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 : 인습의 사슬을 끊는 순수

문학 Literatur 2011. 4. 22. 18:00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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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후반부는 숨가뿐 속도감을 일으킨다. 옮긴이 말대로, 이 책은 단지 연정소설이 아니라 자연권과 인습의 문제, 종교적 열정의 문제 등 굵직한 주제에 관한 화두를 던진다. 시간관계상, 급히 체크한 부분을 옮긴다.

"그날 밤 그가 얕잡아 비하하던 연인은 그녀의 남편이 얼마나 대단하고 훌륭한 사람인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머리 위에는 에인절 클레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 그림자는 자신의 한계점이 만든 것이었다. 편견에서 해방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이십오 년 동안에 형성된 모범적이고 진보적이고 마음씨 착한 청년도, 놀라서 어린 날의 가르침으로 움츠러들면, 아직 습관과 인습의 노예로 남아 있는 것이었다. 그녀가 밟아 온 행적보다는 성향에 의하여 그녀의 도덕적 가치가 판단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 젊은 아내가 본질적으로 똑같이 악을 증오하는 마음으로 충만해 있는 다른 여인들네들만큼이나 르무엘 왕의 칭찬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어느 예언자도 그에게 말해주지 않았으며 스스로 그런 것을 깨달아 알 수 있을 만큼 자신이 예언자도 아니었다. 더구나 이런 경우에는 가까이 있는 사람이 불리한 입장에 서게 되는데, 그것은 보호막 없이 유감스러운 모습을 그대로 노출하기 때문이다. 반면 멀리 떨어져 있어 모습이 분명하지 않은 사람이 존경되는 것은 거리가 결점을 예술적 덕목으로 승화시키기 때문이다. 테스를 그녀가 아닌 다른 모습으로 보면서 그는 그녀의 본질을 보지 못했으며, 흠 있는 사람이 완전한 사람보다 훌륭할 수 있음을 잊고 있었다."

『테스』2, 75.

"조심스럽게 꿩들을 죽이는 동안 얼굴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에게는 육체적 고통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데! 육신이 갈기갈기 찢어진 것도 아니고, 피를 흘리는 것도 아니야. 음식을 먹고 옷을 입는 데 쓸 두 손이 아직 멀쩡한데 말이야." 그녀는 자연 속에서는 아무런 근거가 없는 사회의 인위적인 법 때문에 죄인이 되었다는 부질없는 생각에 눌려 고통스러워했던 지난밤의 담담했던 마음이 오히려 부끄러웠다.

상동, 98.

개종자로서 알렉 더버빌의 재등장은 경악스럽다. 급작스러운 개종은 그래서 의심스러운 것인가. 한편으로 알렉의 재타락은 구제할 수 없는 열정이다.

"테스, 내 사랑, 당신을 다시 만나기 전까지는 적어도 나는 구원의 길을 걷고 있어소!" 그는 테스가 어린애인 것처럼 마구 흔들었다 ㅣ "왜 날 유혹했어요? 그 눈과 입을 다시 보기 전까지는 나는 누구보다도 확고부동한 결심에 차 있었어요. 이브 이후 그렇게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입은 세상에 없었던 것이 확실해요!"

상동, 174-175. 

"그는 약해진 자신을 부끄러워하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눈에는 세속적이고 종교적인 신앙이 사라지고 없었다. 개종 이후 그의 얼굴 주름에 숨어 있던, 전날의 발작적인 욕정의 잔해가 깨어나 부활한 것 같았다. 그는 어정쩡한 태도로 밖으로 나갔다.
  더버빌이 오늘 약속을 깬 것은[농민들에게 하기로 한 설교를 팽개치고 테스를 만나러 온 일] 한 교인의 단순한 타락이라고 했지만 에인절 클레어의 생각을 반복한 테스의 말은 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으며 그녀 곁을 떠난 다음에도 계속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동안 지켜 온 자신의 입장이 확실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지도 못했던 가능성 때문에 전신이 마비되는 것을 느끼면서 그는 말없이 걸었다. 그에게 있어서 갑작스러운 개종은 이성적 판단과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것은 어머니의 죽음 때문에 잠시 충격을 받아 새로운 감각의 만족을 찾던 경솔한 남자의 단순한 변덕에 불과할지도 몰랐다."

상동, 176.

"'정의'가 행해지고 신들의 대수장(首長)이, 아이스킬로스의 말대로 테스와 희롱을 끝낸 것이다."

상동, 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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