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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Literatur'에 해당되는 글 101건

  1. 2012.01.02 전장 밖 삶의 현장(월, 다소 추운 날씨)
  2. 2011.08.10 정당한 폭력 2
  3. 2011.07.25 괴물
  4. 2011.07.21 무명의 뱃지 : 『이름없는 주드』
  5. 2011.07.19 비극의 수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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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일의 『마당깊은 집』을 읽었다. 전쟁통에 피난 내려온 이북민과 전쟁의 상흔을 입고 온 외지인, 분단의 이념갈등으로 가장을 떠나 보내고 온 네 가구가 대구의 장관동 골목길에 있는 고택의 바깥 채 '마당깊은 집'에서 전쟁으로 황폐해진 삶을 이겨 나간다.  홀로 가족과 동떨어져 진영 고향의 선술집에서 불목하니를 하며 국민학교를 건성으로 졸업한 주인공 길남은 중학교 입학 시점에서 대구 어머니의 호출을 받고 가족과 합류하면서 대처 생활을 하는 데서 소설은 시작한다. 가장을 잃은 가족에게 장남은 가족의 역할을 대신해야 한다고 어머니는 길남에게 중압감을 준다. 추위를 막을 집과 끼니 때우기가 삶의 가장 우선적인 욕구로 점철되는 피난생활에서 교육의 중요성을 알지만 삶의 모진 현장을 헤쳐나가는 것이 급선무로 판단한 어미는 장남에게 신문팔이를 시킨다. 이것은 가사를 위한 결정이기도 하지만, 가장의 역할을 할 장남이 마냥 책상머리만 붙들고 있어서는 안된다는, 그래서 매일 도시락을 싸들고 행상으로 도회지를 떠돌아 다니는 상이군인 출신의 준호 아버지처럼, 가장은 아침 밥 숟갈을 놓자마자 밖으로 튀어나가야 한다는 책임의식을 어머니는 길남에게 신문팔이를 통해 훈련시키는 것이다.     

벌써 발발한지 62년이나 된 한국전쟁은 아직도 한반도의 인민에게 보편적 아픔의 기억으로 새겨져 있다. 분단현실, 갈수록 첩첩산중처럼 깊어져 가는 분단의 늪은 아직도 한국전쟁을 현재진행형으로 하고 있다. 전쟁은 인간을 비참하게 만들지만 그 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은 역설이다. 모두에게 어려운 그 시절이 인간의 소중함을 일깨운다는 점에서 전쟁은 적어도 소설의 소재로는 여전히 유효하고 중요한 동기이다.   

널리 알려졌지만 읽어보지 못한 작가의 글을 읽는 것은 또 하나의 신선한 재미를 준다. 장작에 쓰는 통나무 중에서 속이 단단히 응어리져 도끼날이 파고 들어갈 수 없는 지점을 말하는 '깡어리' 같은 용어는, 작가의 자전적 유년시절의 회고에서 온 기억의 산물이기도 하겠지만,  외국어처럼 새로우면서도 반갑다. 대구 사투리와 이북 사투리가 혼재된 마당 깊은 집의 풍경은 이 사회의 단면이면서 애절한 옛시절의 추억을 되새겨 주는 공동의 장소이기도 하다.  

출판이력 :  1988.1. 문학과 지성사 초판 1쇄,  1997.9. 초판 29쇄,   1998.8. 재판 1쇄, 2002.11. 보급판 1쇄, 2006.5.보급판 14쇄, 2008.10. 재판 10쇄. 

