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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7.24 두 인물이 떠난 어제
  2. 2018.07.17 찰스 디킨스
  3. 2018.07.05 지나가는 발길
  4. 2018.06.10 태영호의 증언 : 3층 서기실의 암호
  5. 2018.06.04 초여름 산행

두 인물이 떠난 어제

단상 Vorstelltung 2018. 7. 24. 14:18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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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알려졌지만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던 진보 정치인 한명이 어제 떠났다. 그리고 예술로 한 시대를 고민하던 작가도 뒤따랐다. 현실과 밀실의 광장에서 분투하던 이들에 대한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특히 이런 정치인의 발언을 담아내는 작가의 작품은 더욱 더. 우리가 남겨야 할 것은 바로 이것이고, 최인훈이 말한 예술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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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디킨스

문학 Literatur 2018. 7. 17. 07:43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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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TV 영화에서 숱하게 본 <올리버 트위스트>나 로버트 드 니로 주연의 <위대한 유산>과 같은 영화를 보고 달콤한 감동을 받았으면서도 정작 작품을 직접 읽어 본 것은 <두 도시 이야기>일 뿐이며, 크리스마스와 연관된 단편과 산문을 모은 <크리스마스 캐롤>을 요즘 틈틈히 읽는 중이다. 후자의 작품은 다른 명칭을 부여한다면 <크리스마스의 유령 이야기>라 해도 부당하지 않을 것이다(실제로 이런 이름으로도 출간). 그는 크리스마스라는 축제의 시간을 산자와 더불어 죽은자에 대한 기억도 불러 일으켜 나누는 일종의 제사와 비슷한 의례, 그러나 형식적이지 않고 진심어린 기쁨과 염원의 장소로 담고 있다.

얼마 전에 본 클린트이스트우스 감독, 맷 데이먼 주연의 <히어애프터>는 사실 주제를 디킨스에게서 빌려 왔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이야기의 흐름이나 직접 인용에서 디킨스에 의존하고 있다. 작가가 그의 작중 인물들의 유령에 둘러싸여 있는 그림은 괴기하지만 또한 기발한 발상이기도 하다.

사회현실에 대한 고발에서 시작해 영혼의 문제으로 치고 들어가는 위대한 시대의 작가이지만 크리스마스 편에서 보이는 세상사에 대한 소박한 긍정과 인정은 소시민의 따뜻한 심성을 드러낸다. 일년 내내 고난의 세월을 보내고 크리스마스 때라도 위로의 시간을 나누자는 것은 어려운 사회 현실에 대한 순응으로도 보이지만, 크리스마스라는 시즌에도 우애롭지 않다면 다른 시즌도 볼 것 없다는 점에서, 크리스마스는 특정 시기라고도 볼 수 없다.  노동과 축제가 뒤섞이긴 어렵지만, 노동과 축제가 한점으로 수렴하려는 경향으로 가는 것이 인류가 이룩해낼 미래사회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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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발길

여행 Reise 2018. 7. 5. 03:50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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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금토는 다소 바쁜 일정이었지만 지나온 길을 보면 여행이라 생각한다. 연수로 완주 봉담을 다녀왔는데, 뒤늦게 알고보니 숙박한 곳이 신라와 백제가 오랜 접전을 벌였던 격전지인 대아성 근방의 운장산 산골이었다. 전북의 너른 평지에서 급격하게 오르고 깊이 들어가는 산세가 예사롭지 않다 했는데 역시 역사의 기록은 허투르게 볼게 아니다. 돌아온 토요일 오후에는 먹골과 동두천을 오고 가야 했다.  서울을 사이에 단절로 두고 완주에서 동두천, 나름 긴 여정이었지만 이동하는 길 중간에서 제대로 보려면 발길을 오래 멈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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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의 증언 : 3층 서기실의 암호

책들 Bücher 2018. 6. 10. 08:15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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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주영 북한대사관에서 태 공사가 망명을 나서기 전, 이미 각종 뉴스를 통해 나는 그의 공사시절 인터뷰(특히 2015년 런던에서의 에릭 크랩튼 공연 때 김정철을 수행한 보도)를 관심있게 보아온 터라서, 그가 자식들을 위해 탈북했다고 했을 때 조금 놀라긴 했어도 응당 탈북자들, 그 중에서도 비중있는 인물도 어쩔 수 없이 핵완성과 철권통치로 치닫는 김정은 정권에 돌아서고 마는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물론 이런 회고록 성격의 글 자체가 자기 합리화의 기제로 활용되기 쉽기는 하지만, 솔직히 마지막 부분에서 눈물까지 글썽거렸다. 자식을 위하는 마음과 북한에 남아있어 이들의 탈북으로 일정한 피해를 볼 친지들의 고통과 충돌하는 지점은 30년 이상 지속된 북한 정권의 궤도이탈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왜 이런 외교 엘리트 가족이 동족 국가로 망명을 하며, 이들이 망명을 했다고 남아 있는 친지들에게 고통을 가하는 것은 북한이 아직도 전근대적 국가 체제 아래서 인민을 폭압하고 있다는 손쉬운 반증일 뿐이다.   
 
