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치 못한 토요일 오후의 광장

여행 Reise 2013. 12. 22. 04:18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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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쌀쌀한 토요일 오후, 우연히 알게된 친구의 입원소식을 듣고, 관절 수술로 유명한 구리의 병원에 찾아 갔다. 전철역에서 교통카드에 5000원을 충전하고 버스를 탔다. 내가 제일 편안해 하는 앞좌석 창가에 앉아 이날은 유심히 버스기사를 관찰했다. 운전하고 일일히 타는 사람 각각에게 목례인사를 하고 내리고 타는 승객을 일일히 신경써야 하는 버스기사 일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 검은 선글라스 아래로 굳어진 기사의 피곤을 그나마 순간적으로 달래주는 것은 라디오 방송이다. 김광한이 CBS에 복귀하더니 김기덕이 SBS에 나타났다.

 

돌다리에서 내렸는데 겨울 오후의 화창한 햇살을 구리 중앙시장의 불빛이 흡수하고 있었다. 술마시러 이 시장을 지나간 적이 있지만 이날처럼 이곳을 오래 걸어보기는 처음이었다. 직업 DJ인 듯한 사람이 시장 어귀에 노출되도록 설치된 즉석 방송 스튜디오에서  구리시장을 데려와 방송진행을 하고 있었다. 어디서나 비슷해 보이는 재래시장이지만 이런 시도도 하는 것을 보니 신선하면서도 먹고 사는 문제가 얼마나 절박한지 느낄 수 있다. 대기업의 대형마트와 소형마트에 포위당한 전통시장 상인들의 몸부림의 일환인 방송이, 내심으론 대기업을 반기지만 표심으론 전통시장도 외면할 수 없는 시장의 재선을 위한 홍보용 도구로  악용되지 않기를.

 

친구는 90년대 초반 군대에 있을 때, 부대 외곽의 참호에서 일명 '대가리 박기' 얼차례로 목디스크가 생겼는데, 20 여 년간 통원치료만 하다가 허리 디스크와 끊어진 발 인대를 함께 치료하기 위해 한주일 동안 순차적으로 수술을 받았다. 타인의 인대를 써야하는 상황이 다소 서글픈 느낌이 들면서 병원을 나왔는데, 꼭 이렇게 병원에 누군가의 병문안을 다녀오면 다가오는 무력감에 추위가 파고들면서 그만 빨리 집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뭔가가 아쉬었다. 집으로 가는 방향의 버스를 보내고 길을 건너 서울 도심 방향의 버스를 탔다. 

 

회기역에 도착해 저물어가는 해 처럼 굶주려 있는 배에 따뜻한 잔치국수를 채웠다. 단순 포장마차였던 이곳도 나름의 리모델링으로 탈바꿈했다. 군용 깔깔이를 입은 주인 아저씨가 김치와 단무지 값어치 정도 밖에 안되는 돈으로 푸짐한 잔치국수를 주는 것을 보니 다음에 올 때는 술을 한잔 하라는 전략같다. 전철로  종각까지 가서  보신각 사거리로 나오니 종로 갓길에 줄세워진 경찰버스와 경력의 이동이 집회 현장으로 안내를 해줬다.

 

철도파업 13일째로 접어든 철도민영화 반대와 대자보 벙개가 어우러진 집회현장에 대한 스케치는 아래의 사진으로 대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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