등장인물 : 길남, 선례누나, 어머니, 길중, 길수, 준호 아버지, 준호 엄마, 준호, 평양댁, 순화누나, 정태씨, 민이형, 경기댁, 미선누나, 홍규씨, 김천댁, 위채 주인 내외, 위채 노마님,  위채 성준 형제와 사촌, 위채 살림꾼 안씨, 황해도 수안군 삼정면 출신 장정 주씨, 한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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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한 폭력

문학 Literatur 2011. 8. 10. 09:44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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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은 그의 가족과 함께 세번째로 옮겨간 복숭아 농장의 천막촌에서, 파업을 일으키고 외부로 쫏겨난 케이시를 만나게 된다. 경찰과 협력해 파업 잔당을 몰아내려는 주민이 곡괭이 자루로 케이시를 가격해 숨지게 하자 톰은 그 자리에서 이 살인자를 동일한 방법으로 쳐죽인다. 톰의 가족은 톰으로부터 이 사실을 알게 되고,  가족을 떠나 멀리 도망치려던 톰은 어머니의 만류로 이날 밤 톰의 가족이 네번째로 옮겨간 목화밭 유개화차 주변 개울가의 덤불과 배수로에 몸을 숨기게 된다. 맥알레스터 교도소에서 살인죄로 형기를 마치고 가석방되었던 톰 조드는 다시 살인을 저지름으로써 난관에 봉착한 것이다. 한 번의 살인은 정당방위에서, 또 한번의 살인은 부당한 폭력에 대한 항거로. 다음은 얼굴에 심한 상처를 입고 코뼈가 부러져 집에 들어온 톰이 가족들에게 하는 말 ]

"그 사람[톰 조드]이  뭔가 잘못을 저질렀다면 이런 생각을 하고 있겠죠. '그래. 교수대에서 깨끗이 죽자. 내가 잘못을 저질렀으니 벌을 받아야지.' 하지만 그 사람은 아무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어요. 기분이 스컹크 한 마리를 죽였을 때랑 별로 다르지 않다고요."

존 스타인벡, 『분노의 포도』2 The Grapes of Wrath (1939) 김승욱 역 (민음사, 2009, 1판 4쇄), 361면.

인간이라고 부르기 합당하지 않은 자를 처단하는 것이 정당함을 작가는 톰 조드의 행위를 통해 주장한다. 매값을 던지며 사람을 두둘겨 팬 M&M의 재벌 2세 같은 놈들을 죽여버리는 것은, 법의 이름으로는 불법이라도 정의의 이름으로는 죄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야기 전개와 별개로 각 장 사이에 끼어있는 에세이 형식의 글은 특정 개인사의 이야기를 넘어 미국 사회의 단면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봄까지 일이 없어. 일이 없다고.
 일이 없으면 돈도 없고 먹을 것도 없는 거야.
 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땅을 갈고 풀을 벨 때 말을 이용하지. 하지만 말들이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녀석들을 ㅣ 굶길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을 거야.
 그건 말 얘기지. 우린 사람이잖아.
 여자들은 남자들을 지켜보았다. 결국 파국이 왔는지 보려고. 여자들은 말없이 서서 지켜보았다. 모여 있는 남자들의 얼굴에서 공포가 사라지고 대신 분노가 나타났다. 여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았으므로. 아직 파국은 오지 않았다. 두려움이 분노로 변할 수 있는 한, 파국은 결코 오지 않을 것이다."

상동, 43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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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문학 Literatur 2011. 7. 25. 17:14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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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에서 지휘하는 은행이 흉작과 빚더미에 몰린 오클라호마의 소작농들을 트랙터로 밀어낸다.]

"은행, 그 괴물은 항상 이윤을 내야 해요. 기다려 줄 수가 없다고요. 그러면 죽어 버릴 테니까. 세금도 자꾸 나오는데. 그 괴물은 계속 자라지 못하면 죽어 버려요. 계속 같은 크기로 있을 수 없단 말입니다...마침내 지주의 대리인들이 요점을 꺼냈다. 소작 제도는 이제 소용이 없습니다. 트랙터만 있으면 한 사람이 열두 가구나 열네 가구 몫을 해낼 수가 있으니, 그 사람한테 월 ㅣ 급을 주고 추수한 걸 이쪽이 다 갖는 편이 낫죠. 그렇게 해야 합니다. 우리도 좋아서 하는 일은 아니지만, 괴물이 지금 아프거든요...은행은 사람하고 달라요. 땅을 5만 에이커나 가진 지주도 평범한 사람들하고는 다르죠. 괴물이 되는 겁니다....ㅣ은행은 사람하고 달라요. 사실 은행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모두 은행이 하는 일을 싫어하지만 은행은 상관 안 합니다. 은행은 사람보다 더 강해요. 괴물이라고요. 사람이 은행을 만들었지만, 은행을 통제하지는 못합니다."