태 전공사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60~70년대를 북한 정권의 황금기로 그린다. 경제도 정치도 최소한 이때에는 사회주의의 모델에서 크게 이탈하지 않았으며, 인민의 생활은 사회주의적 복지체계와 사람간의 정이 결합한 우애의 사회였다. 하지만 모택동 사후 중국이 개방경제로 전환하면서  진행된 모택동 비판을 보며 위기를 감지한 김부자는 김정일의 정권세습을 오랜 시간(20년 이상)을 걸쳐 준비했는데, 발단은 하향식이지만 상향식으로 정권이 김정일에게 흘러가는 것으로 인민이 느낄 정도로 안정적으로 이루어졌다. 이 책에서 흥미로운 점은, 이미 80년대 초반부터 전권이 김정일에게 넘어갔고 오히려 김일성이 허수아비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김일성에게 올라가는 모든 보고가 암묵적으로 김정일의 보고를 거치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김정일은 준비된 인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김정은은 김정일의 정권이양 방식과 매우 다르다. 유교적 방식의 계통을 여전히 중시하는 북한의 사회상으로 볼 때도 김정은에겐 아킬레스 건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것은 그렇다하더라도, 자신의 불안한 정권 세습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자신과 자신의 형제들에게 적대적이었던 고모부와 그 관련 인물 다수를 숙청시키고 배다른 이복형제를 암살했으며, 잦은 핵실험으로 핵보유극 등극을 선언한, 성격은 포악스럽지만 예민한 지략을 갖춘 그가 개혁개방에 얼마나 나설 수 있으며, 이에 따라 광범위한 정보를 수용하게 되고 이미 20년 넘게 무너져온 배급체계 대신으로 암시장으로 삶을 이어가는 북한인민의 체제변혁 요구를 감당할 수 있을지 저자는 회의적으로 본다. 왜냐하면 그가 하인처럼 김씨가문을 위해 봉직한 세월이 보여주는 것은, 북한체제는 이미 이들 백두혈통이라는 가족들을 위한, 그리고 그 가족과 연계된 공로 귀족들을 위한 국가로 변질된지 오래됐기 떄문이다.
 
이 책의 제목에 나오는 '3층 서기실'은 노동당 중앙청사 3층 전체를 통칭하는 것으로 남한의 청와대 정도에 해당되며,  이 청사에서 남한의 안기부장과 외교안보수석이 화려한 영접을 받았다. 북한주민의 삶을 외면한 채 체제 연명에 골몰하는 컨트럴 타워에서 평화의 다리를 만들기 위한 시도가 이루어졌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평창올림픽을 통한 북미회담 연계는 분명 문재인 정권의 성과이지만, 이것은 벽에 다다른 북한, 아니 북한의 정권 핵심이 너무도 노렸던 것이기도 하다. 누가 미끼이고 누가 낚아 챌지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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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산행

여행 Reise 2018. 6. 4. 09:28 Posted by 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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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상 다니던 약수터 산길을 넘어서 어제는 5시간의 산행을 했다. 오전과 점심에 걸쳐 안성까지 동료 직원의 조모상에 다녀온지라 오후에 약수터를 벗어나 한창 산에 오를 때는 졸음기 때문에도 힘들었지만 30도를 오르는 고온에 물과 간식물을 충분히 갖추지 않은 채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산을 타는 것이 고욕이었다. 산에 어둠이 닥치기 전에 산 정상 너머에 있는 천년 고찰에 가고자 속도를 내는 것도 잠시 뿐, 얼마 가지 않아서 산길 바닥에 주저 앉고 싶을 정도로 숨을 헐떡거렸다. 나를 추월해 가던 두 팀 외엔 산에 인적도 드문 편이어서, 작렬하던 해가 흐물거리는 산 정상에는 나와 까마귀 밖에 없었다. 그래도 절에 도착하니 나를 추월했던 팀과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것을 접하면서 사람의 기운이라는 것이 이리도 좋은 것인지 새삼 깨닫는다. 어려운 산행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몰려 왔다. '망상에 사로잡히는 것이 아니라 망상에 사로잡히고 싶은 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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