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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렌스크를 넘어 모스크바로 진격하는 프랑스군에 대항하기 위해, 황제에게는 지지받지 못하지만  국민적인 지지를 받는 쿠트조프가 다시 러시아군 총사령관에 임명된다. 벌거숭이 산에서 민병을 독려했던 볼콘스키 노공작의 죽음을 젊은 안드레이게서 듣고 쿠트조프는 프랑스군이 말고기를 먹어야 할 정도로 비참하게 만들어 주겠다는 비분을 토한다. 프랑스군이 모스크바에 들어서는 것도 치명적이고 러시아가 모스크바를 잃는 것도 마찬가지지만, 스몰렌스크에서 러시아 인민의 자발적인 소개와 방화를 보고서도 러시아 깊숙이 진격하는 나폴레옹의 무모함을 쿠투조프는 십분 이용하려 하며, 중령이 된 데니소프는 전선이 확대되고 연장된 적의 보급선을 끊어버리겠다고 제안한다. 치명상을 입은 고양이의 복수가 서서히 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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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10 : 전란 초기의 혼돈

책들 Bücher 2017. 7. 26. 07:48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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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넘어 모스크바로 진격해 오는 80만의 프랑스군에 대응하는 러시아의 상황은 어쩌면 임진왜란 초기 조선의 대응을 연상시킨다. 우왕좌왕하며 제대로 침략군을 막아내지 못한 채 후퇴만 하는 점에서 그렇다. 톨스토이는 결코 러시아의 지연전술로 나폴레옹이 수렁에 빠져 들었다고 보지 않는다. 드레스덴까지 와있던 프랑스군이 가을로 접어든 시기에 월동준비도 안된 채 러시아로 쳐 들어간 것 자체가 위험부담을 안고 간 것이지, 러시아가 고도의 퇴각 전술을 펼친 것은 아니며, 오히려 러시아의 혼란한 군지휘체계가 무기력한 대응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전선에 자리잡아 명목상의 군통수권을 행사하던 알렉산드르 황제와 그의 참모들은  결국 민병 독려라는 구실로 후방으로 돌아가고, 외국출신 지휘관을 포함한 군지휘관들 내부에서는 상호간의 반목이 일관된 명령체계의 작동을 방해했다. 군대를 총괄적으로 지휘할 능력은 되지 않더라도 조국의 치명적 위기 앞에 전선과 도시를 오고 가며 분주히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러시아 황제의 행위는 도망치기에만 바빴던 조선의 왕과는 대비된다.  막강한 힘을 갖추었지만 혼란한 지휘체계로 궁지에 몰리는  정규군 대신 조직화된 의용군이 준비되며, 여기서 볼콘스키 노공작의 투혼이 발휘된다.  이렇듯 자신의 소신에 따라 움직이는 인간이 있는  반면, 위대함으로 떠 받쳐지는 황제라는 권위에 기대서 자신의 입지를 보장받으려는 인간들은 시공을 초월해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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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9 : 침공의 서막

책들 Bücher 2017. 6. 30. 07:47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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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의 군대가 국경을 넘자 남자들은 전선으로, 여자들은 교회로 몰려간다. 안드레이는 출전을 명분으로 삼으면서도 내심으로는 아나톨을 만나서 결투를 하고 싶은 욕망이 들끊지만 역시 군대로 복귀한 아나톨은 쥐새끼처럼 추격자를 피해 전선의 사이 사이로 도망쳐 간다. 니콜라이 또한 군으로 복귀하는데, 귀대하자마자 대위로 승진한 그는 러시아에서의 첫 전투에서 과감한 용맹성으로 마치 사냥꾼처럼 프랑스 용기병을 격퇴해 재차 승진의 기회를 잡지만  그의 용맹성은 더 큰 위험을 위한 시험대상으로 보인다.  실연의 충격에 병까지 생긴 나타샤는 호화로운 의사진과 모스크바로 상경한 백작부인의 극진한 보필로 회복되어 가고, 새벽기도를 비롯한 정교회 활동에 나가면서 신앙의 힘에 서서히 압도되어 간다. 종무원에서 기도제목을 받아 구국의 기도를 하는 사제는 마치 한국기독교에서 볼 수 있는 정교유착과 흡사해 보이지만, 전란의 폭풍 앞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라도 해야한다는 의지라는 점에서 달리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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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8 : 결렬

