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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Literatur'에 해당되는 글 101건

  1. 2011.05.15 반유대주의의 함정
  2. 2011.05.10 이 작가
  3. 2011.05.02 몸의 『면도날』외
  4. 2011.04.22 테스 : 인습의 사슬을 끊는 순수
  5. 2011.02.23 칼비노의 무자비한 상상력

반유대주의의 함정

문학 Literatur 2011. 5. 15. 23:19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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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문장 성격은 J.D. 샐린저인데 문제의식은 조지 오웰에 닿아 있음을 보여주는 구절.

"리처드 루벤스타인은 『역사의 간계』라는 매력적인 저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유감스럽게도, 수용소가 현실적으로는 새로은 형태의 인간 사회였다는 매우 중요한 정치적 사실에 주목하는 윤리적학자나 종교 사상가는 거의 없었다" 미국인 종교학 교수...ㅣ 아렌트의 논문 내용을 확장하여 루벤스타인이 언급하고 있는, 나치에 의해 발전된 새로운 형태의 인간 사회는 "완전한 지배의 사회"로, 서구 열강에 존재했던 사유 노예제에서 진화하여 혁신적인 개념-인간 생명의 단순하고 절대적인 소모 가능성에 바탕을 둔 개념-덕분에 아우슈비츠에 와서 신성시되기까지 한 것으로...

윌리엄 스타이런 William Styron, 『소피의 선택』1 Sophie's Choice(1979) 한정아 역(민음사, 2008, 1판 1쇄), 419-420면.

"국가사회주의가 발전하면서 나치에게 남아 있던 인간에 대한 경외심과 신앙심은 완전히 사라졌다. 루벤스타인이 지적하는 것처럼 나치는 인간 생명에 관해 남이 있던 인도적인 감정을ㅣ 완전히 제거해 버린 최초의 노예 소유자들이었고, "인간을 자신들의 명령에 전적으로 복종하는 기계로, 심지어 무덤을 파고 들어가 누워 총알을 맞으라는 명령을 받는다고 해도 그대로 복종하는 기계로 바꾸어 버린"사람들이었다."

상동, 420-421.

"루벤스타인은 이렇게 결론은 내리고 있다. "강제 수용소는 대량 학살자으로서의 역할만을 했을 때 인간의 미래에 끼쳤을 위험보다 훨씬 더 크고 영속적인 위협이 되었다. 대량 학살을 위한 수용소는 시체만을 만들어 내겠지만, 완전한 지배의 사회는 살이 있지만 죽은 자들의 세상을 만들어 낸다......"

상동, 4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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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

문학 Literatur 2011. 5. 10. 09:03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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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다. 제롬 데이빗 샐린져 이후 이런 작가가 있었다는 사실을 모른게 오히려 무밭에서 금광을 발견한 느낌이랄까.

"[5개월만에 맥그로힐 출판사를 퇴사하는 부편집자 스팅고에게 전 상관이자 편집자이던 파렐이 하는 말] 여기에 오 년만 있으면 회사의 충실한 하인이 되지. 십 년쯤 되면 화석이 되는 거야. 삼십 대에 벌써 돌처럼 굳어져 버려 아 ㅣ 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 된단 말야. 자네가 그만큼 있으면 틀림없이 맥그로힐이 그렇게 만들고 만다고."

윌리엄 스타이런 William Styron, 『소피의 선택』1 Sophie's Choice(1979) 한정아 역(민음사, 2008, 1판 1쇄), 43-44면.

[파렐이 2차 대전에 해병으로 참전해 오키나와에서 숨진 아들 얘기를, 역시 동일한 전선에서 있었던 스팅고에게 들려주며 인용한 시]
"인간이 존중하는 모든 것은
 한순간이나 하루를 견뎌 낸다......
 전령의 외침과 군인의 발걸음이
 그의 영광과 힘을 소진시킨다.
 밤을 밝히는 불빛은 모두
 인간의 붉은 심장이 밝힌 것이다.
 (예이츠의 시집 『탑』에 수록된 시의 일부-옮긴이)

그러더니 그는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자네, 자네 안에 있는 모든 것을 글에 담아 봐." 그러고는 비틀거리며 복도를 걸어가, 내 삶에서 영원히 퇴장해 버렸다."

