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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전체보기'에 해당되는 글 803건

  1. 2012.07.15 폭군의 무덤3
  2. 2012.07.12 시인의 승리
  3. 2012.07.09 결혼식 풍경
  4. 2012.06.30 토요일 출근길
  5. 2012.06.21 진리에의 의지

폭군의 무덤3

창작 Produktion 2012. 7. 15. 22:58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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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운 천황의 국가가 아니지만

종묘의 기괴함은 천황제가 부럽지 않다. 

 

현인신을 모시지 않는 현실주의가

오히려 조상신 앞에서는 쩔쩔맨다.

 

군사 쿠테타로 왕조를 건설하고

남방과 북방의 이민족 침략으로 쑥대밭이 된 조선

500년 왕조의 연명을 위해 나라를 넘겼어도 

이 땅 곳곳에 왕조의 잔재는 살아 있다.

 

패악한 군주의 무덤도 역사적 유산이 되는 나라

 

시퍼런 군사독재자의  딸이

유력한 대통령 후보가 되는 나라

 

대한민국 만만디 !

 

 

*연산군묘의 문화재 지정번호 : 사적 362호(지정일 : 1991년 10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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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승리

단상 Vorstelltung 2012. 7. 12. 23:32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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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출신 현역 국회의원의 시를 교과서에서 추방하고자 했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시도는 해프닝으로 끝났다. 그들에게 시는 정치의 수단 정도로 인식된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시가 도대체 정치적일 수 있느냐는 의문은 우문이지만,  즉 시는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고 충분히 그래야만 한다고 하더라도, 시 그 자체는 세상에 던져진 하나의 요동치는 창작물로서 끊임없는 해석과 창조를 겪어야 하는 생물같은 것이다. 국회의원직은 대단한 자리이지만, 시인에게 이 직책은 시작(詩作)이라는 운명에 비해 실로 껍데기에 불과한 작위일 뿐이다. 이런 인식의 백지상태에서 삭제 권고를 하려 했던 평가원은 스스로 가장 정치적인, 가장 치졸한 의미에서 정치보복적인 의중을 드러내고 만 셈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교과서 등재 여부가 아니라, 시를 정치신인의 현란한 수사 쯤으로 보는 용렬한 발상, 그리고 이런 멘붕이 교육권력을 좌지우지 한다는 점이다. 시경이나 용비어천가가 보여준 바 처럼 유교 전통의 동북아 정치질서에서 시는 치민의 수단으로 널리 활용되기는 했다. 그래서 백성의 머리에 효과적이고 인상깊게 각인시키기 위해 시의 각운과 운율에 병적으로 집착한 면도 있다. 그러나 현대적 의미에서 시는 가장 개인적인 내면의 분출로 달구어진 채 목적성을 숨긴다. 목적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면, 그건 교훈시로 분류될 뿐이다. 시는 시 자체가 목적이 될 때, 그리서 그 유통과 수명이 오직 시 자체에 달려 있을 때 가장 이상적인 것이다. 시는 시인이 거주하는 집이자 시인이 영구히 거주할 수 없는 집이기도 하다. 그래서 시인은 한 명의 가장으로서 가족의 생계를 위해 더러는 양계를 하거나, 정치적 인간으로서 소명의 제도적 실현을 위해 정치참여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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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풍경

단상 Vorstelltung 2012. 7. 9. 20:50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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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88학번 동문 선배의 결혼식이 있었다. 학생운동을 줄기차게 하다가 졸업 후에는 시민단체에서 일하며 결혼적령기를 넘겼는데, 이제야 결혼을 한 것이다. 워낙 인간관계가 폭넓고 정감있는 사람이라 결혼식장은 많은 인파로 들썩였다. 식사를 마치고 피로연으로 맥주집을 잡았는데 학부 동문과 운동권에 있던 사람들, 시민단체 동료들로 일요일 오후의 맥주집은 활기찮다. 나는 결혼식 이후의 술자리가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어 미리 월요일 휴가까지 낸 상태였는데, 결국 3차까지 술자리가 이어졌고, 한 동네에 사는 선후배들과 택시를 타고 자정이 되서야 귀가했다. 모처럼 흥겹고 질퍽한 결혼식 뒤풍경이었다.

