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풍경

단상 Vorstelltung 2012. 7. 9. 20:50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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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88학번 동문 선배의 결혼식이 있었다. 학생운동을 줄기차게 하다가 졸업 후에는 시민단체에서 일하며 결혼적령기를 넘겼는데, 이제야 결혼을 한 것이다. 워낙 인간관계가 폭넓고 정감있는 사람이라 결혼식장은 많은 인파로 들썩였다. 식사를 마치고 피로연으로 맥주집을 잡았는데 학부 동문과 운동권에 있던 사람들, 시민단체 동료들로 일요일 오후의 맥주집은 활기찮다. 나는 결혼식 이후의 술자리가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어 미리 월요일 휴가까지 낸 상태였는데, 결국 3차까지 술자리가 이어졌고, 한 동네에 사는 선후배들과 택시를 타고 자정이 되서야 귀가했다. 모처럼 흥겹고 질퍽한 결혼식 뒤풍경이었다.

 

아침에 늦잠을 자고 뭘할까 하다가 우선 텃밭 생각이 났다. 그 전에 금곡에 있는 부모님 산소가 떠올랐다. 제 밭을 가꾸면서도 부모 산소의 잡초는 애써 잊어온 것일까. 가봤더니 무연고자의 무덤처럼 망초가 불끈불끈 솟아 있고 온갖 잡풀로 뒤범벅이었다. 40분가량 솎아 내자 겨우 무덤 모양이 나왔다. 이어 텃밭에 들러 가지를 따고 하남매장에 수박사러 갔다가 일하시는 활동가분에게 가지를 드렸다. 가지와 고추는 물만 주어도 잘 자라는데 토마토와 참외는 무척 뜸을 들인다. 자연의 맹목성은 획일적이진 않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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