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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6.17 너희들의 천국
  2. 2012.06.10 종로
  3. 2012.05.27 천원의 효과
  4. 2012.05.14 학교
  5. 2012.05.06 밭을 갈다

너희들의 천국

창작 Produktion 2012. 6. 17. 09:56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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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여 년간 이어져온

홍천 구만리 산간 마을과 강원도 일대

고속도로가 산과 산을 꿰뚫자

굿샷을 위해 산을 밀어 버리려 한다.


상수원을  따라

소에 여물을 주는 농장과

그물망을 치고 오이를 키우는 농가 

올챙이와 청개구리가 모 사이로 헤험치는 농토

그 우로

하늘 다람쥐가 헤치고 다니는 숲이 

파헤쳐지고

제초제와 농약 살포로 범벅될

미끈한 텔레토비 동산이 들어선다고 한다.


양순한 공무원을 구워 삶고

뒷돈을 찔러 주민을 매수하고

저항하는 주민 27명을 생계형 범법자로 만든

파괴자들은 

오원춘 만큼 무시무시하게

농민의 삶터와 희귀 동식물의 터전을

냉혹하고 끈질기게

갈갈이

절단내고 있다.


너희들 파괴자들아 

 

너희들의 홀인원은 토지의 피멍이며

너희들의 돈벌이는 농민의 절규이다.


소박한 산간 마을의 삶을

너희들의 더러운 천국으로

짓밟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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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단상 Vorstelltung 2012. 6. 10. 22:45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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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시청에 나가 선배를 만났다. 주말에 서울 도심 중심부까지 나가는 일은 2008년 촛불집회 이후 거의 없는 일이다. 대한문 앞에서는 수문장과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의 행복한 미소와  쌍용자동차 해고자 복직투쟁을 하는 거리캠프가 어우러져 묘한 풍경을 이뤘다. 누군가 쓰나미로 표현한 시청 신청사는 생각보다 크게 보이진 않았다. 오히려 금천구청 보다 왜소해 보인다. 일부 지자체가 간이 부은 것이다. 일찍 만나서 빨리 귀가하기 위해 2시에 만났는데 북창동과 인사동, 청진동으로 결국 3차까지 술자리가 이어졌다. 청진동 해장국 골목길이 재개발로 없어진 것으로 알았는데 신축 빌딩에 다시 자리잡은 선지 해장국집의 맛은 세월을 모르나 보다. 인사동의 야구장을 허물고 지은 신축건물 2층의 맥주집은 들창이 너무나 시원하게 넓어서 인사동 거리를 바로 아래서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이런 저런 묵은 얘기를 하다가 내가 요즘 시 나부랭이를 긁적이고 있다고 하자, 논술강사로 일하는 선배가 왜 그런 부가가치없는 일로 세월을 허비하냐고 했다. 고난도 정신의 전통적 산물인 시에 어찌 부가할 가치가 없겠나. 그러면서 나에게 시의 3요소가 무엇인지 아냐고 물었다. 일단 나는 은유가 생각났는데, 선배는 시상과 운율을 부가했다. 어줍잖은 시론과 옛날 얘기, 주변사람들 소식과 통진당 얘기가 오고갔으며 3차에서 분위기는 더욱 고조됐는데 막상 무슨 얘기를 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어둑어둑해 질 때 동네에 떨어져 텃밭에 걸어가 물까지 주고 집에 와 곯아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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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의 효과

창작 Produktion 2012. 5. 27. 09:05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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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벼룩시장에서

용케 팔려가지 않고 있던 스퇴릭히의 세계철학사 2권

새주인을 만났다.

 

세상을 다스리는 자

나서지는 않는다고 말한 노자 선생의 말은 여전히 오리무중

물밑 작업이라도 한다는 거요?

 

오랜 사유의 퇴적물에선 쉰내가 난다.

 

도종환의 시창작 교실

 

말 하나가 시상을 뒤집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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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단상 Vorstelltung 2012. 5. 14. 17:53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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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초저녁, 거의 20여 년 만에 내가 나온 고등학교를 둘러 봤다. 운동장 한 켠을 차지한 신축건물에도 불구하고 학교란 공간은 여전히 괴괴했다. 사람이 없는, 그 당시 우글우글 대던 발랄한 청춘들이 더이상 보이지 않는 학교는 폐교나 다름없다. 학교를 벗어날 쯤, 회식장소로 모셔가기 위해 미니버스가 선생들을 집어 삼킨다.    

 

 

 

              이른바,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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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을 갈다

단상 Vorstelltung 2012. 5. 6. 19:28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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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의 도움으로 올 한 해 붙일 수 있는, 10여 평 규모의 밭떼기를 갈고 왔다. 길이가 약 30 미터, 너비가 1미터 정도 된다. 밭 만들기는 처음 해보는 일이지만 어차피 두둑을 만들고 고랑을 파는 단순한 일이라 쉽게 보고 덤벼 들었지만 영 모양새가 시원찮았다. 앞쪽의 흙은 거름도 줘서 잘 파혔지만 뒤로 갈수록 돌도 많고 거의 맨땅 수준이라 땅 파기가 만만치 않았다. 1시간 정도 밭의 모양새를 만들고 비닐 멀칭을 했다. 멀칭은 안할까 하다가 뒤 부분의 일부를 빼고 비닐을 덮었다. 집에서 도보로 2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농장이니 심심찮게 가볼 수 있는 일거리가 생긴 셈이다. 와부에서 평당 백만원이 넘는 땅이라 하는데, 10평 정도만 사서 지속적으로 농사를 지으면 좋겠지만 누가 고만한 땅떼기만 팔겠는가.

 

예전에 매장관련 일을 할 때, 도봉의 한 임대인과 계약을 한 일이 있다. 외양은 완전 농사꾼 할아버지인데 연산군 묘 근처 그린벨트 지역의 엄청난 땅을 소유한 갑부 양반이었다. 젊은 시절부터 억척스럽게 땅을 사모아 농토를 넓혀온 이력이 얼굴에 씌여 있었다. 자수성가한 농부의 저력이랄까. 어차피 그린벨트로 묶여 대지로 전환이 안되니 주말농장이나 식당, 창고로나 활용되는 땅이라 투기꾼의 눈에는 붕 뜬 땅이겠지만, 요즘처럼 주말농장이나 텃밭에 관심이 고조되는 사회 분위기에서는 메마른 대지의 단비같은 땅이다.

 

지난 금요일에 갈월동, 동자동 지역에 두 번째로 공급 지원을 나갔다가 길이 비좁은 비탈 주택가에서 한 집을 못 찾아 헤매다가 어림 짐작으로 차를 언덕길 위로 올리며 돌다가 우연찮게 가려던 집을 찾았다. 갈월동의 이 비좁은 주택가 언덕길은 잘못 들어가면 후진으로 빠져 나와야 해서 차량의 운행이 거의 뜸하다. 그래서 서울의 웬만한 동네에서는 사라져 버린 아이들의 길놀이가 이런 동네에서는 아직도 살아 있었다. 개발 폭풍의 최일선이라 할 만한 용산에 이런 동네가 있다는 것에 다시 한번 놀라우면서도 반가웠다.

 

이번 어린이날은 어떻게 보내나 은근히 걱정도 됐는데, 교회의 도움으로 모처럼 홀가분한 하루를 보냈다. 어린이날이 아니라 어른의 날이 된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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