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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과 토요일, 단오행사로 충북 보은의 백록 공동체에 다녀왔다. 올해는 단오에 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행사 준비 인력이 충분했지만, 이제는 이런 스탭의 역할로는 마지막으로 단오에 간다는 생각으로 참여했다. 오전에 12인승 스타렉스를 타고 젊은 사람 5명이 오붓하게 출발했다. 경부고속도로로 청원분기점까지 내려갔다가 청원-상주간 고속도로로 바꿔 탄 후 속리산 IC에서 빠졌다. 보은 산지에 들어가기 전에 일행은 관기에 있는 중국집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주문하고 음식이 나오는데 40분 넘게 걸렸다. 시간이 멎은 듯한 조용한 시골동네에서 오랜 시간 음식을 기다리는게 다급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짬뽕은 마치 어린시절 먹던 그 맛 같았다. 식사를 하고 산지로 들어갔다. 산 속으로 들어간다는 정도는 들었는데, 이런 정도로 깊을 줄은 생각못했다. 옛날 같으면 화전민들이나 들어가 농사지을 농토로 보일 정도로 고지대에 자리를 잡은 생산 공동체다. 작년에 난 수해복구가 아직 끝나지 않아 공사중인 덤프 트럭 한대가 길을 막자 들어갈 수 없을 정도다. 그래도 예전에 비해선 길이 좋아져, 대형 버스가 공동체 마을 입구까지 들어가서 턴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작은 인프라가 생겼다. 덕분에 마을 버스도 들어올 수 있게 됐다.
오후에 행사 준비를 마무리 짓고 노령의 생산자분들의 대화를 듣는다. 수자원공사의 농지를 사라고 문자가 와서 전화를 했더니 벌써 팔렸다고 한다. 살 사람이 내정된 거래에 모양새만 갖춘 형태다. 산의 고지대에 가재가 많이 나왔는데 항공 농약 살포 때문인지, 유기농으로 짓는 이 산골의 개울에 가재가 올해는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저녁을 들기 전, 서울에서 온 젊은 사람들은 가재를 잡으로 다른 산의 개울로 갔다. 주로 두 사람이 가재를 찾아냈는데, 1시간 동안 열댓 마리 정도가 잡혔다. 정작 산속 깊은 개울 보다는 아래의 농토 옆 개울에 큰 가재가 잡혔다. 이날 저녁 기름에 튀긴 가재 2마리를 통째로 먹어봤는데, 바싹 구운 새우맛 비슷하다. 저녁을 먹고 다음날을 위해 술은 별로 마시지 않고 잠깐 월드컵 축구 개막전을 보다가 잠자리로 갔다.
다음날 오전에 막바지 행사준비를 마치고 잠시 짬을 내어 산 위로 올라가 봤다. 경운기 한 대가 어렵게 올라갈 수 있는 산길에는 어렵게 개간한 것으로 보이는 작은 농지가 이따금 나타난다. 여기에 깃발이 꽂혀 있는데, 백록 공동체를 이끌었던 전 회장 이철희란 이름이 비를 머금은 바람에 휘날린다. 암투병중으로 생사의 기로에 놓여 계신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 글을 쓰는 오늘 사무실에 출근했더니 이 분이 지난 일요일 돌아가셨다 한다. 단오는 마치고 가신 것이다. 빈 산중의 농지에 조용히 펄럭이는 이 깃발은 이제 누가 이어갈까. 이 마을에는 주로 70대 이상의 노년 생산자들만 있고, 얼마 전에 젊은 귀농자가 한 명 내려와 있다.
오후에 행사 준비를 마무리 짓고 노령의 생산자분들의 대화를 듣는다. 수자원공사의 농지를 사라고 문자가 와서 전화를 했더니 벌써 팔렸다고 한다. 살 사람이 내정된 거래에 모양새만 갖춘 형태다. 산의 고지대에 가재가 많이 나왔는데 항공 농약 살포 때문인지, 유기농으로 짓는 이 산골의 개울에 가재가 올해는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저녁을 들기 전, 서울에서 온 젊은 사람들은 가재를 잡으로 다른 산의 개울로 갔다. 주로 두 사람이 가재를 찾아냈는데, 1시간 동안 열댓 마리 정도가 잡혔다. 정작 산속 깊은 개울 보다는 아래의 농토 옆 개울에 큰 가재가 잡혔다. 이날 저녁 기름에 튀긴 가재 2마리를 통째로 먹어봤는데, 바싹 구운 새우맛 비슷하다. 저녁을 먹고 다음날을 위해 술은 별로 마시지 않고 잠깐 월드컵 축구 개막전을 보다가 잠자리로 갔다.
다음날 오전에 막바지 행사준비를 마치고 잠시 짬을 내어 산 위로 올라가 봤다. 경운기 한 대가 어렵게 올라갈 수 있는 산길에는 어렵게 개간한 것으로 보이는 작은 농지가 이따금 나타난다. 여기에 깃발이 꽂혀 있는데, 백록 공동체를 이끌었던 전 회장 이철희란 이름이 비를 머금은 바람에 휘날린다. 암투병중으로 생사의 기로에 놓여 계신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 글을 쓰는 오늘 사무실에 출근했더니 이 분이 지난 일요일 돌아가셨다 한다. 단오는 마치고 가신 것이다. 빈 산중의 농지에 조용히 펄럭이는 이 깃발은 이제 누가 이어갈까. 이 마을에는 주로 70대 이상의 노년 생산자들만 있고, 얼마 전에 젊은 귀농자가 한 명 내려와 있다.
오후 단오 행사 동안에는 막걸리를 마시며 이분 저분과 대화를 하다가, 단오 행사가 끝나갈 무렵, 신축 마을회관의 뒤켠에 자리를 잡은 고령의 생산자분들과 막걸리를 마셨다(위의 사진). 이 분들은 이제 술은 잘 못하시고 나같은 젊은 사람이 많이 마셔야 한다고 연신 술을 주셨다. 얘기를 들어보니, 이 공동체에는 한국 전쟁 후 북에서 내려와 정착한 분들이 꽤 있다고 한다. 대대로 물려 받은 땅이 있다면 이런 산골에 들어와 어렵게 농사지을리 만무하다. 이날 단오에는 인근에 있는 초정과 청주, 영동의 생산자들도 왔는데, 40~50대의 연령인 이들은 보은의 생산자들에 비하면 새파란 청년이다.
여기 저기서 마신 술로 흥건히 취한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서울로 출발했다. 이 깊은 산속의 골과 언덕배기에 여러 삶의 터를 일군 한 분이 떠나버린 이 마을에 젊고 활기친 기운들이 몰려올 날을 기다리며.
여기 저기서 마신 술로 흥건히 취한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서울로 출발했다. 이 깊은 산속의 골과 언덕배기에 여러 삶의 터를 일군 한 분이 떠나버린 이 마을에 젊고 활기친 기운들이 몰려올 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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