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연휴라 가족과 하루 여행을 다녀왔다. 양구의 박수근 미술관. 학교 다닐 때 구내식당에 걸린 이분의 대형그림을 별 감흥없이 스쳐 봤던 기억과 미술관이라곤 좀처럼 가는 일이 없는 처지에서 별 기대는 안했지만, 그림도 그림이지만 건물을 보려는 목적으로 동행한 분의 안목대로 미술관 자체가 하나의 독특한 건축물로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처음 가본 양구는 지역민이 플랭카드에 호소하는 말처럼 말그대로 육지속 섬이라고 할 정도로 산으로 겹겹이 둘러싸인 분지형 지역이었다. 춘천에서 양구를 가기 위해 넘는 초입 산길의 배후령 터널은 길이가 5km 이상이나 넘으며 5백미터에서 2km 사이의 터널들을 계속 관통해야 한다. 이런 터널들이 생기기 전에는, 산자락을 깍은 옛길이 무척 험난해서 소양호로 이어지는 뱃길은 무시할 수 없는 교통수단이었다. 이 시절 춘천 102 보충대에서 교육을 마친 신병들을 양구의 자대로 보낼 때 60트럭 아니라 배편으로 했던 것은 안전을 위해서였다.
화가는 양구에서 나서 유학을 다녀와 서울 창신동에서 작품활동을 하며 이후 전농동으로 이사를 했다. 전쟁통에 이산가족이 됐으나 창신동 처남집에서 가족과 극적으로 상봉한다. 일제강점과 한국전쟁통에 힘겹게 삶을 이어나가는 농촌 아낙들과 도심 행상의 일상을 작품으로 옮기는 서민적인 정서와 손수 아이에게 그림 동화책을 만들어 주는 자상함은 척박한 땅에서 인심을 잃지 않는 강원도민의 소박함을 반영한다.
연휴와 자라섬 째즈축제가 겹치면서 강원도로 가는 고속도로는 강촌까지 정체였고, 귀가길로 춘천시 외곽을 거쳐 가평에서 밀리는 46번 국도를 벗어나 경강로에서 설악으로 이어는 밤의 고개길은 험난했다.
미술관 우측 자작나무 군락지 '빨래터'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