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당에 기여한 바도 없어 탈당이니 뭐니 할 건덕지는 없는 일이긴 하다. 오늘 주소지 이동 때문에 당사무국에 변경 신청을 하려다 탈당을 결심했다. 뭐랄까. 그냥 물타기로 어물쩍 진보신당에 올라타기 보다는 그래도 내가 결단을 하고 싶은, 선택의 몫을 남겨 두고 싶은것 같다. 아래는 당원 발언대에 올린 탈당계.
안녕하세요
2002년에 사회당에 입당했지만 유령당원으로 있어왔던 사람입니다. 이번의 통합과정을 관심있게 지켜 보았으며, 어떤 기대도 있었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느낌이 듭니다. 지금으로서는 제 개인적인 소신에 따라 진보신당의 입당여부를 결정하고 싶습니다.
탈당처리 바랍니다.
OOO 드림
탈당계를 올리고 얼마 후 친구의 댓글이 올라오고, 조금 전엔 이번 통합과정의 논란을 주도한 O형의 전화가 왔다.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당적이 인간을 갈라놓을 수 없는 일이니 너무 섭섭해할 건 없다. 아래글은 당게에 한 번 더 올린 글.
그냥 메일로 탈당계를 보내면 그만일 일을 공개적으로 올린 이상, 저의 탈당에 대해 응답을 해주신 세 분께 그래도 책임있는 답변을 하는 것이 도리라고 보며 탈당을 둘러싼 몇 가지 생각을 풀어보려 했는데 글쓰기가 여의치 않습니다. 집단과 개인 사이의, 그 화해하기 힘든 지점들에서 생각의 구름이 준령을 넘지 못하고 걸려 있는듯 합니다. 사회당의 외부에서 관찰자적 입장에 있었지만서도, 성격이 상이한 조직에 묶여 있는 한 명의 생활인으로서 자신이 몸담고 있는 이 조직의 관성에 대해 못마땅해 하는 부분들과 최근 통합의 과정에서 정치일정에 따라 움직이는 당과 다양한 의사를 지닌 당원의 그 통약불가능한 괴리가 겹쳐지면서 사회당에 대해서만큼은 더 높은 잣대의 이해력과 수용력의 요구가 탈당이라는, 당원으로서의 최후 파업에 이르도록 했습니다. 집단의 이해와 개인의 이해는 합치될 수 없으며, 공동의 꿈을 꾸고 있다고 연출될 수 있을 뿐인데, 이 연출이 폭로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갑니다. 집단이 개인을 배반할 수도 있지만 개인이 집단을 배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배반은 권력을 가진 쪽에서 권력이 없는 쪽을 버리는 일입니다. 지금까지의 사회당에 대해 권력 운운의 얘기가 가당치 않은 일인지 모르지만, 이제 사회당은 어쩔 수 없이 권력관계망에 들어설 수 밖에 없습니다. 피할 수 없는 싸움과 즐거운 축제가 어우러진 앞날이 그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