상동, 50-51. 

또하나 말하고 싶은 것은 번역. 원문을 안봐서 섣불리 단정할 수 없지만, 이 책은 이제까지 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번역서 중에서  도정일의 『동물동장』과 더불어 가장 매끈하고 감각적인 번역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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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면도날』외

문학 Literatur 2011. 5. 2. 15:33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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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서머셋 몸의 『달과 6펜스』와 『인간의 굴레에서』를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앞의 두 소설과 함께 그의 삼부작의 완결판이라는 『면도날』을 읽었다. 책 두께는 면도날을 무색해 할 만큼 두텁지만 그 제목은 매우 예리하다. 면도날을 그냥 넘기 힘들듯이 구원의 길이 험난함을 암시하는 제목이다.  이미 소설가로서의 입지와 영예를 획득하여 여유로운 중년을 넘긴 서머셋 몸은 그의 삶의 중반기에 알게된 주변 인물들을 십여년의 세월을 함께 관통하며 소설화시켰다. 래리, 엘리엇, 이사벨, 그레이, 소피, 코스티 등등. 주제나 소재는 앞의 두 작품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작가 스스로 이야기에 등장하면서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주변의 특정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서술하는 점에서 다르다. 소설은  작중 인물들을 관찰자 시점에서 다룬다 해도 주관적 관점을 탈피할 수 없으나, 이 작품에서 몸은 비교적 그가 다루는 주변인물들에 대해 애정과 냉정을 유지하면서 자아를 덜어내는 시도를 꾀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성공한 작가의 후일담으로 보일 만큼, 전작들에 비해 흥미와 긴장, 박력은 떨어진다. 시들어가는 작가의 굵직한 장편같다. 이 책과 함께 이청준의 『축제』를 빌렸었는데, 보다가 책을 덮고 싶어 졌다. 『눈길』만으로도 은유적으로 충만한 모정에 대한 형상화를 모친의 장례를 겪으면서 괜스레 이야기를 엿가락처럼 늘려 놓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소설은 임권택의 요청으로 동시진행형으로 영화화하기 위해 나온 독특한 태생의 작품이란 점에서, 설혹 이 요청이 작가에게는 덥석 물어재낄 미끼라고 할지라도, 그런 부연스러움이  작고한 저 시대의 명작가에게 누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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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 : 인습의 사슬을 끊는 순수

문학 Literatur 2011. 4. 22. 18:00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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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후반부는 숨가뿐 속도감을 일으킨다. 옮긴이 말대로, 이 책은 단지 연정소설이 아니라 자연권과 인습의 문제, 종교적 열정의 문제 등 굵직한 주제에 관한 화두를 던진다. 시간관계상, 급히 체크한 부분을 옮긴다.

"그날 밤 그가 얕잡아 비하하던 연인은 그녀의 남편이 얼마나 대단하고 훌륭한 사람인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머리 위에는 에인절 클레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 그림자는 자신의 한계점이 만든 것이었다. 편견에서 해방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이십오 년 동안에 형성된 모범적이고 진보적이고 마음씨 착한 청년도, 놀라서 어린 날의 가르침으로 움츠러들면, 아직 습관과 인습의 노예로 남아 있는 것이었다. 그녀가 밟아 온 행적보다는 성향에 의하여 그녀의 도덕적 가치가 판단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 젊은 아내가 본질적으로 똑같이 악을 증오하는 마음으로 충만해 있는 다른 여인들네들만큼이나 르무엘 왕의 칭찬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어느 예언자도 그에게 말해주지 않았으며 스스로 그런 것을 깨달아 알 수 있을 만큼 자신이 예언자도 아니었다. 더구나 이런 경우에는 가까이 있는 사람이 불리한 입장에 서게 되는데, 그것은 보호막 없이 유감스러운 모습을 그대로 노출하기 때문이다. 반면 멀리 떨어져 있어 모습이 분명하지 않은 사람이 존경되는 것은 거리가 결점을 예술적 덕목으로 승화시키기 때문이다. 테스를 그녀가 아닌 다른 모습으로 보면서 그는 그녀의 본질을 보지 못했으며, 흠 있는 사람이 완전한 사람보다 훌륭할 수 있음을 잊고 있었다."

