈 수 없는 상태라 남은 찌게거리로 일병을 하고 잤다. 토요일 오전 잠깐 일을 하고 후배를 불러 가족과 저녁을 든 후 맥주를 마셨다. 덕분에 나의 몸살을 그에게 넘겨줬다.
일요일 낮잠을 한숨 자고 나니 한결 나아진 것 같아서 강변으로 산책을 갔다. 공기가 토요일의 비 때문에 그래도 청명했고 햇살도 좋았다. 팔당으로 올라가는 자전거길에서 줄곧 생각이 몰리는 지점은 일. 예봉산 자락길로 해서 집으로 돌아가려 했는데 좀처럼 인적이 없는 산에 길이 없었다. 야생지처럼 버려진 초지를 이리저리 헤치다가 겨우 집으로 가는 길을 찾았다. 숲속에서 길을 찾는 30 여 분의 짧은 순간에 드는 생각은 빨리 여기를 벗어나야 겠다는 일념. 도대체 도로와 철로는 잘 만들어 놓으면서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길은 이렇게 방치할 수 있는지. 복선화된 철각 옆의 도랑 윗길은 아예 끊어져 있었다.
산자락은 대부분 사유지라서 산에서 인도로 이어지는 경계에 철책까지 처진 경우가 많다. 다행이 내려오는 길의 오래된 콘크리트 기둥의 철책은 완전 폐쇄되지 않아서 월담을 해야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망형의 철책으로 견고하게 막혀 버리거나 급경사의 석축에 봉착하면 난감하다. 여기도 둘레길 사업이 진행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초지의 훼손과 사유지 침범의 소지가 있어 신중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저것 복잡한 일들이 지나는 과정에서 좀처럼 집중해서 책을 보지 못해 신변잡기식 글만 나온다. 여전히 <소통행위이론>을 개미가 산을 오르듯 읽고 있으며, 예전에 읽다가 그친 토마스 만의 <요셉과 그의 형제들>을 이어 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