 

아침에 늦잠을 자고 뭘할까 하다가 우선 텃밭 생각이 났다. 그 전에 금곡에 있는 부모님 산소가 떠올랐다. 제 밭을 가꾸면서도 부모 산소의 잡초는 애써 잊어온 것일까. 가봤더니 무연고자의 무덤처럼 망초가 불끈불끈 솟아 있고 온갖 잡풀로 뒤범벅이었다. 40분가량 솎아 내자 겨우 무덤 모양이 나왔다. 이어 텃밭에 들러 가지를 따고 하남매장에 수박사러 갔다가 일하시는 활동가분에게 가지를 드렸다. 가지와 고추는 물만 주어도 잘 자라는데 토마토와 참외는 무척 뜸을 들인다. 자연의 맹목성은 획일적이진 않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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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출근길

창작 Produktion 2012. 6. 30. 23:10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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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의 이른 아침 전철은

번듯한 직장인들을 집어 삼키고 내어 뱉는다

 

토요일 이른 아침 전철은

헐벗은 생활인들을 실어 나르고 헉헉 거린다

 

어둡고 굳은 표정으로 문간에 기댄

중년 사내의 작업 조끼 속 셔츠는

여름 감기로 고열에 시달릴지 모를 아이의 거친 숨결에 펄럭이더라도

그의 작업화는 일터를 기다린다.

 

배차 간격만 줄어들 뿐 주말이 없는 전철

주말도 없이 일해야 하는 사람들의  땀으로

지구는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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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에의 의지

책들 Bücher 2012. 6. 21. 17:05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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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네 역사에 있어서 가장 정신이 빛났다고 내가 생각한 것은 천주교 교도들의 저 유명한 나가사키의 순교요. 적어도 그것은 진리에 접근하려는 의지였으니까요. 자아, 그러면 일본민족의 민족성이 떠오를 것이요. 창조적 능력이 희박하다...창조의 능력, 창조는 진실에의 접근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감상은 그 어떤 것도 창조해낼 수 없고 당신들 가난한 문화를 떠받친 것은 소수의 로맨티스트, 그러나 창조에 있어서 그것도 차원은 낮지요...불교 하나를 들어봅시다. 기라성 같은 고승들, 찬란한 불교문화, 지금도 그 잔해는 해변의 조개 껍질만큼이나 도처에 굴러 있소. 당신네 나라는? 니치렌(日連)? 구카이(空海)?..ㅣ창조적 능력이, 능력이 희박하다 했지요. 그것은 개개인이 약하다, 더 심하게 말하면 인자(因子)가 엉성하다 할 수도 있을 게요. 자연의 원리는 약하면 모이게 되는 거요. 생존의 본능이지요. 저 초원의 얼룩말이나 암벽을 타는 산양을 예를 들 수  있을 게요. 그러나 그 짐승들은 스스로를 지키는 지혜로 그쳤으나 인간은 모여 힘을 가지면 약육강식의 맹수로 변하지요. 개개인은 양일지라도 전체는 맹수로 변하는 거요. 감상이나 낭만은 쉽게 전체의 합리주의 공리주의로 변신한다, 그것과도 같은 이야기가 될 게요. 고래로 조선인들은 리얼리스트였었다, 나는 긍정하고 믿소. 그것은 진실에 접근하고자 하는 의지요 방법이니까요. 신비, 생명에 접근하고자 하는 의지, 그러니까 본시는 신비주의요. 현실적인 민족적 기질 속에서 불교의 진리를 가장 깊이 파고 내려간 연유가 바로 그거지요. 신비와 생명에의 탐구는 어떠한 형식이든 창조요...[조선에] 미신이 횡행하는 것만은 틀림이 없소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미신도 하나의 창조이며 창조의 의지라 할 수 있지요. 그것을 긍정한다 하지는 마시오. 나는 지금 조선민족의 저류를 더듬어 보는 것뿐이니까요. 네, 조선민족은 창조적 활성에 넘치는, 그러니까 개개인이 강한 개성을 지닌 민족이다, 그렇게 말하고 싶소."

 

오가다 지로와 상상속에서 얘기하는, 임명희의 남편 조용하의 동생 조찬하의 독백. 『토지』13권, 185-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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