존 스타인벡, 『분노의 포도』1 The Grapes of Wrath (1939) 김승욱 역 (민음사, 2009, 1판 5쇄) 69-71.

[톰의 가족들은 캘리포니아로 떠나기 전, 쓰던 물건들을 처분한다.]

"당신이 산 이 잡동사니는 쓰레기가 되 버린 우리 삶이기도 해...이 땅, 이 붉은 땅이 우리야. 우린 다시 시작할 수 없어. 고물상한테  우리가 팔아넘긴 쓰라린 심정, 고물상이 그 심정까지 가져갔는데도 우린 여전히 속이 쓰리잖아...야영을 할 거니까 음식을 만들고 세수를 할 때 쓸 냄비 몇 개, 매트리스와 이불, 등잔과 양동이, 천막으로 쓸 두꺼운 천을 가져갈 거야. 이 석유 깡통도. 이게 뭔지 알아? 풍로로 쓸 거야. 옷도 가져가야지. 옷은 전부 가져가. 그리고...소총도 가져갈까? 총없이 길을 나서고 싶지는 않아. 신발, 옷, 음식이 떨어지고 심지어 희망마저 사라지더라도 총은 우리 곁에 있을 거야.

상동, 181, 183, 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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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의 뱃지 : 『이름없는 주드』

문학 Literatur 2011. 7. 21. 09:33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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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디가 이 소설을 세상에 내 놓았을 때, 주교를 비롯한 옥스포드 출신의 보수층으로부터 비난을 받았지만, 세대를 앞서간 이 소설의 문제의식은 얼마 안가 큰 공감은 일으켜 이 작품은 『테스』와 더불어 그의 대표적 비극 작품으로 자리잡았다. 황태자의 예방을 받고 케임브리지와 옥스포드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는 등 국내에서 세계적 작가로 인정을 받았지만 노벨상을 받지는 못했다. 그의 음울한 비극적 전개가 인류에게  희망을 주는 메시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나도 『이름없는 주드』에서 줄곧 전개되는 불안하고 자학적인 로맨스와 비극적 결말이라고 하기엔 충격적이고 기괴한 사건을 보면서, 『테스』에서 보이는 유연한 비극에서 기대했던 다양한 인상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작가가 생략해 버린 주드와 수의 동거 초기의 행복한 시절을 제외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가난과 불운으로 실패의 잔을 연속 마시는 인생의 역정을 보여주며, 이런 주드를 비웃는 주변인들의 야유만이 소설의 어둠을 불완전하게 여과시킨다. 번역도 다소 매끄럽지 못한 면이 있다. 그래도 이 소설은,  작가가 청춘시절 사촌과 벌였던 로맨스를 소재로 하면서 자신의 출신과 학력의 컴플렉스에 대한 불만과 호소를 직설적으로 퍼붓는 점에서 그가 말한 개량주의적 사회 개혁을 일정 부문 끌어낸 기여도 있다. 노조소속 노동자들을 위해 옥스포드에 러스킨 대학이 만들어진 것과, 옥스포드가  가난한 학생들에게도 학업의 기회를 주는 결과도 생겼던 것이다. 

이 작품의 주제는 『테스』와 마찬가지로 자연권과 인습의 대결구도를 배경으로 하며, 그 공통적 매개는 결혼제도인데, 『이름없는 주드』에서 작가는 결혼제도에 대해 마치 편집광이 있는 것처럼 더 집요하게 그 제도의 주위를 선회하며 공방을 주고 받는다. 후반부에서 주드와 수가 다시 전 배우자와 재혼을 하도록 설정한 것은, 비단 수의 심리적 압박감을 드러내 보이기 위한 설정이기도 하지만,  합법성에 대한 작가의 집요한 반항과 집착을 보여주는 일례다. 