『테스』2, 75.

"조심스럽게 꿩들을 죽이는 동안 얼굴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에게는 육체적 고통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데! 육신이 갈기갈기 찢어진 것도 아니고, 피를 흘리는 것도 아니야. 음식을 먹고 옷을 입는 데 쓸 두 손이 아직 멀쩡한데 말이야." 그녀는 자연 속에서는 아무런 근거가 없는 사회의 인위적인 법 때문에 죄인이 되었다는 부질없는 생각에 눌려 고통스러워했던 지난밤의 담담했던 마음이 오히려 부끄러웠다.

상동, 98.

개종자로서 알렉 더버빌의 재등장은 경악스럽다. 급작스러운 개종은 그래서 의심스러운 것인가. 한편으로 알렉의 재타락은 구제할 수 없는 열정이다.

"테스, 내 사랑, 당신을 다시 만나기 전까지는 적어도 나는 구원의 길을 걷고 있어소!" 그는 테스가 어린애인 것처럼 마구 흔들었다 ㅣ "왜 날 유혹했어요? 그 눈과 입을 다시 보기 전까지는 나는 누구보다도 확고부동한 결심에 차 있었어요. 이브 이후 그렇게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입은 세상에 없었던 것이 확실해요!"

상동, 174-175. 

"그는 약해진 자신을 부끄러워하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눈에는 세속적이고 종교적인 신앙이 사라지고 없었다. 개종 이후 그의 얼굴 주름에 숨어 있던, 전날의 발작적인 욕정의 잔해가 깨어나 부활한 것 같았다. 그는 어정쩡한 태도로 밖으로 나갔다.
  더버빌이 오늘 약속을 깬 것은[농민들에게 하기로 한 설교를 팽개치고 테스를 만나러 온 일] 한 교인의 단순한 타락이라고 했지만 에인절 클레어의 생각을 반복한 테스의 말은 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으며 그녀 곁을 떠난 다음에도 계속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동안 지켜 온 자신의 입장이 확실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지도 못했던 가능성 때문에 전신이 마비되는 것을 느끼면서 그는 말없이 걸었다. 그에게 있어서 갑작스러운 개종은 이성적 판단과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것은 어머니의 죽음 때문에 잠시 충격을 받아 새로운 감각의 만족을 찾던 경솔한 남자의 단순한 변덕에 불과할지도 몰랐다."

상동, 176.

"'정의'가 행해지고 신들의 대수장(首長)이, 아이스킬로스의 말대로 테스와 희롱을 끝낸 것이다."

상동, 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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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비노의 무자비한 상상력

문학 Literatur 2011. 2. 23. 15:29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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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1972)을 보다가, 천천히 읽기 위해 잠시 멈췄었다. 그러다가  먼저 나온『우주만화』(1965)를 읽고 있다. 한마디로 지구과학을 소설화시킨 시도로 볼 수 있다. 아무리 과학적 이론에서 출발한다고 하지만, 그 상상이 다소 엉뚱해서 이 소설의 장르가 환타지가 아닐까 할 정도로 상상이 종횡무진이다. 한 줌의 과학 이론으로 거대한 산을 만들었다고 할까. 이런 점 때문에 중간에 그만 읽을까 하다가, 일단 잡고 있는데, 달에 관한 부분에서 다시 감탄하고 말았다. 한 때 태양을 도는 행성이었지만, 지구와 가까워 지면서 지구의 위성으로 전락한 달의 신세를 비유하는 장은 한 편의 단편영화로 각색해도 좋을 정도로 그 이미지가 독특하고 선명하다.무미건조한 일상사 속에서 이런 글을 읽는다는 것도 쉽지 않지만, 이런 글을 쓴다는 건 더 어려운 일이다.  

텍스트 : 이탈로 칼비노, 『우주 만화』Le Cosmicomiche 김운찬 역(열린책들, 2006, 보급판 1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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