책들 Bücher 2017. 6. 16. 08:44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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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샤 로스토프와 안드레이 볼콘스키의 약혼은 아나톨의 등장으로 끝장난 것과 함께 프랑스와 러시아의 우호동맹도 결렬된다. 영국을 고립시키려던 대륙봉쇄(1806~1811)가 궤멸되고 서유럽의 군대를 동쪽으로 진군시키는 상호 자멸의 전쟁이 어떤 원인에서 비롯된 것인지 유추한다 해도 그 모든 결과를 알수 없는 원인이 뒤섞인 역사적 섭리에 나폴레옹을 비롯한 모든 것이 동원되었다는 것으로 톨스토이는 서술한다. 분명 나타샤와 안드레이의 결렬에는 바람둥이의 개입이 주요한 원인이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운명이 걸린 전쟁에서 그런 실마리를 찾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물론 아나톨이 성숙한 미모를 풍기게 된 나타샤에게 접근해 납치하려다 실패하는데는 여러 조력자(돌로호프, 특히 누이인 옐렌)와 방해자(소냐, 피예르, 대모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가 가로놓여 있듯이 전쟁이 재점화하는데서도 복잡한 외교관계가 얽혀 있다. 서한으로는 알렉산드르 황제에게 동맹을 맹세하면서도 전쟁준비에 몰입하는 나폴레옹처럼 약혼자 사이에서도 내분의 조짐이 이미 준비되어 있는 것인지 모른다. 약혼 전 안드레이도 그런 결과를 감안해 나타샤의 완벽한 자유를 침해하지 않겠다고 서약했지만 서약은 서약일 뿐이고 동맹은 결렬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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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7 : 멜러 드라마

책들 Bücher 2017. 6. 9. 06:58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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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회와 전쟁에 관한 얘기로 흐르던 소설의 흐름은 볼콘스키와 나타샤의 약혼을 기점으로 멜러 드라마로 나아간다. 그 중간에 잠시 무위의 삶의 방식을 군대와 연결짓는 서술은 매우 그럴듯하다. 지구상에 원시적 무위의 흔적이 유일하게 남아 있는 집단을 톨스토이는 군대로 본다. 군대는 전쟁과 훈련이 없는 상태에서는 그야말로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로스토프 백작의 혼란한 경영으로 엉망이 된 집안의 재정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어머니의 부탁을 받고 잠시 군에서 집으로 돌아온 니콜라이는 집사 미텐카를 호되게 다루지만 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아예 집에서 장기 체류한다. 사냥을 하면서  영지 근방의 시골정취에 깊은 감흥을 받은 니콜라이는 크리스마스 밤의 가면 놀이를 통해 잊혀졌던 소냐와의 굳건한 관계를 회복시키지만, 부유한 집안의 딸에게 아들을 장가보냄으로써 기울어진 집안의 재정을 바로 세우려던 로스토프 백작 부부는 실망을 금치 못하게 된다. 안드레이의 공작의 명령적인 권유로 약혼 후 유럽여행을 떠난 볼콘스키를 그리워하며 나타샤는 조바심이 난다. 보리스는 여전히 부유한 집안의 딸과 결혼하기 위해 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를 전전하다 쥴리와 마리야 사이에서 고심한다. 전쟁으로 오빠들을 모두 잃은 쥴리 카라긴은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되어 있으며, 볼콘스키와 마리야의 아버지 안드레이 공작은 예카테리나 대제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는 전통적인 귀족으로 역시 막대한 영지를 보유한 러시아의 강성한 토호다. 이렇듯 청춘들은 짝을 그리며 애타는 시절을 보내는 사이에 프랑스와 러시아의 관계는 악화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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