이 작품에서 눈에 띄는 것은, 성경구절이 작품의 전개상황에 맞춰 상당히 많이 인용된다는 점이다. 대학자가 되려는 야심에서 교구 보좌신부가 되려는 계획으로 포부를 낮춘 주드에게 성경지식은 피와 살처럼 그의 전신을 이루고 있다. 문학작품이 성경에 대한 관심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 작품은 특이한 기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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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의 수렁

문학 Literatur 2011. 7. 19. 15:51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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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신고를 계속 미룬채 올드브리컴에서 두 연인은 주드와 아라벨라 사이에 태어난 노숙한 아이 시간 아범과 함께 그런저럭 단란한 가정을 이뤄 살아갔다. 그 사이에 두 아이까지 낳아 기르게 됐으며, 수가 세번째 아이까지 임신했을 때 장터에서 그녀는 불과 몇달 전에 남편과 사별한 아라벨라를 만나게 된다. 남편의 죽음 후 교회에 헌신하는 아라벨라의 행로는 알렉 더버빌과 유사하다. 거듭되는 주변인들의 연인들에 대한 수상쩍은 수근거림에 주드의 다섯 가족은 다시 크라이스트민스터로 이주한다. 도착한 첫 날, 거주할 방을 잡기 까지 임시로 묵을 여관을 대학 근처에서 알아봤지만 많은 식솔을 거느린 가족에게 여관 주인들은 매정했다. 어렵게 방을 구하기는 했지만 네 식구와 주드는 따로 방을 잡아야 했고, 다음날 방을 비워달라는 주인장의 요구에 수와 시간 아범은 다른 방을 알아보러 다니다가 절망적인 대화를 나누게 되고, 다음날 이 가족에게 비극적 사건이 일어나고 만다.] 

"[수의 말]"우린 순응해야 돼요!" 그녀가 비탄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위에 군림하는 절대적 힘의 오랜 분노가 그 절대자의 가엾은 피조물인 우리 머리 위에 쏟아졌어요. 우리는 항복해야 돼요. 달리 방법이 없어요. 우린 항복해야 돼요. 신과의 싸움은 소용없는 짓이에요!""

『이름없는 주드』2 , 262.

[극도의 정신적 공황에 빠진 수는 신의 이름으로 그들의 결혼생활을 단죄한다. 이 사건 이후로 수는 그 전에는 기피하던 신에게 회귀하고 만 것이다.]  

"[수의 말]"난 이제 결혼을 보는 눈이 달라졌어요. 이런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나의 아기들을 빼앗아 갔어요! 아라벨라의 아이가 내 아기들을 죽인 것은 심판이었어요. 의로운 자[합법적 결혼으로 태어난 아이]가 불의[불법적으로 태어난 아기들]를 죽인 거죠.""

상동, 275.

[아라벨라 던으로부터 주드 가족의 소식을 들은 리처드 필롯슨은 수와 다시 결합할 것을 결심한다.]

"본능적이며 제한받지 않은 정의와 옳음에 탐닉하는 것은 우리의 문명 같은 오래된 문명 속에서는 법적으로 허락되지 않았음을 그[필롯슨]는 발견하였다. 보통의 안락과 명예를 즐기고 조잡한 사랑과 친절이 베풀어지도록 두려면, 후천적으로 습득하고 기른 정의와 옳음의 이름 아래서 활동하는 것이 필요했다."

상동, 292.

[필롯슨의 편지를 받고 그에게 돌아가려는 수에게 주드가 하는 말]

"그 사람을 사랑하오?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자기는 알고 있소! 그건 광적인 매음 행위요."

상동, 295.

[두 사람이 각각 전의 배우자와 재혼을 한 후, 병든 주드가 메리그린으로 수를 찾아가서 하는 말]

"우리 두 사람은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재혼을 하였소. 나는 술에 취해 그랬소. 수도 마찬가지였소. 나는 진에 취해서 그랬고, 수는 신앙에 취해서 그랬소. 취한 상태는 사람에게서 고상한 비전을 빼앗아 가오."

상동, 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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